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실바가 멋진 승리를 거두며 '투신'의 부활을 알렸다.

UFC 전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183 대회 메인이벤트 미들급 매치에서 '악동' 닉 디아즈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었다.

2013년 12월 크리스 와이드먼과의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던 실바는 재기전에서 멋진 승리를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가족들과 상의하겠다'며 성급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독설과 도발의 대가 디아즈가 얌전해졌다

디아즈는 상대가 결정되면 경기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상대를 도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3년 3월 당시 웰터급챔피언이었던 죠르쥬 생 피에르(이하 GSP)와의 타이틀전을 앞두고는 두 선수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디아즈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던 GSP의 과거까지 언급하며 끊임없이 GSP의 실력을 폄하했다. 평소 신사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GSP도 "이번 경기에서 디아즈를 은퇴시켜 버리겠다"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스포츠맨십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디아즈의 말과 행동은 분명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종합격투기는 실전 격투기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조화된 스포츠이고 서로의 감정 대립으로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독설과 도발을 거듭하는 '악동' 디아즈가 언제나 인기 파이터로 군림하는 이유다.

하지만 UFC183에서 실바와의 미들급 매치를 앞두고 디아즈는 '순한 양'이 됐다. UFC 미틀급 타이틀 10차 방어에 성공한 '전설' 실바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다. 28일로 예정된 공개훈련에 불참한 것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디아즈가 벌인 최대의 '기행'이었다.

경기 하루 전에 열린 계체 행사에서도 디아즈는 어떤 도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체를 마친 실바와 파이팅 포즈를 취한 후 선전을 다짐하는 포옹을 나누기까지 했다. 계체를 통과한 후 난투극 직전까지 갔던 GSP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정강이뼈 골절이라는 커다란 부상을 극복하고 13개월 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온 실바의 표정은 다소 긴장돼 있었다. 하지만 이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옥타곤의 살아있는 전설'다운 위용을 잃지 않았다.

도발에 흔들리지 않았던 실바, 경기 후 승자를 안아준 디아즈

디아즈는 경기 직전 실바와 글러브를 맞대며 존중의 뜻을 나타냈지만 정작 경기가 시작되자 다시 본연의 캐릭터를 되찾았다. 가드를 내리고 끊임없이 말을 걸며 실바를 도발하기 시작한 것. 심지어 실바 특유의 행동이나 자세를 흉내내기도 했다.

실바 역시 전성기 시절 선보였던 현란한 팔동작으로 관중들을 흥분시켰고 긴 리치를 앞세워 디아즈의 안면에 여러 차례 정타를 적중시켰다. 특히 부상을 당했던 왼발킥을 자신 있게 구사하며 부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났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2라운드까지 탐색전을 벌이던 실바는 3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디아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장난스럽게 실바를 도발하던 디아즈 역시 진지하게 가드를 올리며 실바의 공격에 대항했다.

4라운드 후반부터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디아즈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신의 안면을 내밀며 다시 실바를 강하게 도발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전진스텝을 밟으며 오히려 실바를 거칠게 압박했다. 하지만 노련한 실바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실바는 경기 후반 플라잉니킥에 이은 왼발 돌려차기로 디아즈의 기세를 멈추게 했고 정확한 펀치연타를 통해 디아즈의 안면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화끈한 KO가 나오진 않았지만 실바와 디아즈는 경기 내내 서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결국 실바는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실바는 판정 결과가 나온 후 옥타곤 바닥에 누워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큰 부상을 극복하고 돌아온 첫 경기에서 승리한 만큼 여러 감정이 교차했을 터.

우는 실바를 달랜 이는 디아즈였다. 디아즈는 누워있는 실바를 일으켜 세우고 실바와 포옹을 나눴다. 비록 경기 중에는 온갖 도발을 서슴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디아즈의 스포츠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승리한 경기였다"며 '악동'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한편 켈빈 가스텔럼의 개체 실패로 계약체중 경기로 진행된 타이론 우들리와 가스텔럼의 준메인이벤트 경기는 예상과 달리 지루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경기는 우들리의 2-1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관중석은 야유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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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83 앤더슨 실바 닉 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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