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된 아들 스테판의 아빠 조코비치가 더 노련해졌다.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과 승부의 갈림길에서 집중하는 법을 정말로 잘 알고 있었다. 관중석에 자신의 챔피언 라켓까지 던져주고 코치석으로 달려간 노박 조코비치는 보리스 베커 코치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역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만들어준 은혜를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SNS에 아들을 위해 결승전을 뛴다고 밝혔던 노박 조코비치가 아빠로서의 약속을 지켰다.

디펜딩 챔피언 스탄 바브린카(스위스)를 풀 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고 올라온 1번 시드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 1일 오후 5시 30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어리나에서 벌어진 2015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6번 시드의 앤디 머레이(영국)를 3-1[7-6, 6-7, 6-3, 6-0]로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타이 브레이크... 계속된 장군 멍군

첫 세트부터 타이 브레이크 대결이 펼쳐졌다. 손가락을 약간 다친 노박 조코비치가 역전패의 위기에 몰렸지만 타이 브레이크 11번째 포인트에서 머레이의 포핸드 발리 실수가 눈에 띄었다. 이로 인해 6-5로 뒤집기에 성공한 조코비치가 끝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레이의 서브 받아치기가 네트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본 대회 5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는 2번째 세트 5번째 게임을 승부의 갈림길로 삼았다. 훌륭한 서브 리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여기서 시원한 스매싱 포인트로 러브 게임을 만들어버려 앤디 머레이가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 약 5분간의 관중석 소란이 있은 뒤 앤디 머레이가 전기를 잡았다.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것이다. 오른쪽 옆줄을 따라 뻗어나간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조코비치가 따라잡지 못하고 말았다.

이렇게 2번째 세트도 타이 브레이크가 만들어졌고 머레이가 7-4로 가져갔다. 1세트보다 8분이나 더 걸린 80분짜리 2세트였다. 이 경기도 멜버른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자정을 넘길 것 같은 모양새였다.

4번째 세트... 조코비치의 완벽 마무리

노박 조코비치는 3번째 세트 첫 게임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잃었다. 1번째 세트처럼 다리가 풀려 발목이 살짝 뒤틀린 것이다. 이에 피지컬 트레이너가 특별히 배합한 스포츠 음료를 받아 마신 조코비치가 뒷심을 발휘하며 다시 흐름을 틀어쥐었다.

조코비치는 3번째 세트 8번째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따냈다.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얻은 조코비치는 침착하게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 여기서 앤디 머레이의 3번째 서브 실수가 나왔다. 조코비치는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간단히 지켜내며 3번째 세트의 주인이 되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앤디 머레이의 마음이 급해진 장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신이 서브를 넣고 시작한 4번째 세트 1번째 게임에서 앤디 머레이는 긴 랠리에 부담을 느끼며 급하게 달려들었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쉬운 포핸드 스트로크 받아치기가 네트에 걸리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내친김에 머레이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4번째 세트 3번째 게임에서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조코비치가 작정한 듯 머레이의 세컨드 서브를 노렸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두 손 백핸드 위너를 반대편 코트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 넣은 것이다.

이 대회에서 3차례나 준우승(2010년, 2011년, 2013년)에 그친 앤디 머레이는 스트로크 맞대결에서 눈에 띄게 밀리기 시작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실력 차를 절감했다. 자신의 서브로 시작한 5번째 게임까지 내줬으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노박 조코비치의 챔피언십 포인트는 네트 가까운 곳에서 때린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었다. 머레이는 그 공을 받아넘기지 못했다.

2008년 호주 오픈테니스대회 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한 노박 조코비치는 이로써 대회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위업을 이뤘다.

이제 그는 이어지는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인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를 겨냥한다. 클레이 코트의 왕자라 불리는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아성(2010~2014년 5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조코비치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조건 중 하나 남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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