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의 박용택은 작년 시즌 124경기에 출전해 1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반면에 도루 실패는 9개로 도루 성공률이 55% 밖에 되지 않았다. LG 내에선 오지환(28개)에 이어 도루 2위였지만 전체 도루 공동23위, 도루성공률은 29위였다. 작년의 박용택은 결코 '좋은 주자'였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하지만 박용택은 2005년 도루왕에 오른 적이 있고 통산 284도루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도루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도루 시도 개수가 줄고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성공률이 낮아진 것뿐이다.

이렇듯 세월이 흘러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잃게 되면 그 선수의 이미지가 변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간 잦은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프로야구 최고의 꽃미남' 이범호(KIA타이거즈)처럼 말이다.

615경기 연속 출전의 철인, 실패로 끝난 일본도전

대구고 출신의 이범호는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 당시 이글스는 이강돈, 이정훈, 이상목 등 이씨 성을 가진 대구 출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했던 경우가 많아서 이범호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물론 이글스의 '대구 이씨 성공설'은 우스갯소리였지만 실제로 이범호는 한화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성장하며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게 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백업에 머물렀던 이범호는 2002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공수를 겸비한 프로야구의 대표 3루수로 군림했다.

이범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건강한 몸'이었다. 이범호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15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최태원(LG트윈스 작전코치)를 잇는 '철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8년 6월 기록이 끊어진 것도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되는 바람에 생긴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이범호가 더욱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었다. 이범호는 이 대회에서 한국의 주전 3루수로 나서 4할 대의 타율과 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9회말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터트리기도 했다.

2009년에도 12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84 25홈런 79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이범호는 시즌 후 FA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이범호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계약하며 일본 야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섬세한 일본야구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범호는 2010년 48경기에서 타율 .226 4홈런의 부진한 성적만 남긴 채 1년 만에 일본 무대에서 퇴단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범호의 선택지는 친정 한화가 아닌 KIA였다.

KIA 이적 후 부상과 부진, 더욱 중요해진 2015 시즌

이범호는 KIA에서의 첫 시즌 타율 .302 17홈런 77타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8월 허벅지 부상을 당하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이로 인해 최정(SK와이번스)과의 골든글러브 경쟁에서도 밀리고 말았다.

그리고 2012년 튼튼하던 이범호의 몸에도 이상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부터 손목과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던 이범호는 무려 91경기에 결장하며 KIA 포스트시즌 탈락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이범호가 가지고 있던 '철인'의 이미지가 사라졌음은 물론이었다.

재발위험이 높은 햄스트링에 부상이 생긴 이범호는 이후 특유의 역동적인 플레이를 잃고 말았다. 2013년과 작년 시즌 연속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하긴 했지만 2013년엔 타율이 .248에 그쳤고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팀 타율(.288)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약에 그쳤다(시즌 타율 .269).

이범호는 KIA이적 후 4년 동안 활약했음에도 1군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해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지 못했고 올 시즌 연봉도 5000만 원이 삭감됐다. 한때 최고의 3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최정이 86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것을 고려하면 이범호의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이범호가 올 시즌 종료 후 FA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선 올해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작년부터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이범호에게는 2년 연속 8위로 떨어진 팀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안치홍(경찰청), 김선빈(상무)의 입대와 이대형(kt위즈)의 이적으로 올 시즌 KIA의 성적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범호가 브렛 필, 나지완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힘을 불어 넣어 준다면 상위타선만큼은 KIA도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없다.

이범호는 한화 시절 꾸준한 성적과 성실함, 그리고 수려한 외모(?)로 야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선수다. 하지만 KIA 이적 후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하면서 과거보다 '안티'가 많이 늘었다. 올 시즌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중요한 시즌을 맞는 이범호가 다시 야구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던 '꽃범호'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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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타이거즈 이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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