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보태며 선두싸움에 불을 지폈다.

양철호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지난 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14, 25-19, 25-22)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블로킹 대결에서 11-5로 인삼공사를 압도하며 쉽게 경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고공배구를 이끈 선수는 현재 블로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거요미' 양효진이 아닌 '엄마 센터' 김세영이었다.

원조 블로킹 여왕, 세 번의 챔피언 등극 후 은퇴

부산 남성여고를 나온 190cm의 장신센터 김세영은 지난 2000년 드래프트 1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했다. 사실 나이로 치면 1년 먼저 실업팀으로 가야 했지만 고3 때 실적이 부족해 유급했다(입단 당시 이름은 김향숙이었는데 2003년 김세영으로 개명했다).

데뷔 초기 동갑내기 정대영이 장소연(이상 도로공사)과 함께 겨울리그를 호령하고 있을 때 김세영은 장신을 앞세운 블로킹 높이라는 장점을 제외하면 크게 돋보이지 않는 선수였다. 하지만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김세영의 존재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프로 원년 공격상(39.04%)을 수상하면서 인삼공사의 원년우승을 이끌었던 김세영은 2005-2006 시즌과 2008-2009 시즌 블로킹 여왕에 올랐다. 김세영의 높이를 앞세운 인삼공사는 2009-2010 시즌과 2011-2012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팀으로 떠올랐다.

김세영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의 8강진출에 기여했던 김세영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의 은메달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연타 일변도의 공격력은 가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블로킹 높이와 감각은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큼 뛰어났다.

2010년 5월 동갑내기 회사원과 결혼한 김세영은 2012년 인삼공사의 세 번째 우승을 이끈 후 은퇴를 선언했다. 2012-2013 시즌 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른 김세영은 2013년 말 아이를 출산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V리그에는 동갑내기 정대영과 김사니(기업은행)뿐만 아니라 김세영보다 나이가 많은 장소연과 이효희(도로공사)도 왕성하게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은퇴 직전까지 V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로 명성을 날리던 김세영이 이렇게 배구공을 놓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복귀 시즌에 블로킹 2위 질주,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약

현대건설은 2013-201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주전센터 김수지가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센터 포지션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현대건설은 출산 후 쉬고 있던 김세영과 수차례 접촉해 설득작업을 펼쳤고 결국 김세영의 현역 복귀를 이끌어냈다.

김세영은 복귀 후 첫 대회였던 코보컵에서 세트당 0.76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그리고 V리그 개막 후에는 한 때 라이벌이었던 양효진과 막강한 '트윈타워'를 형성하며 현대건설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김세영은 이번 시즌 21경기에서 정확히 50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양효진에 이어 블로킹 부문 단독 2위(세트당 0.6개)에 올라있다. 팀의 수비로 연결되는 유효블로킹에서도 김수지에 이어 2위(세트당 1.4개)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인삼공사전은 김세영이 가진 높이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김세영은 이날 세 세트 동안 무려 7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인삼공사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특히 1세트 중반 백목화와 조이스 고메스 다 실바의 공격을 연속으로 막아내며 경기 초반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세영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수비력이다. 김세영은 발이 빠르다거나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큰 신장과 노련한 판단력으로 의외의 수비력을 선보이곤 한다. 팀 내 최고령 선수 김세영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김세영은 인삼공사전에서도 7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를 성공시켰다. 얼핏 대단하지 않아 보이지만, 센터 포지션의 선수는 후위에 있을 때 주로 리베로와 교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세영이 기록한 7개의 디그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폴리나 라히모바, 양효진, 황연주 같은 뛰어난 공격수들을 대거 보유한 현대건설에서 김세영이 공격까지 주도할 필요는 없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인 블로킹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한 김세영의 꾸준한 활약은 현대건설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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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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