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환호하고 있다.

지난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위한 최후의 승부에 나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반세기 넘게 아시안컵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한국, 개최국으로서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호주 둘 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더구나 양 팀 모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고 돌아온 터라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뜨거운 열기를 과시하듯 결승전이 열리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의 8만 관중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원정팀 한국으로서는 호주 홈 팬들의 일방적인 환호와 야유가 부담스럽지만, 이미 조별 리그 맞대결에서 이겨낸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고 기량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무실점 우승' 대기록 도전하는 한국 축구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전 전승, 7골 무실점으로 결승에 올랐다. 만약 결승에서도 무실점으로 승리한다면 대단한 업적을 세우게 된다. 역대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우승은 1976년 대회 챔피언 이란이 유일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6개 팀이 참가해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한국이 무실점 우승을 거둔다면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3개월 만에 한국 축구를 아시안컵 결승에 올려놓으면서 남다른 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 대표팀과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으나 지도자로서는 큰 성과가 없었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을 이끌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앞두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 이정협, 김진수 등 그동안 대표팀이 외면했던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이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듯 결승 진출에 큰 역할을 하면서 브라질 월드컵 부진으로 침체기에 빠진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었다.

더구나 결승전은 차두리의 마지막 A매치이기도 하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01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로 데뷔한 차두리는 지난 14년간 2002 한일월드컵 4강과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등 한국 축구의 가장 화려한 역사를 누렸다.

박지성, 이영표에 이어 차두리까지 대표팀을 떠난다면 한국 축구의 '2002 세대'는 정말로 마지막을 고하게 된다. 차두리로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아름답게 떠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특히 이번처럼 이청용, 구자철 등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대회 도중 이탈하는 악재 속에서도 한국이 끈질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승까지 오른 데는 차두리, 곽태휘 등 경험 많은 노장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더라도 큰 무대에서 위기가 찾아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더구나 호주와의 결승전처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경기는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유독 승부차기에 나서면 약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1988년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을 펼쳤으나,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해 아쉽게 우승을 놓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대회 이라크와의 준결승, 2011년 대회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승부차기로 패하는 등 '승부차기 울렁증'을 겪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전후반 90분 안에 승부를 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승부차기 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설욕 벼르는 '사커루' 호주, 그들의 약점은?

 2015 아시안컵 결승 한국-호주 기록 비교

2015 아시안컵 결승 한국-호주 기록 비교 ⓒ 윤현


객관적으로 보자면 의욕을 더 불태우는 쪽은 호주다. 조별 리그 맞대결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해야 하고, 개최국으로서 홈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하고 2011년 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강호로 떠오른 호주는 한국, 일본이 이끄는 극동 축구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 축구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던 아시아 축구 판도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호주는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1로 패하며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팀 케이힐, 로비 크루스, 매튜 레키 등 주전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시작했고, 한국도 간판 스트라이커 손흥민을 아꼈기 때문에 양 팀 모두 전력을 다한 경기는 아니어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더구나 8강부터는 중국, 아랍에미리트를 완파하며 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 강력한 우승 후보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서구의 체격 조건을 갖춘 호주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며 강력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호주는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2골을 터뜨렸다. 한국전을 빼놓고 모든 경기에서 2골 이상을 터뜨렸고, 특정 선수에게 골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10명의 선수가 골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 루트가 다양해 상대 수비진 입장에서 보면 매우 까다로운 팀이다.

특히 호주는 12골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서 터뜨렸다. 중거리 슛이 아닌 크로스나 중앙 돌파로 골을 터뜨려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또한 실점도 2골밖에 되지 않아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주의 강점은 역시 측면 돌파다. 좌우 날개를 맡은 크루스, 레키는 물론이고 좌우 풀백 아지즈 베히치, 이반 프라니치도 기회만 보이면 과감히 공격에 가담하며 쉴새 없이 크로스를 올린다. 여기에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에이스' 케이힐은 문전에서 골을 낚는 스타일이다.

반면 호주의 측면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그만큼 자리를 비울 때가 많다. 한국은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 이근호 등 빠르고 돌파력이 좋은 선수들이 호주의 수비 뒷공간을 최대한 공략한다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성용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고라는 것 보여준다"

슈틸리케 감독 '주장, 잘부탁해!'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 대 오만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전 입장하는 주장 기성용을 격려하고 있다.

▲ 슈틸리케 감독 '주장, 잘부탁해!' 지난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 대 오만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전 입장하는 주장 기성용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양 팀 사령탑과 주장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가 조별 리그에서 호주를 꺾었지만 결승전에서는 맞붙을 호주는 전혀 다른 팀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전 선수들이 빠진 호주를 이겼다고 해서 자칫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을까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우리 선수들이 확신을 갖고 최고의 기량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주장 기성용은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에 빠짐없이 출전하고, 4강에 올랐던 아시아 최고의 팀이라고 모두가 말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보다 더 많이 우승했다"고 지적했다.

기성용은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최고의 실력을 증명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이번 결승전은 한국이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한국과 맞설 '적장' 안제 포스테코글루 호주 대표팀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결승전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의 방식대로 싸워 승리했고, 결승까지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승전에서 보여줄 우리의 전략은 숨길 것이 없다"며 "한국을 압박하고, 기회를 잡지 못하게 막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은 선수들 개인보다는 팀으로서 매우 강하다"며 "한국은 팀으로서 일관성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조직력을 위해 많이 노력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2015 아시안컵 한국 축구 울리 슈틸리케 기성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