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거포 중 하나였던 '두목곰' 김동주가 끝내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김동주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던 지난 해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나 두산 베어스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1998년에 OB 베어스에서 데뷔한 김동주는 17년 동안 베어스에서만 활약하며 '두목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7년 동안 1625경기에 출전하여 통산 1710안타와 273홈런 814볼넷 1097타점 851득점을 기록했으며 타율 0.309 출루율 0.406 장타율 0.514로 통산 비율 스탯에서도 정교한 기록을 남겼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5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0.353의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동주는 273개의 홈런 중 131개의 홈런을 홈 경기장인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기록했다. 다른 경기장에 비해 경기장 규모가 큰 잠실에서 홈런을 많이 기록하며 잠실의 홈런왕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국가대표에서도 간판 4번타자로 활약하던 선수였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금메달 멤버였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동메달 획득에 일조했고, 2002 부산 아시안 게임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획득에 한 몫을 했다. 2006년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1라운드 첫 경기인 대만 전에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부상을 입고 2라운드부터 정성훈으로 교체되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는 국가대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선수였다.

김동주는 2011년에도 120경기에 출전하는 등 최근에도 기량에서 큰 기복이 없이 활약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다른 사연들이 겹치며 2012년에 66경기, 2013년에는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4년에 김동주는 꾸준히 몸 상태를 관리하며 출전을 준비했지만 송일수 전 감독은 끝내 그를 1군으로 부르지 않았고, 김동주는 2014년에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자 두산에서는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지도자 과정을 제의했고, 김동주는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이며 이 제의를 거절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팬들에게 선수로서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두산에는 그가 선수로 뛸 자리가 없었고, 결국 두산은 그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후 신생 구단인 kt 위즈에서 그에게 입단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조범현 감독도 그를 영입하길 희망하면서 김동주와 kt가 협상을 진행하기는 했다. 그러나 서로 생각의 차이가 컸고, 결국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러면서 KBO의 2015 시즌 선수 등록 마감일인 1월 31일이 다가왔다. 물론 2월에도 선수는 구단과 계약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식선수가 아닌 육성선수(기존 신고선수)로 계약해야 하며 육성선수는 개막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빨라야 5월 1일부터 1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신분이다.

물론 현재 10개 구단이 모두 해외 전지 훈련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지금 계약한다고 해도 몸 상태를 맞춰 끌어올리기는 힘든 상황이었고, 늦게라도 1군에 합류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동주의 자존심을 감안하면 육성선수로라도 선수 생활을 연장할 가능성은 낮았다.

김동주가 성장하던 시절 두산 감독으로서 은사 역할을 했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도 그의 복귀를 위하여 다시 kt와 기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재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김동주는 협상이 결렬되던 시점부터 은퇴 가능성이 있음을 직감하고 준비를 시작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이렇게 두목곰은 두목 자리를 내려놓게 되었다. kt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베어스 한 팀에서만 활약했던 진정한 두목곰으로 남았고,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또 하나의 선수가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의해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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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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