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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OOO 수련관입니다. 텃밭강의를 부탁하려고요. 강사비는 얼마를 드려야..."
"기관에서 강사비 주는 기준이 있지요? 그것에 맞춰서 주시면 됩니다."

몇 년째, 도시농업 강의를 하고 있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이처럼 강사료를 미리 물어보는 곳은 대부분 '많이 줄 수가 없어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지만 개의치 않고 강의를 하러 다닌다. 돈을 떠나서 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이나 보조금을 받는 산하 단체와 민간단체들에서도 강사비는 제각각 다르다. 내부 규정이나 상황에 따른 기준을 존중하고 이해하기에 주는 대로 받는다. 그렇다 보니 왕복 서너 시간을 달려서 갔는데, 기름값밖에 안 되는 경우는 '너무하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금 더 받아서 기분이 좋을 때도 있어서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결과적으로 강사비는 대부분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평균치에 맞춰져 있다.

절반으로 깎인 강사비, 울컥했지만 참았다

텃밭강사 도시농업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텃밭강사 도시농업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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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2년 과정으로 어느 복지관에서 텃밭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때였다.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었다.

"선생님, 감사를 받았는데 강사비가 너무 비싸다고 반으로 줄이라고 합니다."
"왜요? 작년과 똑같은데... 무슨 이유로 깎으라는 거죠."
"아 그게..., 잘 모르겠지만, 그쪽에서는 너무 비싸다고 보는 것 같아요."

처음 계약할 때에 사업비를 보조해 주는 기관에서 정한 기준이라고 했었다. 인제 와서 줄이라니 잘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지급한 강사비에서 절반을 다시 회수한다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담당자는 매우 미안해했다. 복지관에서는 지급한 강사비를 다시 돌려받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돌려주는 것은 없던 것으로 되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강사비는 "절반만 지급하는 것에 동의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복지관을 탓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괜찮다"고 했다. 그런 일로 진행중인 프로그램을 그만두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강사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마도 감사에서 나에 대한 이력서를 확인하면서 학력에 비해 강사비가 비싸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학력에 따라서 강사비 차등지급

기관마다 각각 양식에 따라 이력서를 제출한다. 내가 하는 강의는 학력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일이라서 학력란은 비워놓고, 경력 위주로 작성한다. 꼭 학력을 넣어야 한다는 기관에만 사실대로 적어냈다.

정부조직의 산하기관인 OO센터 서너 곳에 몇 년째 강의를 다니고 있다. 작년에는 다른 지역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양식에 맞춰서 이력서를 보냈고, 강의를 며칠 앞둔 날에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강사비 책정하고 있는데 이력서에 '학위'가 없다며 "진짜"냐고 물었다.

그렇다면 "내부규정에 따라 시급으로 계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순간, 가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확 올라왔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력서 학력란은 채울것이 없고, 경력란은 채울것이 넘친다
▲ 이력서 학력란은 채울것이 없고, 경력란은 채울것이 넘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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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친 후 강사비 서류에 사인하면서 담당자에게 내부 규정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같은 강좌인데 다른 강사들과 형평성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자신이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했다. 시급으로 계산한 강사비도 수긍할 수 있을 만큼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학력에 따라서 강사비를 차등지급하는 것을 몰랐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때는 자존심이 무척 상했지만,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니 참기로 했다. 내년에 또 강의 의뢰가 오면 그때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며칠 전에 전화가 왔다. 발신자 이름을 보니 강사비를 차등 지급한 그곳이었다. 작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점잖게 거절하기로 마음먹고 전화를 받았다.

"OO센터입니다. 작년에 강의해 주셨는데 기억하시죠?"
"그럼요. 잘 지내셨죠. 올해도 하나요?"
"네, 작년에 선생님 강의가 좋았다는 평가가 많아서 또 연락드렸습니다."
"그래요? 올해도 똑같은 과목인가요?"
"네, 그리고 다른 과목도 하시더라고요. 네 개 정도 부탁드릴께요. 강의 시간도 1시간 정도 늘려서 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세요?"
"그럼요. 일정표 보내주시면 다른 일정과 겹치는지 확인하고 알려드릴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이 순간이 다시 오면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1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 과목도 아니고 네 과목을 그것도 한 시간을 늘려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미 계산은 끝났다. 그리고 자존심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들에게 노트북을 사 주기로 약속했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도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문득 아버지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덧붙이는 글 | 자존심 때문에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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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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