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손관수 KBS 기자가 8대 방송기자 연합회장에 취임했다. 1993년 KBS에 입사한 손 회장은 외교안보 데스크와 상하이 특파원를 거쳐 현재는 국제부 소속이다.

취임을 앞둔 지난달 27일,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방송회관 내 방송기자연합회 사무실에서 손 신임 회장을 만났다. 연합회장 취임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회장 취임 각오 그리고 방송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손 신임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언론 공정보도 문제도 힘 쏟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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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관수 신임 방송기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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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기자 연합회장으로 취임하시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일단 제가 (1월) 12일부터 이쪽으로 와서 이전 회장님, 또 여기 연합회 식구들하고 서로 인사도 하고 교류도 하고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방송기자를 대표하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역할의 부담감, 책임감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어요."

- 회장 선출은 어떤 방식인가요?
"방송사들이 돌아가며 해요. 이번에 KBS에서 연합회장을 해야 할 차례가 되었는데 내부 논의에서 제가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고민 끝에 하기로 한 거죠."

-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때 어땠나요?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때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왜냐면 이전에 KBS 기자협회장을 거의 10년 전에 했고, 그 전에 조합 활동도 했었죠. 그 뒤에도 내부에서 새노조 활동도 거쳐 와서 지금은 후배들이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후배들이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여건이 여의치가 않아서 제가 맡게 된 거죠."

-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그동안 그런 활동을 해왔었기 때문에 제가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왜 하느냐' 뭐 이런 얘기는 없죠."

- 업무파악은 하셨나요?
"서로 얼굴 익히고 여기 돌아가는 일들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쪽에서 하는 일이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들이 참여해서 하고 있고, 학계와는 어떤 교류를 하고 있는지 얼추 파악하는 중이에요."

- 임기가 1년인데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실 계획이세요?
"1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죠. 지금까지 7명의 기자들이 회장을 역임하면서 상당히 조직을 잘 이끌어오고 발전시켜왔어요. 시스템적으로 잘 만들어 놓은 사업을 잘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교육 관련 사업, 기자들의 재교육, 국내 연수, 해외 연수 등의 사업을 좀 더 내실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조직을 꾸려가는 상황에서, 조직을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겠죠. 특히 언론유관 단체는 저널리즘 문제와 언론운동 차원에서 (활동을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대외적인, (예컨대) 언론의 공정보도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힘을 쏟아야 되겠죠."

- 현재 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방송장악 때문에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권력 비판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한국의 공영방송, 한국의 언론사들이 지금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속적으로 고민하며 싸워가고 있는 과정이지요. 목표라는 게 아직은 달성이 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공정방송의 확립, 공정보도의 확립에 대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KBS, MBC가 권력 비판을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어쨌든 그런 평가가 있고 어느 정도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두 방송사가 특히 그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내부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시작된, 인사를 통한 방송 장악 시도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기가 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활발히 목소리를 낼 생각입니다."

"김영란법 언론사 적용, 탄압 수단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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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관수 신임 방송기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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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이른바 '김영란법'이 논란이 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거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봐요. 우리 사회를 공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감시를 더 하겠다는 취지는 좋습니다. 권력을 향한 규제 장치의 하나이기 때문이죠.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사에도 이를 적용한다는 뜻은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언론사는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에 족쇄를 채워 또 다른 빌미를 만들어 언론 탄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KBS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KBS도 수신료를 올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랜 시간 동안 묶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KBS 수신료는 올려야죠. 특히나 지금은 공영방송의 재정 문제가 공영방송의 취재와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기에, 여기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됩니다. 수신료를 인상해서 그에 따른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 백 번 찬성입니다.

그런데 KBS, MBC, YTN 등 한국 방송들이 공정성 문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문제로 계속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또 수신료 인상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 (갖춰야 할) 기본 조건들, 이를테면 내부적인 공정성 확립 장치라든지 사회에서 요구하는 공영방송에 바라는 구비 조건들을 갖춰가면서 병행해야죠. 수신료 인상이 간접적인 세금 인상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 지난해 KBS 새노조가 파업을 했고, 사장도 바뀌었는데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주 비판적으로 보면 KBS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건 아니라고 봐요. 어느 다른 회사에 못지않게 내부에서 평기자의 목소리, 개선의 목소리,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MBC에서 예능PD인 권성민 PD가 SNS에 MBC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평가할 거예요. 자기 페이스북에 자기 의견을 제시한 건데, 그게 팩트가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해고'라는 단어를 문제 삼는다거나, 기존의 사장이 얘기한 걸 옮겼다고 해서 명예훼손으로 취급했죠. 너무나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해요.

MBC는 해고 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언론계가 많이 관심을 갖고 MBC를 견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BC 내부적으로도 힘들겠지만 개선을 하려는 싸움을 계속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MBC에 희망이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희망이 없다고 볼 수는 없죠. MBC도 한국 방송의 대표 주자로서 드라마와 뉴스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시절들이 있습니다. 내부적인 힘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MBC가 희망이 없다고 보지 않아요. 그런 저력들이 있기 때문에, 지난하겠지만 내외부적인 관심과 투쟁 속에서 결국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기자에는 방송기자와 함께 신문기자가 있는데 방송기자만의 매력이라 하면 무엇일까요?
"테크닉이 다를 뿐이죠. 방송기자만의 매력이라 하면, 신문기자보다는 (화면에 나오는 기자 개인이) 주목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를 더 기자로서 단련시키고 가꾸고 하는 데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 마지막으로 각오와 함께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을 제대로 진행시켜야 하겠죠. 그리고 방송기자들의 여러 가지 취재 여건, 복지, 재교육 등과 관련해서 구상했던 것을 제대로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는, 저널리즘이라는 게 요즘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수용하는 독자들의 문제도 함께 녹아있는 거거든요. 특히나 쌍방향의 시대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날카로운 독자가 많을수록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도 더욱 긴장하고 제대로 썼는지 고민합니다. 그런 독자가 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