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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붕괴되는 셰일에너지 산업

셰일에너지 개발업체들의 파산과 해고, 투자 축소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셰일에너지는 지하 2~4km밑의 진흙이 굳어진 암석층에 함유된 가스와 원유를 말한다. 중소 업체인 WBH에너지, WHP인터내셔널과 엔데버인터내셔널 등이 연이어 파산했으며,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헬메리치 앤 페인'마저 4건의 장기계약을 파기한 데 이어 2월까지 40~50개의 석유시추시설을 가동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미국의 2위 석유기업인 셰브론 역시 올해 에너지자원 탐사 및 채굴 예산을 작년보다 13% 줄였으며, 로얄더치셸과 코노코필립스 등 대형 업체들도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잇달아 중단시켰다.

  미국 셰일에너지 시추공(Rig) 개수(자료 : http://www.bakerhughes.com/)
 미국 셰일에너지 시추공(Rig) 개수(자료 : http://www.bakerhughes.com/)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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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파산과 투자 축소는 당장 셰일개발을 위한 시추공 숫자의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1930개에 달했던 시추공 개수는 1543개(1월 30일 기준)로 수직낙하 중이다. 이러한 소식은 그동안 셰일에너지 산업에 형성된 거품이 터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셰일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좋지 않다. 당장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셰일업체들의 파산을 계기로 생산량을 더욱 늘릴 기세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개발업체인 사우디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CEO는 1월 27일, 사우디가 최근 비밀리에 하루 산유량을 980만배럴로 30만배럴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의 증산은 미국 셰일업계와 치르고 있는 유가전쟁에서 잃은 시장 지분을 탈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를 더 떨어뜨려 고비용 구조인 셰일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겠다는 의도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셰일에너지 업체들의 연이은 파산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이미 수치상으로 경기 회복을 나타내고 있던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석유관련 업계가 투자를 축소한 것은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14년 3/4분기 3.5%에서 4/4분기 2.6%로 추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미 당국이 경기 회복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던 고용 현황도 셰일에너지 개발이 집중된 지역에서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림 2>와 같이, 미 텍사스와 노스다코다주 등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2015년 1월 한 달 동안 40000건 수준에서 75000건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텍사스주 등 셰일에너지 개발 지역의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
(자료 : http://www.zerohedge.com/)
 텍사스주 등 셰일에너지 개발 지역의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 (자료 : http://www.zerohedge.com/)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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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업계의 정리해고뿐만 아니라 셰일에너지 바람으로 혜택을 받아왔던 서비스 기업, 원유 탐사를 위한 소유권 및 임대계약을 하는 부동산 업자들과 시추장비, 트럭 등을 운영하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셰일업계의 파산과 투자축소가 더욱 늘어나면 해고되는 노동자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셰일에너지 개발지역의 주 정부 예산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례로 미 언론 <NOLA.com>에 따르면 이미 루이지애나 주의 경우 원유 가격이 1달러 하락할 때마다 주 정부 수입이 110만 달러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주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금 및 헬스케어 지원금이 삭감될 것으로 전해졌으며, 실제 2014년 12월 주 정부 지출이 1억 8000만 달러 삭감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복지 혜택을 받아온 취약계층부터 경제 사정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셰일에너지 개발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루이지애나 지역의 상황이 이러한데, 텍사스나 오클라호마 지역 정부의 재정은 이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산업계와 금융업계는 그동안 셰일에너지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와 관련해 미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연두교서에서 "우리는 향후 100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향후 10년간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이 셰일에너지 개발에 매달렸던 이유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던 측면이 강하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제시해왔던 성장동력은 대표적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업 창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등이 있었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 창출사업은 빅데이터 자체가 과연 쓸모 있는 정보냐는 논란 속에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을 통한 녹색경제 창출은 역설적으로 셰일에너지라는 화석연료가 대량 개발되면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결국 살아남은 대안이 셰일에너지 개발밖에 없는 조건에서, 미국 월가가 셰일에너지 개발에 자본을 대거 투자하고 석유 독점업체들이 지하 깊숙한 셰일층 유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셰일에너지 개발로 미국의 일일 석유 생산량은 2008년 500만 배럴에서 2014년 867만 배럴로 70% 이상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셰일에너지 개발을 두고 "셰일혁명"으로 일컫기도 한다. 석유화학 설비투자가 이어졌으며, 유전 시추가 늘어나면서 철강산업이 활기를 띠고, 저렴한 에너지비용으로 미국 제조업 전반이 혜택을 봤다는 것이 "셰일 혁명"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근거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조금씩 상승하는 배경에는 셰일에너지 개발과 관련한 설비투자 증가가 한 몫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셰일에너지 개발 업체들이 줄파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활을 꿈꾸는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셰일산업의 근본적인 한계

 셰일에너지 채굴 방법 개념도(자료 : 한국염색가공학회)
 셰일에너지 채굴 방법 개념도(자료 : 한국염색가공학회)
ⓒ 한국염색가공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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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에너지 개발업체들의 줄파산은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그것은 현재 셰일에너지산업이 갖고 있는 세 가지 근본적인 한계와 관련되어 있다.

첫째는 셰일에너지 개발 비용이 전통적인 유전 개발 비용에 비해 비싸다는 사실이다. 셰일에너지는 전통 원유나 가스와는 달리 지하 2~4km에 달하는 깊은 곳에 있는데다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진흙층 틈새에 분산되어있어 채굴이 어렵다.

이 때문에 셰일에너지는 최초 채굴이 1825년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탐사의 어려움과 생산 비용 문제로 대량생산을 하지 못했다. 셰일에너지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수직채굴 공법에 새로 개발된 수평시추-수압파쇄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기술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다 특정 깊이부터 수평으로 뚫어가는 기술이고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술은 시추 파이프에 뚫린 여러 구멍으로 물, 모래, 화학물질 등을 높은 압력으로 분사하여 암석에 균열을 만드는 기술이다.

게다가 셰일 유정의 수명은 약 3년으로 전통적인 유전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규 유정을 개발해야 한다. 당연히 개발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천연가스나 원유의 국제 가격이 특정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셰일에너지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한다.

실제로 셰일업계가 개발 이익을 단 한 푼도 얻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스웨덴 소재 석유업체인 룬딘 페트럴륨의 CEO인 애슬리 헤펜스탈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셰일 산업에서 영업 현금흐름이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으며, 계속해서 자본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배럴당 100달러대에도 셰일오일 업체들은 실제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014년 10월 말 셰일오일 산업계 전체로서는 개발 바람이 분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이윤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둘째는 채굴 가능한 셰일에너지 매장량이 매우 부풀려져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학에 관한 한 그 권위를 가장 높이 인정받는 미 텍사스 대학 석유 지질학과의 거두, 태드 팻잭(Tad Patzek) 교수 연구팀은 2014년 11월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미 국책 에너지연구기관들이 셰일에너지 기업들의 채산성 있는 시추공을 표본으로 삼아 미국 셰일가스 매장량을 산출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비판한 바 있다(<미래한국>, 2015. 2. 4 보도).

그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에너지 매장지역에는 많은 호수들과 대도시들이 존재하며 그러한 곳에서는 수압파쇄식의 셰일가스 시굴방법으로는 석유를 캘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팻잭 교수팀은 미국의 셰일에너지 매장량이 2017년 정점에 달한 후 급속하게 고갈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원유·가스 탐사업체인 샌드리지사는 2012년 11월 셰일오일 예상 매장량을 유정당 45만6000배럴에서 42만2000배럴로 수정한 후, 5개월이 지나 이를 다시 36만9000배럴로 다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초기의 과대평가된 매장량은 생산량이 좋았던 몇 개의 유정을 기준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채굴기술 개발로 생산효율이 증대되고 채굴 가능한 가스의 양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전체적으로 부풀려진 매장 추정량 자체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대평가된 매장량만 믿고 투자에 나선 업체들이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셋째는 셰일에너지 개발에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너무나 많이 몰렸다는 점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사상 유래 없는 '양적완화'정책을 펴고 기준금리를 0%로 만든 조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성장동력으로 지목된 셰일에너지 개발에 돈이 몰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4분기까지 셰일산업에 투자된 자금이 확인된 것만 무려 560억달러, 우리 돈으로 56조원 이상에 달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웨버 텍사스대학 에너지연구소 책임자는 "(2008년) 부동산 거품 이후 월가는 투자할 곳을 찾았고, 자금은 역내 석유와 가스업계로 유입됐다"면서 셰일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음을 확인했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도 저렴한 이자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중소규모의 개발 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대기업조차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발 직후부터 나타나기 했다. 셰일 유정을 파보니 예상보다 상황이 열악했던 것이다. 일례로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회사가 투자했던 셰일 유전층이 애초 예측과는 달리 복잡해 채굴 비용이 크게 늘어나 2014년 2700억 엔(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MB정권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2014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혼리버 등 3개 유전 개발 사업에 무리한 투자로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 역시 비슷한 사례에 해당한다.

셰일에너지 개발업체들이 안고 있는 세 가지 문제점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이 유가 폭락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50달러까지 반 토막 나자 개발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뭉칫돈을 투자했던 금융업계가 손해를 보면서도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 원유가격을 폭락시킨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셰일에너지 개발로 인한 공급과잉이라는 점은 더욱 역설적이다.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이었던 셰일에너지를 잃어버린 미국경제가 7년째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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