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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에서 출발한 '복고 열풍'이 '무한도전 토토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문화를 즐겼던 'X세대'가 이제 소비 중심 세대로 성장한 것이죠. <오마이뉴스>도 창간 15주년을 맞아 2000년으로 돌아갑니다. 21세기에 대한 장밋빛 기대와 '밀레니엄 버그(Y2K)' 같은 불안감이 공존하던 시절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즐겼을까요? 지금부터 우리 마음 속 서랍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보겠습니다. [편집자말]
 홍대의 한 오락실. 과거 오락실에는 의자에 앉아 조이스틱을 누르며 하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
 홍대의 한 오락실. 과거 오락실에는 의자에 앉아 조이스틱을 누르며 하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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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오락실에 신기한 물체가 등장했다. 음악에 맞춰 상하좌우가 그려진 발판 위를 뛰노는 오락기가 등장한 것이다. 당시 의자에 앉아 손으로 조이스틱을 누르면서 블럭을 쌓거나 장풍을 쏘던 게이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로 일본 코나미사가 만든 '디디알(DDR, 댄스 댄스 레볼루션)얘기다.

과거 DDR은 일본에서 국내 상륙과 동시에 열풍이 불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DDR은 최고의 오락이었던 것.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집에서 DDR을 하는 사람이 늘어 아파트마다 소음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가 하면, 발목을 다쳐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웃지 못할 사연들도 등장한다.(1999. 12. 15. 경향신문 <낮이고 밤이고 쿵쿵, "제발 잠좀자자" DDR 때문에···>)

그러나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DDR 전용방이 생기는 등 붐이 일었지만 불과 3년 만에 사그라들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등 온라인 게임이 대세를 잡았기 때문이다. PC방 문화가 급속히 퍼지면서 DDR은 그렇게 대중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런 DDR이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1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편을 통해서다. DDR 콘셉트의 무대 바닥과 화면에 DDR 특유의 화살표 발판이 쓰이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

실제로 가정용 DDR을 판매하는 아이에스티몰(ISTmall)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20개 정도 팔렸지만 토토가 방송 이후로 2~3주간 두 배 이상 주문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등 셀 수 없이 많은 새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DDR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봤다.

'비비는 맛' 찾는 DDR 마니아들

 자영업자인 조 아무개(38)씨는 16년째 매일 디디알을 하고 있다. 조 씨는 "디디알은 음악과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나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조아무개(38)씨는 16년째 매일 DDR을 하고 있다. 조씨는 "DDR은 음악과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나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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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4시 서울 사당의 한 오락실. 쿵쾅대는 소리와 강한 비트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한겨울인데도 안쪽에는 티셔츠 바람의 건장한 풍채의 한 남성이 열심히 스텝을 밟고 있었다. 수시로 바뀌는 상하좌우 화살표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뒤에서 봤을 땐 격한 춤사위 같았다. 서너 명의 대기자들은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바탕 게임을 끝낸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영하 7도의 바깥 날씨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는 곡이 바뀌는 쉬는 시간에 옆에서 가동되고 있는 선풍기에 땀을 식히기도 했다.

자영업자인 조아무개(38)씨는 16년째 매일 DDR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에 나가기 전, 오후에 이곳을 찾는다. 오직 이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이라곤 DDR뿐. 한 게임당 10~15분 정도로 그는 하루 세 게임 정도를 즐긴다.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1시간 정도를 DDR에 투자하는 것.

조씨는 "군대 제대하고부터 했는데 이만한 게임이 없다"며 "음악과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나의 공간"이라고 했다. 나름의 노하우도 있었다. 그는 "전문용어로 비빈다고 하는데 DDR은 끝을 누르듯이 발판을 밟아야 점수가 잘 나온다"며 "판정이 엄격해 더 스릴 있고 재밌다"고 귀띔했다.

오락실 점원 김아무개(30)씨는 2인용 발판 8개를 혼자서 전부 다 사용할 정도로 고수다. 그러기에 발을 두 배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김씨는 "주말에 DDR을 찾는 손님만 20~30명이 넘는다"며 "골수팬들이 있어서 평일에도 인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가는 어떨까. 홍대와 대학로에 있는 오락실에 각각 방문했지만 모두 DDR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홍대의 한 오락실 관계자는 "DDR 기계는 장사가 안 돼 4~5년 전에 치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송까지 당하고 원조 밀어낸 후발주자 '펌프'

 2015년 안다미로의 신작 '펌프 잇 업 2015 프라임'
 2015년 안다미로의 신작 '펌프 잇 업 2015 프라임'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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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의 한 오락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이 오락실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에는 DDR뿐 아니라 펌프잇업(이하 펌프)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펌프는 DDR이 인기를 끌자 출시된 유사게임기다. 소위 'DDR 짝퉁'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16년이 지난 지금, 과연 둘 중 어떤 것이 살아남았을까. 오락실에서 1시간 정도 지켜본 결과 승자는 '펌프'였다. 서너 명의 손님들이 찾는 펌프에 비해 DDR에는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후발주자가 원조를 밀어낸 것이다.

이 오락실의 매니저는 "DDR은 가끔 마니아들이 찾는 것 빼고는 펌프 쪽이 인기가 더 있다"며 "한 게임당 DDR은 1000원이지만 펌프는 500원인 것도 한몫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처음 오는 어린 학생들은 펌프의 경우 익숙한 한국가요가 나오니 시도를 해보지만 DDR은 외국곡만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손이 안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나미의 디디알은 일본 애니매이션 주제곡 등 외국곡으로 구성된 반면, 안다미로의 펌프에는 국내 가요들이 수록되어 있다.
 코나미의 디디알은 일본 애니매이션 주제곡 등 외국곡으로 구성된 반면, 안다미로의 펌프에는 국내 가요들이 수록되어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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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는 1999년 DDR이 인기를 얻자 국내업체인 안다미로가 내놓은 게임기다. 펌프는 화살표의 방향이 대각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디디알의 게임 방식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 기기 자체의 모습도 디디알과 유사하다.

이에 일본 업체 코나미와 한국 업체 안다미로는 한때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0년 3월 코나미는 안다미로에서 개발한 펌프가 자사 DDR의 의장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법원에 게임기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안다미로도 미국서 코나미를 상대로 DDR이 펌프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안다미로가 코나미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화해금을 지급하면서 양사가 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 됐다.

한류 바람 타고 살아남은 '펌프'... 익숙한 가요 탑재도 큰 영향

 디디알 없이 펌프 두 대를 운영하는 신촌의 한 오락실. 이곳은 펌프를 즐기는 매니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디디알 없이 펌프 두 대를 운영하는 신촌의 한 오락실. 이곳은 펌프를 즐기는 매니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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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는 소송까지 하는 등 DDR의 인기를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펌프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현재 DDR은 전국 오락실 30여 곳에 구비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펌프는 200개 이상의 오락실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DR 없이 펌프 두 대를 운영하는 신촌의 한 오락실. 이곳은 펌프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김아무개씨는 펌프를 하기 전 삼각대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자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녹화한다. 반바지 반팔 차림에 수건과 물병도 챙겨왔다. 신발도 벗은 채 펌프에 올랐다. 김씨는 "녹화한 것을 보고 족보랑 비교하고 내 스코어를 인증도 해야 한다"며 "발판이 4개인 DDR보다는 5개인 펌프가 훨씬 역동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손창희 안다미로 개발팀장은 "가요를 탑재한 펌프는 한류 바람을 타고 중남미, 유럽, 북미 등에 활발하게 수출됐다"며 "이와 동시에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코나미사가 만든 디디알(DDR· 댄스댄스레볼루션)
 일본 코나미사가 만든 디디알(DDR· 댄스댄스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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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로서 자존심을 구긴 DDR도 최근 업그레이드 후 다시 국내 출시를 시작했다.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다. 2000년 '서드 믹스(3rd mix)' 이후 새로운 버전을 국내에서 출시하지 않은 코나미가 지난해 2월 업그레이드된 DDR을 출시했다. 게이머의 랭킹과 플레이스타일 데이터 등을 보존할 수 있는 이어뮤즈먼트(E-amusement) 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코나미 게임 퍼블리싱 업무를 맡고 있는 '유니아나'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면서 아케이드 게임인 DDR의 수요가 떨어졌다"며 "국내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로서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새로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지호 '모펀' 오락실 사장은 "DDR을 여전히 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요구로 국내 정식 발매가 추진된 것으로 안다"며 "DDR을 위해 일부러 일본을 오고가는 유저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음악을 기반으로 즐기는 리듬게임 중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코나미사의 유비트"라면서 "이러한 유비트도 DDR이 있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결국 DDR이 리듬게임의 조상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90년대엔 '스타택'만 있으면 부킹도 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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