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는 박송권(왼쪽)과 한동근(오른쪽)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는 박송권(왼쪽)과 한동근(오른쪽) ⓒ 쇼미디어그룹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원작 영화와 달리 흑인 노예가 부르는 노래가 두드러진다. 아마도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가 프랑스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반영된 노래가 아닐까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만 '신 스틸러'가 있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에서도 주인공이 아니지만 얼마든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캐릭터가 있다. 흑인 노예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노예의 우두머리가 유독 관객의 눈길을 끄는데, 두 명의 다른 우두머리가 신 스틸러를 담당한다.

박송권은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로 여성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미스터쇼>에서 '미스터'들이 보여준 우람한 근육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몸매의 박송권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다른 우두머리는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3> 우승자 한동근이다. <위대한 탄생> 우승자치고는 소화하는 노래가 두 곡밖에 없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노래를 소화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비록 분량은 적지만 뮤지컬 데뷔작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박송권이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고 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박송권이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고 있다. ⓒ 쇼미디어그룹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흑인에 대한 애환이 많이 담겨 있다.
"원작에 있는 샘이라는 캐릭터가 노예의 우두머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음악을 리딩할 때 음악을 만든 이가 '검다는 것'과 '인간은'을 먼저 만든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한다. 노예의 우두머리가 부르는 노래를 먼저 만든 다음에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만큼 음악의 힘이 강렬하다.

흑인 노예의 억울함과 서러움을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노예들의 삶'을 검색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영화 <노예 12년> 속 흑인 노예의 억울한 삶을 보며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이렇게 다양하게 공부한 것을 무대에서 끄집어낸다."(박송권)

- 클라라가 레깅스 시구로 유명세를 탔듯, 박송권 역시 극 중 상반신 노출로 여성 팬의 탄성을 자아냈다.
"작품을 하다 보면 맞춤옷 같은 배역이 있다. 잘 맞는 배역을 이번에 만난 거다. 전작에서는 옷을 벗을 일이 없었다. 1년에 6개월을 운동하고 나머지 6개월은 운동하지 않는다.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근육을 만들지는 않았다. 얇은 티셔츠에 빈티나지 않을 정도로만 몸을 만들었다.

프랑스 뮤지컬 영상을 보니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는 프랑스 배우의 몸이 좋더라. 영상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3개월 동안 닭가슴살만 먹으며 근육을 만들었다. 운동을 매일 해야 해서 대기실에 아령을 갖다 놓았다.

무대에서는 가발을 써서 무대 밖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 외투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무대 아래로 나오면 못 알아본다. 그런데 하루는 (임)태경 형 팬들이나 (김)법래 형 팬들이 대기하다가 한 중년 여성 관객들이 나를 알아보고 '노예장이다!' 하고 소리치고 뛰어온 적이 있다. 형들을 기다리던 팬들도 환호하며 박수칠 때 무서워서 도망쳤다.

어머니 팬들 사이에서 내가 인기 있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온 팬들은 모자와 아기 옷(박송권은 11개월 된 아이의 아빠다-기자 주), 목에 좋은 약을 챙겨주신다."(박송권)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한동근이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고 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한동근이 노예의 우두머리를 연기하고 있다. ⓒ 쇼미디어그룹


- 박송권이 근육질로 어필한다면 한동근은 어떤 콘셉트로 노예의 우두머리를 소화하는가.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이 넘버는 이렇게 불러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노예의 우두머리가 부르는 노래가 나와 잘 맞았다. 뮤지컬 팬들이 내게 기대하는 게 비주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래 위주로 캐릭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노래만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검다는 것'을 부를 때, 노예의 우두머리는 따르는 노예들을 돌봐야 한다. 하지만 남북전쟁이 터졌다. 평소에도 노예로 살아서 힘들었는데 전쟁이 터져서 노예들은 더 힘들다. 짐을 끄는 흑인들은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을 것이다. 

노예로 살아야 하는 흑인의 슬프고 억울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노예의 우두머리는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한다. 우두머리라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우두머리로서 힘들어도 덜 힘든 척하는 의연함이 있어야 했다."(한동근)

- <위대한 탄생3>에서 우승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하다.
"일주일에 두 곡씩 준비해야 했다.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편곡을 해서 나만의 곡으로 소화한 뒤, 라이브로 불러야 했다. 일주일마다 오디션 준비용 노래를 소화해야 해서 힘겨웠다. 내가 오르는 동안 떨어진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다. '우승했구나'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준비하는 동안 시간이 빨리 흘러서 '이제 끝이구나'하는 생각도 교차했다."(한동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한동근 위대한 탄생 박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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