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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면 철학관이나 점집이 북적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요즘, '거리의 철학자'를 향한 수요는 줄어든 듯하다. 대신 운명이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의 상당 부분을 과학이 해결이 해주고 있다. 손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이후 손, 그 가운데서도 손가락에 대한 연구는 가히 봇물이 터졌다고 할 정도로 붐을 타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손가락(검지)과 네 번째 손가락(약지)의 비율에 관한 연구는 차고 넘친다. 검색엔진 구글에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족히 수백 건에 이를 만큼 두 손가락의 비율에 관한 연구가 많다.

검지와 약지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도대체 검지와 약지에 연구할 게 얼마나 많이 숨어 있다고 세계의 학자들이 파고드는 걸까? 수많은 연구자들의 공통 관심 포인트는 손가락에 미치는 성호르몬의 영향에 있다.

조물주의 조화인지, 검지와 약지의 길이 비율이 정해지는 건 엄마 뱃속에서부터다. 그것도 태아 초기, 즉 임신한 지 13주 이내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때 결정된 두 손가락 길이의 비율이 평생을 간다는 이론에 대한 이견은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약지는 남성 호르몬, 검지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보다 선택적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남성 호르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테스토스테론에 태아가 많이 노출되면 약지가 더 잘 발달한다. 테스토스테론만큼은 아니지만, 검지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지/약지의 비율로 알아보는 특성, 뭐가 있을까?
 검지/약지의 비율로 알아보는 특성, 뭐가 있을까?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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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와 검지는 얼핏 보면 길이가 엇비슷하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에서는 약지가 미세하나마 길다. 또 손가락의 '마디 금'도 약간 차이가 있다. 검지는 선이 하나다. 그러나 약지는 손바닥과 경계 부분, 그리고 중간 마디 금이 두 겹이다.

'손가락 학자'들의 관심은 검지의 길이를 약지의 길이로 나눈 값에 모인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의 두 손가락 비율 값은 대략 0.95~0.96, 여성들은 0.96~0.97 수준이다.

상당수 학자들은 두 손가락 비율 값이 적을수록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남성의 경우 정자 숫자도 많다고 주장한다. 또 이런 남성들이 여성의 호감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또 검지와 약지 길이 값이 적을수록 수학에 뛰어나고, 리더십이 앞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전문가들도 있다.

반면 손가락 비율 값이 적은 남성 가운데 과잉행동장애증후군(ADHD)에 노출될 위험 또한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섭식 장애 등의 문제를 가질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고 한다.

검지와 약지의 비율 연구, 기준치 설정 어려워

검지와 약지의 비율이 개인차보다 민족이나 인종 차이가 크다는 연구 논문도 있어 기준치 설정이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한 예로, 유럽 남성들의 경우 검지·약지 값은 폴란드가 0.99로 가장 큰 반면 핀란드 0.93, 스웨덴 0.95 등으로 북구 남성들은 낮았고, 독일은 0.96으로 중간 정도였다. 과거 바이킹의 나라 남성들의 검지가 현저히 짧다는 것이다.

한편 손가락 길이 측정은 오른손을 기준으로 하는데, 학자들 사이에서 왜 오른손이 기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약지의 길이를 재는 기준점이 두 겹의 마디 금 가운데 아래쪽인 것은 공통적이다.

검지와 약지 길이 차이가 보통 수 밀리미터(mm)에 불과하기 때문에 약지의 마디 금 중에서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손가락, #검지, #약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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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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