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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막말'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른 가운데, 이번엔 공무원들이 기자들의 기자간담회 현장 촬영을 막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사인 MBC경남은 지난 4일 창녕군청에서 열린 홍 지사의 기자간담회장 촬영을 공무원들이 막았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당시 기자간담회장에는 MBC경남 취재기자만 들어갔고 카메라 촬영기자는 들어가지 못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시군 순방의 사실상 마지막 순서로 지난 4일 고향인 창녕을 방문해 군청에서 '도정 현안 보고회'와 기자간담회 등을 가졌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시군 순방의 사실상 마지막 순서로 지난 4일 고향인 창녕을 방문해 군청에서 '도정 현안 보고회'와 기자간담회 등을 가졌다.
ⓒ 창녕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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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MBC경남이 지난 1월27일 홍 지사가 남해군청을 방문했을 때 했던 '거짓말 발언'의 녹음자료를 2일 공개한 것 때문에, 취재 방해 행위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남해교육장은 "홍 지사가 교육자는 모두 거짓말쟁이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지만, 홍 지사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 이건혁 창원대 교수)과 울산경남기자협회는 이번 취재방해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5일 각각 발표했다.

경남민언련은 '홍준표 지사, 더 이상 언론의 역할을 가로 막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창녕군 공무원과 경남도청 공보관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는 MBC경남 기자의 출입을 가로막았다"며 "지난 2일 MBC경남 뉴스데스크에서 홍지사의 '거짓말' 발언에 대한 녹음자료를 공개해 홍지사의 발언이 밝혀진 것과 연관된 것이라는 후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홍 지사는 과거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막기 위해 진주의료원과 관련하여 취재를 한 기자 두 명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하였고, 지방선거가 한창일 때는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보도된다는 이유로 지역일간지를 '찌라시 신문'이라고 막말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어떠한 의견과 사과의 기미도 보이지 않던 홍 지사는 이제 기자의 출입까지 막는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남 도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런 사태와 직면하여 최소한 유감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도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남민언련은 "만약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싫어하는 권력이 있다면,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싶어 하고,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나 자신만을 위한 정보만 제공하려고 할 것이므로 비정상적인 권력이 되기 쉽다"며 "도지사 자리는 경남도민을 권한을 위임받아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한시적으로 부여받은 공직자이므로 언론에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언론에 대한 차별과 통제 의도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홍 지사의 남은 임기동안 자치단체와 언론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며 "그렇지만 성공적인 도정을 운영하고자 진심으로 바란다면 하루 빨리 지역 언론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남울산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경남도와 창녕군에 대해 "도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취재 방해 진상을 밝히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최근 홍 지사의 시군 순방에서 논란이 된 발언을 집중보도한 MBC의 취재를 막으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며 "취재진을 입맛대로 고르고 공개도 제멋대로 하겠다는 안하무인 형태로 도민의 알권리를 짓밟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홍 지사 취임 이후 계속되는 지역언론에 대한 무시와 비하를 참아왔지만 물리력으로 취재를 방해한 이번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독재정권 하에서나 있었던 취재 방해와 언론탄압이 2015년 이곳 경남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창녕군수 처음엔 '모르는 일'이라 했다가 뒤에 사과

MBC경남에 따르면, 지난 4일 공무원들이 기자간담회장의 출입을 막아 항의하자 창녕군청 관계자는 "알아보러 갔으니까 좀 있다가"라고 말했고, 당시 간담회장 입장을 요구하는 취재진을 경남도 공보관까지 나서서 막아 결국 카메라 촬영기자가 들어가지 못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에 대해 질문하자, 홍 지사는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또 김충식 창녕군수는 "제가 막으라고 지시했겠습니까?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라고 답했고, 기자가 "그러면 누가 막았습니까?"라고 질의하자 김 군수는 "그건 제가 모르죠"라고 말했다.

MBC경남은 5일 관련 보도에서 창녕군이 뒤늦게 취재진 출입을 통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MBC는 창녕군 기획감사실장이 "(도지사) 다음 일정들 때문에 카메라 (촬영)하면 시간이 지체되고 그런 것 때문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하루 전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했던 김충식 군수도 뒤에 "군에서 일어난 일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까 군수로서 잘못됐다,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며 사과했다고 MBC는 보도했다.

MBC는 "기자간담회장 입구에서 창녕군 공무원 외에도 경남도 공보관이 MBC 카메라 기자의 출입을 막았지만, 경남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홍준표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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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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