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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다니엘 튜더 다니엘 튜더씨가 5일 서울 이태원 소재 자신의 가게에서 <오마이뉴스>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튜더씨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이었고,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 Korea : impossible Country)>의 저자이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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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해산, 한국 민주주의가 걱정스럽다"

-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느낀 '한국적 보수', '한국적 진보'는 어떤 것이었나?
"간략히 말해, 한국적 보수는 민주적 가치보다 개발이나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박정희주의를 숭배하는 사람이고, 한국적 진보는 한국적 보수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한 문장으로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렇다."

- 한국 보수와 진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핵심 철학이 빈약하고, 현재나 미래 비전보다는 과거에 의해 정의된다는 점에서 둘 다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버티기만 하면 되는 보수와 달리 발전된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을 설득해야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보수와 진보 모두 하향식(top-down)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보 학자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귀한 의견을 전파하는 듯한 한국의 토크콘서트 열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이야기만 듣지 말고, 혼자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다. 내 이야기도 듣지 마라. 진심이다!"

- 다른 칼럼에서는 "보수는 박정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진보는 1980년대 운동권 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가?
"한국 보수는 아직도 개발, 대기업 우선주의, 비민주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수'가 '비민주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한국 보수는 민주주의와 토론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진보의 경우 심리적 요인이 더 큰 것 같다. 그들에게 1980년대는 투쟁과 승리의 시대였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1980년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더 나은 한국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적과의 싸움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들은 물론 부인하겠지만,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는데 이 사건을 어떻게 봤나?
"해산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통합진보당이 딱하진 않다. 한국의 진보가 진일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통합진보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해산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언론 자유의 후퇴나 일부 정부 관료들의 사고방식을 감안하면 한국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일당 체제가 도래하는 상황도 쉽게 상상될 정도다."

- 보수 진영에서는 남북 분단과 대치 상황 등을 근거로 통합진보당이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통합진보당 같은 당을 다루는 방법은 그들의 진의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해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통합진보당의 진의가 드러나면 어차피 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개인을 처벌하면 되지, 당 전체 해산을 강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통합진보당은 더 많은 동정심을 이끌어낼 테니, 결론적으로는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

- 만약 영국에서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이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됐을 것 같은가?
"통합진보당은 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 상황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영국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영국에는 공산당에서 네오파시스트, 허경영 스타일의 정당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당이 존재한다."

"사회운동가로 변신하는 연예인이 유행할지도..."

- '북한 문제'가 한국 진보 진영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는데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렇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 '진보'의 정의에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한국은 민주화를 성취했고, 북한은 시대에 역행하는 잔인무도한 군주 국가라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상이 밝혀졌는데도, 일부 진보는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진보는 곧 종북이라고 생각하는 우파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북한을 싫어해야 마땅하다.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북한 문제에 포용적이면 진보고, 포용 정책에 반대하면 보수라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분단 상황은 특수 여건이기 때문에 진보-보수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 최근 초청받아 평양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한국 진보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북한 제재 정책에 반대하며 포용 정책의 핵심 아이디어에는 동의한다. 동시에 인권 문제나 시대착오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을 규탄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진보는 북한에 '호의를 베푸는 것'이 북한과의 관계 형성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한국이 한 수 져주고 들어가 동등하지 못한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 북한 정부는 다른 나라를 비난할 때 한 치의 주저함이 없는데도(매우 공격적인 언어로) 우리는 북한과 대화한다. 그렇지 않나? 한국도 똑같이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강제수용소, 고문, 연좌제 등을 비난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대북 정책과는 별개로, 누구든 필요할 때는 북한을 비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대북 포용 정책을 쓰든 강경 정책을 쓰든 한국이 미칠 수 있는 실질적 영향력은 어차피 미미하다고 본다."

-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북한을 여행한 이야기를 콘서트에서 얘기했다가 '종북 콘서트'라고 공격받고 강제출국됐는데 이 사건을 어떻게 보나?
"그녀가 안됐다고 생각했다. 신은미씨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냥 순진무구한 사람 같다. 물론 황선씨의 경우는 다르다. 어찌 됐든 북한을 '칭찬'하는 것이 정말 위험할까? 2015년 현시점에, 제정신이라면 신은미씨의 북한 옹호 발언을 듣고 '아!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인류학자 Sidney Mintz 교수와 인터뷰하는 다니엘 튜더.
 인류학자 Sidney Mintz 교수와 인터뷰하는 다니엘 튜더.
ⓒ 다니엘 튜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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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바람직한 보수? 잘 모르겠다"

- 칼럼에서 "합리적 진보주의보다 연관성 있는(relevant) 진보주의가 아쉬운 때다"라고 적었는데, '연관성 있는 진보주의'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 답의 상당 부분이 곧 출간될 책의 마지막 장에 담겨 있다. 책 내용을 너무 많이 공개하면 출판사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주야장천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대신 건설적이고, 면밀하게 도출된 진보적 경제 정책을 내세우는, 일종의 제3의 길을 표방하면서 복지를 투자의 프레임으로 제시하는, 사회 전반에 안전을 강화하는(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안보에만 치중하고 안전에는 소홀했다), 사회적 소수 및 약자의 권리, 동물 보호, 환경 보호 등을 제시하는 진보를 뜻한다."

- 소셜테이너인 가수 이효리가 '연관성 있는 진보주의'의 한 모델이라고 보는가?
"'소셜테이너'?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이효리씨가 핵심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고, 진정성 있는 행보로 느껴진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효리씨를 좋아한다. 그 또한 정치인이 갖지 못한 장점 아닌가!"

- 어떤 점에서 "앞으로 수많은 이효리가 나올 것이다"라고 예상하는가?
"보통 한국 연예인들은 일이 끊기거나 비난받을까 봐 소신을 잘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효리씨는 용감하게 나섰다. 연예인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제 나도 이효리팬이라고 자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가면서 한국에서도 서구에서처럼 사회 운동가로 변신하는 연예인이 일상화되고 심지어는 유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들이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좋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영국 사례를 보면 엔터테이너들이 정치에 관여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 당신이 만났거나 언론을 통해 접한 인물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보수와 진보의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바람직한 진보로는) 장하준 교수님을 꼽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며 인간적으로, 사상가로서 많이 좋아하는 분이다. 신자유주의경제를 반대하기 때문에 진보로 분류되면서도, 교조적이지 않다. 그분은 사회와 인간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분이다. 사회와 인간을 아끼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한국의 바람직한 보수? 잘 모르겠다. 대신 영국의 존 메이어 전 총리를 꼽겠다. 의외의 인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재임 시절에는 우파, 좌파 할 것 없이 모든 영국인이 메이어 총리를 싫어했지만, 돌이켜보면 사회와 국가의 통합을 위해 애쓴 합리적인 보수였다. 그런 점에서, 참기 힘든 존재였던 마거릿 대처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하하."

"이탈리아 '5성 운동' 같은 세력이 나와야"

 다니엘 튜더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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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한국의 제1야당과 진보 정당은 지리멸렬하다고 보는가?
"한국의 제1야당과 진보 정당은 스스로 새누리당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믿고, 새누리당 비판을 통해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매번 참패를 면치 못한다. 또한 선거를 치를 때 보면 평균적인 유권자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를 대상으로 유세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하지만 핵심 문제는 따로 있다.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철학은 어디 있는가? 그들의 신념은 무엇인가? 통합진보당은 두 부류의 매우 다른 유형의 정치인들이 한 데 묶인 이상한 집단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러 계파로 갈려 있다. 새누리당을 반대한다는 대명제 외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합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그런 면에서 나는 노회찬이나 심상정 등이 몸담고 있는 정의당을 꽤 좋아한다. 적어도 그들은 정체성이 뚜렷하고 표방하는 바도 분명하다. '중도' 정의당이 되면 훨씬 좋을 것 같다.

정당이라면 기본 철학이 있거나 또는 선거에서 이길 줄 아는 집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당으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새누리당은 둘 중 하나에는 해당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가?"

- 제1야당과 진보 정당이 어떻게 해야 그 지리멸렬함을 극복하고 지지층을 넓혀 집권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상적으로는 기성 정치권 밖에서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5성 운동'처럼 인터넷과 각 지역 모임에 기반한 참신한 세력이 나와야 한다. 아마 진보 성향 정당이 될 것이다. 탄력이 붙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거나 새정치민주연합을 사라지게 만드는 거대 야당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또 가능하겠는가?"

- 조만간 한국 진보 정치에 관한 책을 낸다고 들었다.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는가?
"하하. 기자님이 물어본 질문들이 다 담겨 있다! 출판사가 나를 미워하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니엘 튜더의 한국인 친구인 송정화씨(통역사)가 이메일 인터뷰 영문 답변서를 번역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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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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