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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다리로 달려서 미국을 횡단하는 재미동포가 있다. 1990년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뉴욕에 살고 있는 강명구씨다. 4개월여가 걸릴 이 미국 횡단 마라톤에서 강씨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한다.

강씨는 2월 1일 아침,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시작해 12개의 주를 거쳐 5월 말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다. 서울과 부산을 5번 왕복하고도 한 번 더 부산을 갈, 5100킬로미터가 넘는 먼 길이다. 4개월여의 대장정에 필요한 생필품은 카트에 담아 밀면서 달릴 예정이다. 카트는 '남북평화통일' 문구를 넣은 한반도기로 장식했다.

미 대륙을 달려서 횡단하는 강명구씨. 생필품을 담은 카트는 '남북평화통일' 문구를 넣은 한반도기로 장식했다.
 미 대륙을 달려서 횡단하는 강명구씨. 생필품을 담은 카트는 '남북평화통일' 문구를 넣은 한반도기로 장식했다.
ⓒ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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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하루 전인 지난 1월 31일, LA에서 강명구씨를 만났다.

- 차로 미 대륙횡단을 하는 것도 일 주일이 걸릴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달려서 미 대륙횡단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미국으로 이민 온 후 근 25년 동안 제대로 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생업에 매몰되어 살았다. 최근 그동안 해오던 사업을 접고 본의 아니게 실업 상태가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행가방을 풀어서 정리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인생 여정길에 나설 여행가방을 꾸릴 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는 살아남기 위하여 나 자신을 지우고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 한국 나이로 59세라고 들었다. 체력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일인데 그동안 준비는 어떻게 해왔나?
"젊은 시절에는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몸이 약했다. 나이 50이 넘어 달리기를 시작해 꾸준히 마라톤을 해왔다. 30여 차례 마라톤 완주를 했고, 50마일(80.5km) 산악 마라톤을 2차례 완주했다. 특히 이번 대륙횡단을 위해 20여일에 걸쳐 특별한 훈련을 했다."

- 그냥 달리는 것도 힘들 텐데 생필품을 실은 카트를 밀면서 달린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좀더 자세하게 말씀해달라.
"마라톤으로 미국 횡단을 할 때는 보통 차량으로 지원하는 팀이 같이 가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럴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어서 지원팀 없이 혼자서 하게 됐다. 처음엔 배낭을 메고 뛸 계획이었으나 최근 유모차를 개조한 카트를 가지고 뛰면 좀더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마라톤 풀코스 거리를 달릴 예정이다. 4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 카트를 '남북평화통일' 문구를 넣은 한반도 기로 장식한 것을 보았다. 이번 행사에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모두 알다시피 올해가 조국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잊혀져 가는 통일이라는 화두를 다시 끌어내는 불씨를 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신은미씨에 대한 종북몰이를 하는 한국사회를 보면서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양 극단의 20%를 제외한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분명히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던져 버리면서 국가와 민족의 일에 나설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민들레 꽃씨가 날아들 듯 무관심한 일반 시민들에게 불씨를 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강명구씨는 소위 이산가족이다. 그의 할머니는 시집 간 딸만 북에 남겨둔 채 한국전쟁 직전 온 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어려서부터 딸을 걱정하며 늘 기도하는 할머니를 보고 자란 강명구씨의 마음 한 켠에는 통일에 대한 불씨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강씨는 이번 미 대륙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파리에서 시작해 유라시라 대륙을 횡단하는 마라톤을 해보고 싶다는 담대한 포부도 밝혔다.

그가 얼마 전 한 SNS에 올린 '비빔밥 통일'의 일부를 소개한다.

남북통일은 70년간 분단된 이질적인 것들을 한군데 버무려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담대한 도전이요, 이 시대의 최고의 과제이기도 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화합하고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덮어가면서 따뜻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평화통일의 핵심은 존중과 극복이다. 우리와 다른 북한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문제점과 한계를 함께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 다름에 대하여 너그러워져야 한다. 서로 다름은 옳고 그름의 관계가 아니다.

서로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이다. 서로 다른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모여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게 된다. 그 다양성으로 우리는 웅장하고 새로운 인류역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남이 다른 것을 찾아내던 눈으로 동질성을 찾아내고 다른 것을 밀어내는 가슴으로 그것을 보듬어 안는 따뜻한 가슴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한반도의 모든 이질적인 것들과 결코 한자리에 섞일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을 비비고 버무리고 섞고 삶고 발효를 시키는 대통합의 비빔밥 통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태그:#강명구, #평화통일, #분단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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