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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실무사들은 지난 23일 께부터 경기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 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실무사들은 지난 23일 께부터 경기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 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전국교육공무직본부경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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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을 보면서 장그래의 처지가 바로 나구나 생각했어요."

오는 28일부로 해고된다는 통보를 받은 한 혁신 실무사의 하소연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재정부족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자 무더기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말 기간제 교사를 대폭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경기도교육청이 이번엔 '혁신실무사'를 대량해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해 말 재정난을 이유로 보건·특수교사 등 기간제 교사 1289명을 감원해 564억 원의 인건비 등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해당 기간제 교사들이 강력 반발하며 논란이 일었고 이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번엔 재정악화를 이유로 올해 혁신학교 운영경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하고 운영경비를 업무보조원 등의 인건비로 편성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약 229명의 혁신실무사를 계약이 끝나는 대로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혁신학교들은 최근 교육청 지침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있는 혁신실무사 들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혁신실무사들은 지난 23일께부터 경기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 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실무사'란 혁신학교 행정보조원을 말한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교사들의 행정 업무 경감을 위해 채용한 인력이다. 혁신실무사들은 "혁신학교 사업에 몸 바쳤더니, 이젠 헌신짝 취급을 한다"라고 서운함을 표시하며 '계속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오는 28일부로 해고 된다는 통보를 받은 김 아무개 혁신실무사는 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정도 통하지 않고...열심히 일하고 팽 당하는데 유쾌할 수는 없죠"라며 "(혁신실무사가 어렵다면)일반 행정실무사 등으로라도 계속 고용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차윤석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전국교육공무직본부경기지부'조직국장도 "혁신학교는 '혁신공감학교'라는 이름으로 확대 되고 있는데, 종사자만 해고당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혁신학교 운영비가 줄었으면, 학교 일반 운영비라도 들여서 해고를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년 초과 업무보조원 만들지 마라...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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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국장은 이어 "2년 초과 혁신학교 업무보조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기도교육청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라고 밝히며 "(이 문건을 작성한 것에 대해)강력하게 항의하고 사과 등을 요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문서에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무기계약직'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된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계약만료 등의 이유로 해고 할 수 없다.

차 국장은 "사기업도 아닌, 그것도 교육기관에서 이런 내부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와 행정 실무사들의 반발은 거세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재정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조대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기간제 교사들도 그렇고, 혁신실무사 역시 재정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상우 혁신학교 담당 장학관도 "2000~3000만 원 주는데, 이것가지고 인건비 주고 나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장학관은 내부문건에 대해 "내가 보낸 게 아니라 (어떤 문건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밝히며 "(만약 그런 문건이 있다면)돈이 없으니 앞으로 행정보조원을 채용하는데 주의 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교육청은 그동안 혁신학교에 1년차 1억 원, 2년차 8000만원, 3년차 7000만원, 4년차 6000만원, 재지정교에 4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신규지정교 5000만원, 기존 운영교 3000만원, 재지정교 2000만원으로, 절반만 지원한다. 경기도내 356개 혁신학교 중 약200개교에서 행정보조원인 혁신실무자를 고용하고 있다.  


태그:#경기도교육청, #혁신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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