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가상연애 프로그램 <나홀로 연애중>에서 1대 가상연인으로 출연한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

JTBC 가상연애 프로그램 <나홀로 연애중>에서 1대 가상연인으로 출연한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 ⓒ JTBC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화면 속에서 인사를 하자, 이를 보고 있던 네 남자의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번진다. 어느새 올라가 흔들고 있는 손이 부끄럽지만, 자꾸만 은지의 말에 대답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상하게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 남자들은 지금 '나홀로 연애중'이다.

JTBC 예능 <나홀로 연애중>은 1인칭 시점에서 찍어둔 VCR 속 여성과 가상 데이트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2012년 방송된 <상상연애대전>의 장점을 살려 토크쇼 형식과 시청자 문자투표까지 가미했다. 카카오톡으로만 사귄다는 10대부터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2030 세대까지 사랑을 포기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연애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MC인 가수 성시경, 배우 김민종, 그룹 크로스진 신과 게스트인 2AM 정진운이 화면 속 정은지와의 가상연애를 경험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볼 수 있는 퀴즈도 맞췄다. 정은지에 이어 소녀시대 유리, 다비치 강민경 등이 가상연인으로 '화면 속에서' 등장할 예정이다.

"몰입 가능할까 걱정했는데...정말 연애하는 느낌"

 JTBC 가상연애 프로그램 <나홀로 연애중>에 출연 중인 성시경.

JTBC 가상연애 프로그램 <나홀로 연애중>에 출연 중인 성시경. ⓒ JTBC


3일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나홀로 연애중> 기자간담회에 성치경 PD와 MC 김민종, 전현무, 성시경, 장동민, 신이 참석했다. 성 PD는 "러블리하지 않은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풍자를 해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 사랑스럽다기보다 웃기고도 슬픈 프로그램에 임한 출연진의 심경은 어땠을까. 성시경은 "소위 '병맛(어이없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가들은 우리가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는데, 녹화하는 동안 정말 연애하는 느낌이 들어서 속상하고 창피했다"고 고백했다. '독거노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민종 역시 "방송할 때는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불쌍해 보일 것 같다"면서도 "녹화가 끝나면 (가상연인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정도로 상황에 빠져든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서글픈 '나홀로' 연애를 하는 것이고, 그 재미는 뭘까. 성치경 PD는 "물론 끝나고 나면 허무하겠지만, 그때만이라도 여신 같은 분이 나에게 '오빠'라고 불러주고 밥을 먹여주는 상상은 누구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성시경은 "이게 연애의 대안이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연애에서 멀어질 수 있다"면서도 "몸에는 안 좋지만 맛있는 음식 같은 쾌감이 있다"고 거들었다. 

같은 '가상연애'를 다루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언급한 성시경은 "그 프로그램을 보며 성인 남녀가 연애를 시작했는데 키스 한 번 안 하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던 것처럼 우리도 예능의 리얼리티를 걱정했다"며 "시트콤 같은 <우결>에서 그들이 하는 게 연극이라면, 우리는 진짜 연애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남자들에게 환상 심어줄 수 있는 분 섭외하려"

 <나홀로 연애중>의 MC 장동민, 김민종.

<나홀로 연애중>의 MC 장동민, 김민종. ⓒ JTBC


이날 전현무는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선수권 대회> 녹화하고 왔는데, 여자 아이돌 사이에서 <나홀로 연애중>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며 "시크릿 전효성 등 너도 나도 가상연인으로 출연시켜 달라고 하더라"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가상연인의 섭외기준에 대해 성 PD는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사귀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분들,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분들을 섭외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1대 가상연인인 정은지에 대해서는 "연기력도 좋지만 털털하다"며 "가상현실이라는 포맷을 가지고 시작하면서, 근처에 있을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은지 양에게 있어 어렵게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연인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첫 회에서 정은지와의 연애 스타일이 나와 맞았다고 해서 '연애의 고수'라고 할 수는 없다.

전현무는 "은지까지는 패턴이 읽혔는데, (2대 가상연인인) 소녀시대 유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적응을 못했다"고 귀띔했다. 성 PD 역시 "연애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처럼, (가상연인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여타 연애를 다루는 프로그램과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장동민 또한, "다들 연애 스타일이 다르듯이 녹화하며 '내 짝은 따로 있다'고 느낀다"며 "성시경 씨가 모든 여자에게 다 맞춤형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반전의 재미도 있었다"고 전했다.

 <나홀로 연애중>의 MC 전현무, 성시경.

<나홀로 연애중>의 MC 전현무, 성시경. ⓒ JTBC


그렇다면 여성 시청자는 <나홀로 연애중>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없는 걸까. 전현무는 "여자들이 무슨 재미로 볼까 싶었는데, (다양한 연애상황에서) 남자 출연진의 반응이 은근히 공부가 된다더라"고 말했다. 성 PD는 "출연진을 남자로 한 건 여성 시청자들을 노린 것"이라며 "남자들이 화면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면, 대한민국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훤칠한 남자 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치경 PD는 여성 MC들이 출연하고 남성이 가상연인으로 출연하는 여성편 제작에 대해 "프로그램 반응이 괜찮다면 반대 버전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홀로 연애중>은 매주 토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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