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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2000년 2월 22일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간한 뒤, 보수일변도의 언론지형에서 '열린 진보'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습니다. 여기 <오마이뉴스>와 나이가 같은 닮은꼴이 있습니다. 바로 혁신학교입니다. 2000년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개혁 운동은 2009년 혁신학교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된 뒤,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는 행복한 학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여러분들을 행복한 학교에 초대합니다. [편집자말]
1994년 두밀분교 학생들이 마을회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당시 두밀분교 폐교 반대 운동을 담은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밀리 -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1995)의 한 장면이다.
 1994년 두밀분교 학생들이 마을회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당시 두밀분교 폐교 반대 운동을 담은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밀리 -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1995)의 한 장면이다.
ⓒ <두밀리 -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홍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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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2월 28일 경기도 가평군 상색국민학교 두밀분교. 가평군교육청은 이날 교문을 잠그고, '허가 없이 들어가면 처벌하겠다'는 경고문을 붙여놓았다. 30여 년 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이 학교는 여느 시골학교처럼 폐교의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학교 지키기'에 나섰다. 자녀를 다른 학교에 보내지 않고, 마을회관에서 자녀를 가르쳤다. 국내 최초의 등교 거부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가평군교육청은 자녀 의무 교육 불이행을 이유로 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허가 사설 강습소를 차렸다며 주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끝내 폐교를 막지 못했다. 1년 뒤 두밀분교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옮겼다. 두밀분교는 문을 닫았지만, 학교 개혁의 문을 열어젖히는 계기가 됐다. 많은 학교들이 문 닫는 상황에서 농어촌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고, 이는 2000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에서 학교 개혁 운동으로 발전했다.  

폐교 위기의 작은 시골 학교, 공교육의 대안으로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 전경.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 전경.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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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도립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남한산초는 인구 감소로 2000년 학생수가 26명까지 줄었다. 2001년 폐교 방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인근 성남지역 주민들은 폐교를 안타까워하면서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뜻 있는 교사들을 모셔왔다. 학교 전입학 운동을 벌여, 학생수를 늘렸다. 폐교 결정은 취소됐다.

이곳으로 온 4명의 교사 중 한 명인 김영주 남한산초 교장은 "교사들은 기존 학교에서 자유로운 소통이 어려운 탓에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면서 "주번, 상장, 벌점, 조회, 중간·기말고사 등 안 좋은 것들을 버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80분 수업, 30분 쉬는 시간'의 블록수업, 학생 자치회인 '다모임' 등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숲속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곧 학생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입학 문의가 쏟아졌다. 신도시 아파트를 팔아 학교 앞에 반지하방을 얻은 학부모도 있었다. 역시 초기 4명의 교사 중 한 명인 안순억 운중초등학교 교감은 "몰려오는 학생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공교육이 무너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1990년대 학교는 큰 위기를 맞았다. 권위주의적 모습이 남아 있는 학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 학교를 그만두거나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교실 붕괴 현상으로 이어졌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5·31 교육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정확한 처방전이 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1989년 창립된 전교조는 교사 1500여 명이 해직되면서도 입시 위주 교육과 교육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참교육 운동을 벌여,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학교 민주화가 확산됐고, 학교 개혁 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1990년대에는 대안학교 운동이 급물살을 탔다. 원조 대안학교인 충남 홍성 풀무학교,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등학교와 '직업선택 10계명'으로 유명한 경남 거창고등학교는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안순억 교감은 "5·31 교육개혁에 대한 비판 목소리, 전교조 참교육 운동과 대안교육 운동은 남한산초를 만든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확산되는 혁신학교, 그 미래는?

남한산초의 실험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충남 아산 거산분교,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 등 전국의 작은 학교들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들 학교에는 학생들이 몰렸다. 특히, 경기도 성남과 양평 등지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커졌다. 2007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교장공모제는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 시켰다.

2009년 학교 개혁 운동은 대전환을 맞았다. 이 해 4월 경기도교육감 보궐선거는 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졌다. 김상곤 후보는 남한산초 모델을 제도화한 혁신학교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해 9월 13개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이후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의 대안으로 인정받았고 크게 확산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교육감을 포함해 6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뒤, 혁신학교는 전국으로 퍼졌다.

지난해 11월 4일 오후 혁신학교인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 '공정무역'을 주제로 모둠활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오후 혁신학교인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 '공정무역'을 주제로 모둠활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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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이 2013년 2년 이상 혁신학교를 운영한 157개 학교의 교사·학부모 95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협력적인 학교문화 형성, 교육과정·교수학습 개선, 학교 만족도 상승 등의 성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학교·학급별로 상당한 편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윤미 홍익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혁신학교들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교육 소외층이 많은 학교 혹은 지역에서 시작돼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학교 내 교육공동체 구축을 통해 가정교육과 사교육 기회 등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공교육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혁신학교 공약을 내건 13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올해 혁신학교는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 경기도에서 올해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학교는 모두 356곳이다. 경기도 전체 초·중·고의 15.8%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는 보수진영의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서울의 혁신학교는 89곳으로, 서울시교육청 목표인 100곳에 미달됐다.

남한산초 교사 출신으로 혁신학교 정책을 총괄하는 서길원 경기도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은 "혁신학교는 관료 구조 속에서도 새로운 공교육 개혁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개별 학교만 개혁하는 것을 넘어,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고 격차가 나는 학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미래형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창간 15주년 기획 : 행복한 학교

[①-1 남한산초] "대학 안 가고 하고 싶은 일 하니 행복해요"
[② 선사고] 졸업식장에 조폭이...학교가 '완전' 뒤집어졌다
[③ 조현초] 산만한 학생에게 "약 먹이세요"... 서울과 이곳 학교는 달랐다
[④ 부명초] 위장전입까지 하며 기피하던 학교, 그 놀라운 변신
[⑤ 삼각산고] '잡스런 빵' 없앴더니, 학교에 '롯데월드' 생겼다
[⑥ 동화중] 욕하며 대들어 뼈가 녹을 정도.. 이런 학교가 변했다, 행복하게
[⑦ 오산혁신교육지구] 일진 학생들에게 토론을 가르쳤더니...

덧붙이는 글 | * 참고 문헌

김영주 외(2013), <남한산초등학교 이야기>(문학동네)
나민주 외(2013), <자율학교 성과분석 연구 : 혁신학교 모형을 중심으로>(한국교육개발원 수탁연구)
서길원(2009),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우리교육) 중 '작은학교 운동이 걸어온 길'
정진화(2013), <교사주도 학교개혁 운동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논문, 서울대학교)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2014),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학적 성찰>(살림터)



태그:#창간기획 : 행복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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