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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1일, '박심(朴心,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등장했다. 청와대가 당초 2일 예정됐던 국무회의를 하루 미루면서 국무위원으로 활동 중인 의원 3명(김희정·최경환·황우여)의 투표가 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이완구 새 국무총리 후보자조차 '이임사'를 위해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는 의원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분히 당내 친박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탈박(脫朴)' 유승민 의원과 '범박(凡朴)' 이주영 의원이 각각 '비박' 원유철 의원과 '친박' 홍문종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택하면서 친박 대 비박 구도로 굳어진 상황이다. 국무위원과 이완구 후보자의 경선 참여는 곧 당청관계 변화를 주장하고 있는 '유승민-원유철' 조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거꾸로 보자면, 이는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비선실세 의혹·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등 연이은 악재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당청관계 재정립이 이번 경선의 주된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이한 청와대로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보다 협조적인 원내지도부가 필요하다.

이주영 "위기 돌파한다고 대통령 밀쳐내면 안 돼"

지난 1월 29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주영 의원은 런닝메이트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홍문종 의원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지난 1월 29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주영 의원은 런닝메이트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홍문종 의원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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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의원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홍문종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는 친박, 비박이라는 계파 간 대결 아니라 우리 모두의 땀과 눈물로 탄생시킨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퍼즐을 맞추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대통령을 밀쳐내는 것은 위기 극복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오히려 위기를 키워 당청이 함께 벼랑 끝으로 향해 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자' 유승민 의원과 달리, 자신이 차기 원내대표가 돼야 청와대와 원만한 협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당청이 단결하면 총선에서 필승하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파열음을 내면 총선에서 필승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추락 중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갈등 없는 소통'을 통해 원상회복시키겠다고도 공언했다. 이 의원은 "당이 중심이 돼 당청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에 차단해 당 지지율을 40% 이상 유지하겠다"라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 유지되도록 소통과 화합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인 지적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라며 "저희들이 갖고 있는 긴밀한 소통의 역량으로 과감하게 대통령과 청와대의 변화를 이끌겠다"라고 다짐했다. "쓴 소리를 하더라도 (청와대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돼야 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비서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재신임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 추가 인적쇄신 요구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소통과 인사가 (현재 청와대의)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에 저도 견해를 같이 한다"라면서 "감히 말씀드리는데 저희들이 (그 같은 제언을) 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주영 원내대표 후보나 저 역시 여러분이 상상하지 못할 쓴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지만 밖에 나가서 '나는 쓴 소리를 하고 있으니 나는 잘 하고 있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들은 상대 후보와 달리 일부러 청와대와 각을 세워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또 그는 "인지도를 높이다거나 박수갈채를 받는 데 치중한 나머지 우리가 힘들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겠다"라며 "상생 가운데 쓴 소리도 필요하고 당청 간 연결고리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지금은 평시 아닌 전시, 제대로 된 당청관계 소통해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월 27일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차기 원내대표직 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월 27일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차기 원내대표직 출마를 선언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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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승민 의원은 "우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당청관계의 변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민심이 무섭게 이반되는 상황에 대해 거의 대다수 의원들이 걱정하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공감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평시가 아니라 전시"라고 말했다. 또 "지금이 평시라면 부드러운 리더십이 가능할지 모르나 위기상황을 돌파할 강력한 변화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쟁자인 이 의원과 자신을 차별화시켰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만 했던 것 아닌지 반성하고 당정청 모두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변화하겠다"라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정부와 청와대, 대통령을 적극 설득하고, 제대로 된 당청관계 소통을 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책위의장 후보인 원유철 의원도 "(지역구) 신년인사와 의정보고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의원들에게 민심을 전해들으니 위기 그 자체"라면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엇박자 정책, 국민이 동의 못하는 정책이 발표되고 번복되면서 정부와 당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무겁게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모든 정책의 출발은 민심의 바다 한 가운데 있는 당이 중심이어야 한다"라면서 "설익은 정책으로 혼란과 혼선을 끼치지 않도록 당정협의를 정례화하고 민생현장으로 달려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도 '변화'를 계속 강조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관련, "지난 2년간 대통령께서도 잘 하시지 못했고 우리 당도 잘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박근혜 정부와 우리 당이 성공하려면 지난 2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과감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원 의원 역시 "지지율 하락은 인사·정책 관련한 소통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적극 설득하고 국민감정과 괴리된 정책은 아니라고 하면서 함께 해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무회의 연기 등에 따른 박심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경선을 하루 앞둔 지금, 정면 충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유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경선에 참여하는 문제는 지금 답변드릴 성질이 아닌 것 같다"라면서 "그 분들이 투표권이 있고 과거에 참석한 적도, 안 한 적도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런 문제로 박 대통령께서 국민들에게 오해를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즉, 국무위원들이 경선에 참여하면서 굳이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었다.

국무위원·이완구 총리 후보 투표 참여 여부 두고 갈등 고조

한편, 양 측의 신경전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오찬간담회에서도 계속됐다.

유 의원 측은 국무위원들과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투표 참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여야 간 첨예한 법안을 투표하는 자리도 아니고 당내 경선인데 국무위원들이 자리를 비우고 참여하는데 국민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까"라고 반문했다. 국무위원들의 투표 참여에도 '유승민-원유철' 조가 승리한다면 오히려 후폭풍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다만, 유 의원은 "(국무위원 투표 참여에) 뭐라고 한다면 그들이 내 편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이 의원 측은 '유 의원이 당선되면 당의 분열이 시작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의원들을 만나보면 과거 열린우리당 때 얘기를 한다"라며 "(열린우리당 때) 당청관계 갈등 불거지고 모든 선거에서 다 졌다, 콩가루가 돼서 선거 이긴 적 없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부부싸움을 문 열어놓고 하는 집안도 있나"라면서 "나도 사무총장 할 때 언론에서는 아부한다고 했지만 그 때 아래에서 쓴 소리 많이 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완구 후보자의 투표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양 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현재 '캐스팅보트'로 부각된 충청권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 측은 이 후보자의 투표 참여를 적극 원하는 모양새다. 홍 의원은 이날 간담회 후 농담조로 "이 후보자 내일 투표하러 반드시 와야 한다, 나와 15대 국회 동기"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태그:#유승민, #이주영, #이완구, #박근혜, #원내대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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