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1월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1월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이 이완구 총리 후보 검증 인사청문 특위위원에서 충청권 인사를 배제했다. 고심 끝에 참여 의사를 밝힌 박수현 의원(충남공주)도 빼기로 했다. 청문회를 '살살'할 것이라고 오해를 살만한 같은 지역 인사들은 제외했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새정치연합 스스로 당내 충청권 의원들이 '송곳 검증'을 할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검증'보다는 '지역정서' 우선 고려?

앞서 새정치연합은 충청권 출신으로 4번째 총리를 역임한 정운찬(공주) 총리 인사 청문회 때는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댄 바 있다.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위해 정 후보자의 고향인 충청도 출신 인사를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것.

실제 공격수로 충청권 출신 의원인 김종률 의원이 나섰다. 당시 자유선진당에서도 충청권 의원인 박상돈 의원이 청문특위 위원으로 나서 송곳 질의를 벌였다. 이를 통해 정 총리후보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총리 후보' 임을 입증시켰다. 두 사람 모두 인사청문회 이후 정 총리 인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에는 충청 출신인 이장우 의원, 박덕흠 의원이 포함됐다. '방패'를 자임한 충청권 의원은 넘치는데 '창'을 겨눌 지역 실정에 정통한 인사가 빠진 꼴이다.

이는 새정치연합 충청권 의원들이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해 '검증'보다는 충청권 동료 의원이라는 '지역 정서'를 우선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1월 26일 대전충청지역 일간신문인 <충청투데이>가 주관한 정·관계 대전·세종·충남 신년 교례회의 분위기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종행정지원센터 4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세종)은 "이완구 내정자는 충남 지사 시절 세종시 원안을 지키기 위해 사직까지 한 인물"이라며 "충청권 출신의 총리로 충청권 발전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석한 자당 소속 의원을 보며 "(인사 청문회에서) 절대 반대를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새정치연합 소속인 권선택 대전시장을 비롯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 변재일·양승조·홍문표·이장우·이명수·민병주·박수현·김제식 국회의원 등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두루 참석했다.

'충청 대망론'으로 충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이 총리 후보를 같은 지역 출신 의원이 나서 몰아 붙였다가는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 대표 후보가 '호남총리'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는데도 충청권 야당 의원 누구도 변호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려한 이 총리 후보의 공직 이력... 검증 더 철저해야 

이 총리 후보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홍성군청 사무관, 경제기획원 사무관, 홍성경찰서장, LA한국총영사관 영사, 충남·북 경찰청장을 역임했다. 홍성에서 제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자민련 대변인, 사무부총장, 자민련 원내총무를 역임했다. 이후 충남지사에 당선됐으나 지난 2009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이어 지난 2013년 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화려한 이력만큼 검증해야 할 요인도 많다. 이 총리 후보의 남동생과 이 총리 후보 충남지사 선거 당시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A씨는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던 모 회사로부터 충남도 산하기관인 충남개발공사의 공동시행사 참여를 위한 로비자금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범행을 벌인 때는 이 후보가 충남지사로 있던 지난 2008년이다. 여기에는 충남도청 공무원과 충남도 산하기관인 충남개발공사, 충남도의원이 관여돼 있다. 이 일로 충남개발공사는 최소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이 총리후보는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벌인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인사청문회는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 못지않게 국정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정책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도지사 재임 시절 추진한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그가 충남지사 시절 추진한 백제역사재현단지조성 사업은 지나치게 롯데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져 '롯데를 위한 사업'이자 '부여를 롯데에 바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지사 재임 시절 주요 실적으로 자랑했던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2008년)은 지난해 말 해제됐다. 

그는 또 지난 2008년에는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 계획을 밝히자 금강 살리기 사업비로 6조 9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시행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당시 이 충남지사는 대운하와는 무관한 순수 이·치수 사업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공주보와 부여보 시설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4대강 사업의 확장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업비 또한 정부가 4대강 사업 중 금강 사업비로 책정한 1조 7899억 원보다 5조 1481억 원이 많은 액수였다.

이 총리 후보가 도지사 퇴임 직전 경인주물공단조합 등 23개 주물기업과 체결한 양해각서(2009년 11월)는 충남 예산과 당진 지역 주민들에게 지금까지도 큰 상처가 되고 있다. 분진과 악취, 소음 등 환경오염이 예견되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친환경농촌마을 인근에 조성하기로 협약했기 때문이다. 예산주물단지 반대 주민투쟁위원장은 마을 앞 주물단지 입주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병을 얻어 지난 2013년 사망했다.

태안 '안면도 관광지개발 사태 비상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는 이 총리 후보의 책임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지사 재임 당시 우선협상(1순위) 업체의 자격을 박탈하고 후순위 업체를 선정해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종시 원안 위해 지사직 사퇴했지만, 탈당은 '못해' 

이 후보가 충남지사직을 중도 사퇴한 이유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문이다.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공언해 오던 그는 임기 6개월여를 남겨둔 지난 2009년 12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그는 사퇴를 선언하며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도민의 상실감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해 싸워온 '행정도시 무산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이 지사는 원안 사수를 위한 충청도민 궐기대회에 단 한 차례도 합류하지 않았다"며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 말뿐인 '선언'만 했을 뿐 한 게 없다"고 혹평했었다. 이어 진정으로 세종시 원안 사수를 원한다면 "'지사직 사퇴'가 아닌 '한나라당 탈당'을 탈당하고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행정도시 사수 투쟁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끝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한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 지사를 향해 "세종시 문제를 기회 삼아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하려는 개인 플레이"라고 평했었다. 진 의원의 전망대로 그는 5년 여 뒤 새누리당 내에서 총리 후보로 내정됐다.   

1월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1월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 전 총리후보는 지난 2012년 11월, 대전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충청인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마움을 쉽게 잊는 사람은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부여전통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 지지연설에서 "충청도를 위해 몸 바쳐 일한 박근혜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보답해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분초별로 다 까발리는 게 온당하다고 보냐, 지구상에 그런 나라가 있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공개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대통령에게 쓴 소리,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정치연합이 '같은 지역 출신 의원'을 청문위원에서 배제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새정치연합과 청문위원 참여를 기피하는 새정치연합 충청권 소속 의원들이 스스로 '살살'할 것이라는 오해를 살만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태그:#이완구 총리후보, #새정치연합, #충청권, #세종시, #4대 강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