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을 당시 일부 축구 팬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으로서는 한 팀에 오랜 시간 정착하지 못했던 데다, 최근에는 중동팀만을 주로 이끌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해 우려를 표하던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기왕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거면 더 좋은 감독에 욕심을 내 볼만 하지 않았겠냐는 것이 일부 팬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지금의 반응은 어떤가? 그는 '갓틸리케'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축구 팬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고, 그를 선임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분위기다. 이러한 성원 속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단기간 이끈 대한민국 대표팀을 아시안컵 결승까지 올려놓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분명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해 우려를 표하던 일부 팬들의 반응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든 이들이 아낌없이 그에게 신뢰를 보내주는 분위기다.

무엇이 그에 대한 축구 팬들의 신뢰도를 높였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를 '갓틸리케'로 만들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는 우리의 축구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좋은 감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마다의 기준은 다양하다. 일부 사람들은 전술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감독을 좋은 감독이라 표현할 테고, 그밖에 교체 카드를 잘 활용하는 감독, 선수단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감독, 선수단을 장악하며 팀이 자신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호랑이 감독 등 각자의 기준은 다르다.

그러나 공통으로 잘 이기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라는 점에선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같이할 것이다. 결국 축구는 이기는 게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의 기준을 더하고 싶다. 특히 대표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데,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은 그 나라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좋은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아마 이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한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K리그 클래식 경기장은 물론이고,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내셔널리그, K3리그, 대학 축구 리그까지 가리지 않고 축구가 열리는 장소라면 어디든지 직접 찾아갔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한 그는 한국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분석하여 이를 극복시키겠다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생각. 접근법.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뜯어고치는 게 급선무다. 최대한 볼을 많이 점유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욕적 자세를 선수 개개인에게 주입하는 게 현시점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플레이해야만 선수뿐만 아니라 팀도 색깔을 낼 수 있다."

그동안 "골 결정력을 끌어 올리겠다", "수비력을 보완하겠다" 등 형식적인 인터뷰만으로 대표팀의 문제점을 꼬집었던 사례에 비해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엿보였다. 전반적으로 한국 축구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려는 열정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인터뷰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또한, K리그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싶다." 그의 조국인 분데스리가와 독일 대표팀의 관계처럼, K리그 역시 자국 대표팀에 선수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그는 한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한국에 머물며 생활했다. 한국 축구를 끊임없이 관찰했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한국 축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그의 진정한 노력이 일순간 그의 능력과 경력에 의심을 보내던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물론 잘 이기는 감독이 좋은 감독인 것은 사실이다. 잘 이기지 못하는 감독은 승부의 결과가 중요한 축구에 있어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 만큼은 우리가 감독을 평가하는 그 당연한 기준을 잠시 접어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언제나 최상일 수는 없다. 팀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난관에 봉착할 것이고, 이로 인해 가끔은 힘든 시기를 보내며 일시적인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축구 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믿음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한국 축구를 잘 이해하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좋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응원하고 싶다. 한 나라의 축구를 열정적으로 파고들고, 이해하는 감독이 대표팀을 맡게 되면 그만큼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으면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사실을 증명해줄 수 있는 유능한 감독이고, 또 이 사실이 증명되어야만 차후 대표팀 감독직을 바라보는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시선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올바르게 알고,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다면, 이것이 한국 축구의 꾸준한 성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써온 글을 펼치며 한국말로 코멘트를 남겼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하지만 필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슈틸리케 감독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시안컵에서의 만족스러운 성적을 넘어 우리는 우리 대표팀에 맞는 좋은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대표팀을 맡아 이 정도까지 열의를 보이는 감독은 쉽게 찾기 어렵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이 더욱 훌륭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잘 아는 감독이 결국 최고의 명장이다'라는 교훈을 얻게 됐다. 그리고 그 교훈이 한국 축구에 오래도록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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