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식스맨이 중요하고 축구에서 교체 선수가 중요하듯 야구에서도 백업선수는 매우 중요하다. 140경기가 넘는 장기레이스를 주전 9명만으로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체력 소모가 심하고 부상위험이 높은 포수 자리에서 백업요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각 구단은 복수의 주전급 포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에는 이지영과 이흥련, 진갑용이 있고 넥센 히어로즈에는 박동원과 허도환이 있다. 중하위권팀에도 깅민호와 장성우(롯데 자이언츠), 정상호와 이재원(SK와이번스), 양의지와 최재훈(두산 베어스) 등 복수의 포수가 주전경쟁을 하거나 주전-백업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으며 강팀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는 LG트윈스는 최경철의 뒤를 받칠 백업 포수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이는 바꿔서 생각해 보면 LG에 소속된 모든 포수들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현재윤의 은퇴로 무주공산이 된 LG의 백업포수

2011년 전까지 LG의 간판 포수는 단연 '앉아쏴' 조인성(한화 이글스)이었다. 비록 좋은 시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시즌도 있었지만 조인성은 1998년 LG입단 후 무려 14년 동안 LG의 주전 포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조인성은 2012년 SK로 떠났고 LG는 심각한 포수난에 시달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사용해 유망한 신인 포수를 영입하기도 했고 몇 차례의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자원을 데려 오기도 했지만 조인성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 최경철이라는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11년 동안 280경기 출전에 그쳤던 무명포수 최경철은 작년 시즌 무려 117경기에 출전하며 LG의 주전포수로 급부상했다.

비록 타율 .214 4홈런으로 타격 성적은 대단치 않았지만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포수로서 117경기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최경철의 공헌도는 대단했다. 특히 NC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533 1홈런5타점 2득점의 뛰어난 기록으로 시리즈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LG는 힘들게 발견한 주전 포수 최경철에게 160%가 인상된 1억3000만 원의 연봉을 안겼다. 그렇게 최경철은 LG포수진에서 유일하게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이 같은 연봉인상은 올 시즌 주전 포수도 최경철로 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LG는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포수진을 주전 최경철, 백업 현재윤으로 구성했고 올 시즌에도 이 체제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윤이 작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LG의 백업포수 자리는 다시 무주공산이 되고 말았다.

양상문 감독의 눈을 사로잡으면 잠실에서 활약 가능

36세 시즌을 맞는 최경철이 144경기에서 모두 주전 마스크를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LG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올 시즌 최경철과 함께 안방을 지킬 백업포수를 발굴해야 한다. 이번 LG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포수는 최경철을 포함해 총 4명.

표면적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1차 지명 출신의 4년 차 조윤준이다. 조윤준은 지난 2012년 2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LG에 입단했지만 3년 동안 1할 대의 낮은 타율과 어설픈 수비로 47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1군 경기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실패한 유망주'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강남은 서울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뽑혔던 유망주다. 하지만 작년 퓨처스리그 타율이 .111였을 정도로 타격에서 심각한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김정민 배터리 코치보다는 노찬협 타격코치의 집중지도가 필요한 선수다.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선택한 신인 김재성은 LG의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기대를 모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당장 올 시즌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키워야 할 선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양상문 감독의 눈에 들어온다면 1군 데뷔시기가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없지만 LG 포수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뛰어난 타격솜씨를 가진 35세 노장포수 윤요섭이다. 포수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경험'이라는 점에서 보면 지난 4년 동안 1군에서 258경기에 출전했던 윤요섭이야말로 가장 유력한 백업포수 후보다.

하지만 윤요섭은 1군이 아닌 2군캠프에 포함됐다. 새로 부임한 김동수 2군감독과 장광호 배터리코치로부터 약점으로 꼽히던 2루송구 동작을 교정 받기 위함이다. 만약 윤요섭이 '특별과외'를 통해 2루 송구가 보완된다면 백업 포수 자리는 윤요섭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경철 외에 믿을 만한 포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 LG의 큰 약점이다. 하지만 LG에 소속된 포수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분명 커다란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리는 선수는 올 시즌 이천 구장(2군)이 아닌 잠실 구장(1군)을 홈구장으로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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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트윈스 조윤준 유강남 윤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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