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일 오후 인천공항은 엿 대신 꽃, 야유와 비난 대신 박수와 환호로 가득했다. 27년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뛰어난 성과를 올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귀국현장은 실망스런 과정과 결과로 큰 실망을 안겼던 작년 6월의 어느 날과는 사뭇 달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해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레버쿠젠), 이정협(상주상무), 김진수(호펜하임),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준우승의 주역들은 취재진들에게 둘러 싸였다. 특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떠나게 된 '차미네이터' 차두리(FC서울)는 한국축구의 영웅이 된 분위기다.

하지만 대표팀이 금의환향을 하는 가운데 '카타르 메시' 남태희(레크위야SC)는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수시로 자리를 옮겨가며 제 몫을 다한 남태희의 활약이 없었다면 한국 축구의 화려한 부활도 장담할 수 없었다.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 탈락한 남태희, 슈틸리케 감독에 의해 부활

남태희는 2007년 현대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레딩FC에 입단하며 큰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당시 레딩의 핵심 선수였던 스티븐 헌트(입스위치 타운FC)는 남태희를 보며 "지금껏 지켜본 어린 선수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남태희는 2009년 7월 만 18세의 나이에 프랑스 리그 발랑시엔FC와 계약을 하며 한국 축구 역사상 최연소 유럽 1군 무대 진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던 남태희는 발랑시엔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출전경험이 필요했던 남태희는 카타리그의 레크위야FC로 이적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3-2014 시즌에는 24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하며 레크위야의 우승을 이끌었고 리그 MVP후보에 오르며 '카타르 메시'로 명성을 날렸다.

대표팀에서도 남태희는 꾸준히 '엘리트코스'를 걸어왔다. 13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왔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오만과의 최종예선에서 15초 만에 골을 넣는 등 동메달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태희의 탄탄대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았다. 남태희는 자철(마인츠), 손흥민, 이청용(볼튼 원더러스FC), 김보경(전 카디프시티) 등에 밀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을 만나 남태희는 다시 반전을 맞았다. 카타르리그에서 감독생활을 하던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의 성실한 경기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작년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이청용 부상으로 윙어, 구자철 부상으로 중앙 미드필더 변신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꾸준히 대표팀에 소집된 남태희는 2015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주전 자리는 남태희에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한국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왼쪽 손흥민, 중앙 구자철, 오른쪽 이청용으로 탄탄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태희는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90분 내내 벤치만 달궜다. 하지만 부동의 오른쪽 윙어였던 이청용이 오만전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남태희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리고 남태희는 오른쪽 윙어로 나선 두 번째 경기에서 전반 35분 차두리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쿠웨이트전에서 임무를 완수한 남태희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교원(전북현대)에 밀려 다시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엔 중앙미드필더 구자철이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대회를 일찍 마감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부동의 주전이었던 구자철의 공백은 대표팀의 큰 전력손실이었다. 하지만 윙어와 중앙을 오갈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남태희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결국 남태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부터 호주와의 결승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대표팀의 중원을 지켰다.

비록 쿠웨이트전 결승골 이후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진 못했지만 남태희는 토너먼트 3경기에서 262분 동안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구자철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공식 수훈선수(Man of the Match)에 뽑히기도 했다.

아시안컵 전까지는 '어중간한 유망주'에 불과했던 남태희는 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청용과 구자철은 곧 부상에서 회복하면 남태희는 또 다시 힘겨운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후보 선수에서 윙어로, 그리고 다시 중앙미드필더로 활약한 남태희의 '3단 변신'은 이번 아시안컵의 선전을 논할 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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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울리 슈틸리케 남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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