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순희 시민기자는 울산 동구의 마을 도서관, 꽃바위작은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 누구나 오순도순 소박한 정을 나누는 마을 사랑방 같은 작은도서관.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께 전합니다. [편집자말]
도서관에 늘 나와 이렇게 큰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 새로운 큰 그림책을 만들어요~ 도서관에 늘 나와 이렇게 큰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2015년이 시작되면서 유난히 추위가 잦았던 한 달이 지났습니다. 울산 꽃바위 작은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의 방학도 마무리되면서 문을 열자마자 찾아오던 꼬마들의 발걸음이 한동안 뜸한 틈을 타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도서관 꾸미기에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새로이 들어가는 '빅북' 제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빅북 팀들의 모습이 그나마 추운 겨울을 제법 훈훈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얼릉 얼릉 하이소~ 그래야 새 봄 맞이 빅북 구연 공연을 함 할 거 아인교~"
"아따 그만 재촉하소, 샘~ 열심히 하루가 멀다하고 도서관 와서 만들고 있거든요?"
"그거야 알지마는... 얼릉 해서 새로운 작품을 애들한테 선보이고 싶어서 그라지요~"
"알겠심더. 그래도 이제까지 빅북 제작하던거에 비하믄 이번에는 그래도 쫌 빨리 진행돼서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암튼 방학 내내 도서관 와서 이거 우짜지요... 집에서 쫒겨나는 건 아닌가 몰라~"

올해도 이 책으로 많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네요~
▲ 보기만 해도 든든합니다~ 올해도 이 책으로 많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네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예전보다 빅북 제작이 빨리 진행돼 좋긴 한데 한편 걱정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그리고, 색칠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들 얼른 빠른 시일 내 책을 하나 더 만들고 싶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제가 밥을 먹지 않아도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어떤 작품이 어떤 식으로 탄생될 지 궁금한데, 빨리 새로운 빅북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랍니다.

"샘~ 그리고 올해는 빅북공연 일정은 따로 없는가요?"
"안 그래도 동부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째할까 생각 중임더... 샘들하고 의논도 해야 하고."
"올해도 빅북 공연을 해 달라고 하던가요?"
"네에~ 지난해처럼 해주면 좋겠다고 섭외가 왔는데... 우짤란가요?"
"일단 다른 샘들하고 얘기해 볼게요. 그래도 좋은 게 좋다고 하는 게 낫겠지요!"

지난해에도 한달에 한 번
울산 동구 공공 도서관인 동부 도서관에서 빅북 공연을 했는데 아이들 반응도 좋고, 도서관 측에서도 나름 괜찮았는지 올해도 한 해 동안 해 줄 수 있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한달에 한번 '사람책 빌려드립니다'라는 코너로 특별히 관외 대출을 해왔던 것인데, 빅북 구연팀에게도 보람되고, 뜻 깊은 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만간 선 보일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예전보다 더 두껍고 큰 책입니다~ 조만간 선 보일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우리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빅북 공연을 원하는 다른 지역이든 다른 도서관에서의 요청이 온다면 되도록 많이 다녀보고, 더 많이 빅북을 알려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다양하고 뜻 깊은 일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를 가져보자는 의지로 빅북구연팀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제게 공연 일정을 만들어 보라는 특명(?)을 하기도 했지요.

지난 토요일(24일)은 올해 들어 처음 동부
도서관에서 빅북 공연을 했습니다. 빅북 구연 선생님들 중에서 한 분이 부득이하게 빠지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제까지 대체 인력(?)으로 간간히 했던 제 역할이 올해부터 전담 역할이 생긴 셈입니다. 이거 좋아해야 할 지, 아니면 안타깝게 여겨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사투리가 심하다고 늘 배역에서 단역으로 출연시키더니 이제는 아쉬운지 저를 전격 중요 역할에 캐스팅(?)하게 된 빅북 구연 선생님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그날 그렇게 저의 첫 캐스팅 역할은 완벽히 소화해 냈습니다. 사실,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겠심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공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 동부도서관에서 빅북공연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공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아이고~ 우리 사서샘~ 의외로 잘 하네~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제법이네요!"
"그런가... 나도 왕년에 개그맨이 꿈이었는데 하하~ 이만하믄 완벽하~죠."
"하하 뭐 그거사 있어 보면 알겠지요~ 암튼 샘도 마이 좋아지심더... 오늘은 중간에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계속 그 장을 읽고 있어서 순간 당황했긴 했지만요~"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심더. 아무튼 부족한 저를 큰 역할 하게 해줘서리 일단은 감사함데이!"

잘 하다가 중간에 다음 장을 넘겨 대본을 봐야 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그냥 앞 장으로 다시 넘어가 읽었던 것이지요. 한 번씩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빅북 구연팀이 아니라 저 역시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 팀의 일원이 되어 매번 공연에 참여해야 한다니 부담감도 있고, 걱정도 됐습니다. 따로 대본 연습도 해야 할 지, 아니면 혼자서 동화 구연 연습을 해야 할 지 이제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활동 한 것을 보면 지칠 만도 하건만, 빅북 구연팀의 열정은 아직 진행중입니다.

새로운 빅북 구연팀으로 활동하게 된 저로서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역할을 잘 소화할 지 지금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도 가끔 등장하는 선비가 아니라 그림책 장마다 등장하는 총각이나 해설을 맡아 기분은 좋습니다. 더 재미있고, 더 기대되는 역할에 잘 적응해 올 한해도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암튼 올해도 샘들 덕분에 도서관이 즐거워질 것 같심더, 고맙구요~"
"뭐~우리도 즐겁고 나름 보람을 느끼니까 하는거지 안 그라믄 안 하지요~"
"우짜든동 제가 샘들 활동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보겠고... 주는 역할 잘 소화해 보겠심더~ 맡겨주이소~"

그동안 빅북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공연장을 빌려 큰 공연을 했어요~~
▲ 도서관아이들에게 빅북공연을 했어요~ 그동안 빅북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공연장을 빌려 큰 공연을 했어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빅북 구연팀과 점심을 먹으면서 새삼 이 분들이 도서관에 함께 있음으로 해서 얻는 게 무엇일지, 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이 하고 있는 지금의 모든 일들이 제대로 잘 이끌어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문화활동을 즐기며, 도서관으로부터 행복한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삶의 활력소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곳으로 잘 만들어가고 있는지 가슴 벅찬 고민을 했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고, 도서관에서 이런 고민 저런 고민 하고 있는 저와 더불어 자원봉사자들이 늘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빅북 구연팀의 새로운 그림책이 완성되는 날, 아주 근사한 소풍을 나가야겠습니다. 새로 만든 큰 책을 들고 말입니다. 기대되지 않나요?


태그:#빅북구연팀, #큰 그림책, #동화구연, #꽃바위작은도서관, #도서관견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