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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학 특례 입학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왜 침몰한 것인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를 알고자 했습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 직후,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말입니다.

그러나 300일 가까이 지난 지금, 여전히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남은 것은 "그만하면 됐다"는 지탄뿐입니다. 진상 규명을 위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는 출범조차 못하고 공회전 중입니다. 침몰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이미 세월호 '탈출', 책임자들은 서서히 면책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 29일, 진도VTS 전 관제사들에 대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진도VTS 전 센터장ㆍ팀장 등 4명은 징역 6~8월과 집행유예 2년, 관제사 9명에 대해서는 벌금 200~300만원과 함께 징역 4월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참사 당일 오전 8시 15분부터 9시까지의 근무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가 기울기 시작한 시각은 오전 8시 52분이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 29일, 진도VTS 전 관제사들에 대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진도VTS 전 센터장ㆍ팀장 등 4명은 징역 6~8월과 집행유예 2년, 관제사 9명에 대해서는 벌금 200~300만원과 함께 징역 4월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참사 당일 오전 8시 15분부터 9시까지의 근무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가 기울기 시작한 시각은 오전 8시 52분이었다.
ⓒ 크리월드creworl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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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아래 진도VTS) 전 관제사들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지난 2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진도VTS 전 센터장·팀장 등 4명에 대해 징역 6~8월과 집행유예 2년, 관제사 9명에 대해 벌금 200만~300만 원과 함께 징역 4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형량 때문이 아닙니다. 해상 부실관제 때문에 골든타임이 허비됐지만 재판부는 참사 당일 오전 8시 15분부터 9시까지의 근무에 대해 직무유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선체가 기울기 시작한 시각은 오전 8시 52분이었습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선박의 급변침을 지목했습니다(이에 대한 의혹과 논란은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시 항적도를 보면 오전 8시 49분 44초부터 45초 사이에 선수의 각도가 199도에서 213도로 틀어졌다고 기록돼 있습니다(이 때문에 조타 과실이 아닌 외부 충격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항적도 누락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단 1초 사이에 14도가 틀어졌지만 진도VTS 관제사들은 세월호가 항로를 이탈했던 것도, 급변침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제주VTS와 진도VTS 사이의 유기적인 연락 체계의 부재로 세월호는 제주VTS에 구조 요청을 한 지 11분이 지나고 나서야 진도VTS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때까지 진도VTS는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선박 사고의 골든타임은 30분입니다. 침몰 당시 진도VTS 관제사들이 근무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광주지법은 그렇다고 합니다.

참사의 책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노후 선박 수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했던 해양수산부, 이윤을 위해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증축했던 청해진해운과 실소유주인 유병언 일가, 과적 운항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던 한국해운조합,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과 선원들, 탑승자들에게 퇴선 명령조차 하지 않았던 해경, 오보를 쏟아낸 언론,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정치 공방으로 비화시킨 새누리당 그리고 최종책임자를 자처한 박근혜 대통령까지.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없습니다.

책임 실종 293일째, 세월호에 남은 건 유가족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 때문에 탈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바다 속에 잠긴 승객이 304명입니다. 그러나 이준석 선장은 여전히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고 주장합니다. 세월호에 처음 도착한 해경 123정의 정장 김아무개 경위는 선장과 선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세월호 진입 지시를 깜빡 잊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참사에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잘못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정이 있었겠지', '사람이 실수하는 건 당연하지', '저 사람도 가족이 있을텐데' 이 같은 이유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하나 둘 면책시키다 보면, 잘못을 저질러도 벌을 주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는 반복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세월호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세월호에 남은 사람은 이제 유가족뿐입니다. 2월 2일 현재 책임 실종 293일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대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www.reframelive.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진도VTS, #광주지법, #책임,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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