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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는 해마다 400~500만 명의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는 해마다 400~500만 명의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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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앙코르와트 입장료 수익과 관련, "관계당국 책임자들이 내달 국회에 소환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야당국회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앙코르유적지 보존관리책임을 맡아온 압사라당국(Apsara authority)이 국회의 소환요구를 받아들인 상태라, 그동안 쌓여왔던 의혹들이 과연 얼마나 풀릴지 주목된다. 압사라당국은 현재 속안 부총리 겸 관방부장관이 총책임자로 있으며, 지난 1999년부터 현지 재벌그룹 소키멕스(Sokimex)가 앙코르와트 입장권 판매 사업을 대행해왔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운동가들은 현 정부가 관광수입을 공정하게 관리운영하지 않았다고 의심해왔다. 더욱이 입장권 수입을 대행해온 소키멕스 그룹 소콩 회장이 훈센 총리의 정치자금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 있는 상태라, 야당은 입장권 수익 중 상당부분이 현 정권의 뒷주머니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을 거라 의심하고 있다.

대다수 캄보디아 국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지난 16년 동안 입장권 판매수익과 관련해 압사라당국은 물론이고, 대행사인 소키멕스측이 회계감사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지적을 받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이 그룹 소콩 회장이 '베트남계'라는 사실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일부 캄보디아인들 중에는 '훈센정부가 앙코르와트를 이웃나라 베트남에 팔아넘겼다'는 소문을 그대로 믿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앙코르와트 입장권 판매 의혹, 국회 조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외국인 관광객들.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압사라당국이 최근 발표한 입장수익과 실제 입장객 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외국인 관광객들.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압사라당국이 최근 발표한 입장수익과 실제 입장객 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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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가이드 피온 분툼(24)씨는 "베트남과 친한 훈센총리가 앙코르와트를 베트남에 넘긴 게 사실"이라며 "국가의 자산을 외국에 팔았다는 사실을 캄보디아 국민들이 알면 분노할 것 같아 (훈센 정부가) 일부러 비밀로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관광청 관리는 크게 화를 내며 "야당과 그 지지자들이 꾸며낸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는 "국회 반부패상임위 호 완 의장이 '입장권 판매에 관한 여러 의혹에 대해 당국 책임자들이 질문을 받게 될 것이며, 만약 이들이 국회에 참석을 거부할 경우, 내가 직접 10명의 반부패 상임위 의원들을 이끌고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을 방문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통합야당 소속 손 차이 의원이 '당국 책임자들을 불러 상임위측과 대화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장 현장 조사가 필요하며, 입장권이 실제 어떻게 집계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압사라당국 이사 분 나릿은 아직까지 어떤 답변이나 논평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앙코르 유적지를 관장하는 씨엠립주 관광청은 지난해 약 500만 명이 관광도시 씨엠립을 방문했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압사라당국은 지난해 약 200만 장의 입장권(5900만 달러, 한화 650억 원)이 팔렸다고 밝혔다. 씨엠립을 찾은 대다수 관광객들이 앙코르와트를 찾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격차라, 압사라당국의 발표 후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압사라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계산하면, 지난해 하루 평균 5000여 명이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셈이지만,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현지 가이드들은 압사라당국이 밝힌 것과 달리,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앙코르와트를 찾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우 티 앙코르와트 가이드협회 회장은 같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에 오는 거의 모든 관광객들이 앙코르와트를 방문한다"면서 "특히 성수기에 해당되는 11월부터 3월까지 최대 성수기에는 하루 1만명 이상이 홍수처럼 밀려온다, 비수기에도 아무리 적어도 4천명 이상이 찾는다"고 주장했다.

"특별감사 기구 안 만들면, 입증 자료 찾기 어려울 것"

캄보디아 압사라 전통 의상을 입은 무희들의 모습
 캄보디아 압사라 전통 의상을 입은 무희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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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가이드들과 여행사 사장들도 대부분 비슷한 증언을 했다. 10년째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해온 한국인 김장수(47)씨는 "현지인 관광객들은 앙코르와트 입장 자체가 무료이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관광객 수치와 압사라당국의 입장권 판매량을 단순 비교 평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하루 평균 5천명이 입장했다는 압사라 당국의 발표는 솔직히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비수기 관광객 수에 대해서는 여행업 종사자들 사이에도 다소 의견이 엇갈리지만, 압사라 당국이 발표한 하루 평균 5천명이란 수치만큼은 대부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천문학적인 입장수입과 별개로 그동안의 입장수익 사용처에 대한 의혹 제기도 만만치 않다. 현재 씨엠립에서 기념품가게를 운영하는 전직 공무원 소피아락(49)씨는 "그동안 20년 넘게 받은 하루 20달러짜리 입장권 수입만 따져도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큰돈"이라며 "그러나 이 돈들이 앙코르와트 복원과 관리에 쓰이고 있다고 믿는 캄보디아 국민은 거의 없다, 정부 발표는 솔직히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앙코르와트 복원사업은 프랑스, 호주, 중국, 일본, 인도, 한국 같은 나라들이 맡고 있다, 그 비용도 각국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부패상임위의 압사라당국 국회 소환계획에 대해 캄보디아 여행사협회(CATA) 앙 킴 에앙 회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압사라당국의 발표내용이 일부 잘못이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특별감사를 위한 조사 기구를 만들지 않고서는 이를 입증할 자료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참고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앙코르와트는 수많은 해외관광객들이 찾은 세계적인 관광지다. 캄보디아 관광부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 나라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43만여 명이며, 작년에도 비슷한 수의 관광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베트남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캄보디아의 관광산업은 섬유봉제업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수익사업으로, 이 나라 국가경제를 받드는 중요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태그:#캄보디아, #앙코르와트, #APSARA AUTHORITY, #SOKIMEX, #앙코르와트 입장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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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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