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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그를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와 곧 개봉할 영화 <쎄시봉>으로 정우는 과거를 살았다. 이러다 복고 전문 배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 <히말라야>도 그런 분위기"라며 "'복고 전문'이라는 말이 부담스럽기 보단 매우 좋다"며 반겼다.
 
<응사> 이후 정우에게 여러 작품의 제의가 들어갔다. 하마평에 오른 작품도 있었고, 실제 출연할 거라고 기사까지 뜬 작품도 있었다. 대중의 입장에선 어떤 작품을 들고 돌아올까 궁금증이 커졌던 게 사실이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를 풍미한 포크 그룹 '트윈 폴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쎄씨봉>이었다. 1990년대에서 한껏 더 과거로 달려간 셈이다.
 
그 중에서도 그는 가상의 인물 오근태 역을 맡았다. 트윈 폴리오가 송창식(윤형주 분), 윤형주(강하늘 분)와 함께 오근태까지 합세했던 '트리오 쎄시봉'에서 나왔다는 상상 하에 만들어진 인물이다.
 
다른 이들이 현존하는 인물을 직접 만나 얘기도 나누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갔을 때 정우 입장에선 막막했을 수도 있었다. 허나 정우는 "진구가 맡은 이장희 역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그저 물 흐르듯 함께 어울려 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상상의 인물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노래와 기타 연습에 집중했었단다.
 
"1970년대 감성은 곧 부모님의 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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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 그대로 연기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로 표현하고 싶었죠. 손동작도 그렇고, 꾸미지 않은 채 다가가고 싶었어요. 극중 민자영(한효주 분)의 사랑을 원하지만 순수하게 표현되잖아요. 설정이 순수남이라지만, 살인마든 조직 폭력배든 전 똑같아요. 모든 건 제 모습에서 나오는 거죠.

 
효주씨가 우리 영화에서 뮤즈(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여신 같은 존재)로 나오는데 진짜 스태프 분들이 신경 많이 써주셨어요. 예쁘던데. (웃음) 저랑 붙는 장면이 많지만 대화는 오히려 많지 않았는데 캐릭터 적으로 서로 긴장감이 있어야 할 거 같더라고요. 저도 애드리브를 자제했습니다. 상대가 당황스러워 할까 봐요."
 
상대역과의 호흡도 중요했지만 또 하나의 과제는 김윤석과의 비교였다. 오근태는 2인 1역으로 젊은 시절은 정우가, 중년 근태는 김윤석이 각각 연기했다. 분량 상 젊은 근태가 비중있게 나오지만 정우는 "사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뒷부분이 길었다"며 "이야기를 김윤석 선배가 마무리하는데 오히려 내가 관객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이 컸다"는 속마음을 공개했다. 정우는 "촬영 현장에 왔을 때 김윤석 선배가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정리하면 정우가 이해한 <쎄시봉>은 음악 영화의 골격으로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청춘 멜로다. 송창식, 이장희, 윤형주, 조영남 등이 활약한 당대 음악을 두고 정우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진 않았지만 부모님에 의해 어릴 때 항상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연극 배우였던 아버지, 그리고 부산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항상 LP 판을 틀어놓으셨다"는 정우는 "특히 아버지가 음악을 워낙 좋아했고, 나 역시 그 음악을 들으면 마치 따뜻하게 집에서 맞이해주는 느낌을 받곤 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의 마음에 흐르는 감성은 곧 부모님의 소중한 유산과도 같은 것이었다.
 
"뜨려면 진작 떴을 것"..."공백 기간 있어 더욱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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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서른 작품 가까이 해온 그에게 '급격하게 부상했다'는 말은 다소 멋쩍어 보인다. '급부상'이라는 말보단 '뒤늦게 떴다'는 말이 어울린다. 뒤늦게 그의 존재를 알아본 대중의 시선에 다소 억울하진 않았을까.
 
"감사하죠! 영화 <바람>으로 대중, 관계자 분들에게 제 가능성을 조금 인정받은 것부터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주목받긴 했지만, 바로 작품을 못하고 4년의 공백이 있었어요. 사실 힘들었습니다. 뭐 늦은 감이 없지 않을 수도 있죠. 근데 대중의 관심과 인기는 제가 준비하고 배우로서 잘 갖춰놓고 있으면 언제든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목 받다가 찾아온 공백 기간에 기운이 빠지긴 했지만 오히려 도움이 된 겁니다. 뒤늦게 받는 사랑에 감사함을 더 느낀 거죠. 가족이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저 때문에 돈 많이 까먹었어요. 제가 배우 한답시고 뛰쳐나간 후 밥벌이를 못한 게 14년입니다. 대학 때부터니까 어마어마하죠. 게다가 예술대학이잖아요. 가족에게 죄송한 상황이 많았죠."
 
그래서 <응답하라 1994>는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작품이다. 정우는 "유연석도, 고아라도, 물론 인기가 많긴 했지만 지금 만큼의 사랑을 받던 시기는 아니지 않았나"라며 "서로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다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 남다른 존재들 같다"고 말했다. 정우는 "<쎄시봉>이 강하늘과 조복래라는 친구들게 역시 좋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마운 사람들이 있으니. 봉태규, 권상우, 현빈 등이다. 정우는 "상우 형은 여러 오디션에 절 추천해주기도 했고, 태규나 현빈은 배우 인생에서 고마운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정우는 "꼭 말하고 싶은 게 부산 친구들"이라며 운을 뗐다. "언제 봐도 변하지 않는 친구들, 절대 후진 아이들이 아니다"라며 대놓고 자랑에 나섰다. "좋은 사람들, 여기에 운이 좀 따라서 지금의 내가 있다"며 정우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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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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