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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보안법 위반과 업무 방해, 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기 전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항공보안법 위반과 업무 방해, 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기 전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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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땅콩회항'의 책임이 조현아 부사장에게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 사건 당시 승무원들을 끈질기게 회유한 걸로 드러났다. 조 부사장 측은 거듭 사과하면서도 승무원들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30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여아무개 상무, 김아무개 국토부 조사관에 대한 2차 공판에선 대한항공이 회사 차원에서 승무원들에게 잘못을 돌리려 한 정황이 여러 차례 제시됐다.

이날 공판에선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넛을 봉지째 내밀었던 김아무개 승무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김씨는 자신은 '교수직을 보장하겠다'는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았고 검찰 조사 당시 허위진술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김씨는 회사 간부가 대신 작성한 경위서·시말서를 용인했고, 지인에게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 상무 변호인 : "경위서와 시말서를 쓰지 않으면 징계한다는 협박을 받았느냐"
김씨 : "경위서와 시말서는 내가 작성하지 않았다. 다른 팀장이 작성해주신 적이 있다."

재판장 : "증인이 지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단 회사는 다녀야 되고, 계속 거짓말 해야지 뭐… (조 부사장이) 소리 안 지르고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안 했다고 해야지 뭐'라고 했느냐?"
김씨 : "네."

박 사무장 "국가기관 위증 곤란" - 서 상무 "그게 무슨 국가기관?"

이날 재판에선 땅콩 회항 사건의 언론 보도 직후 국토부의 조사를 앞두고 이뤄진 박창진 사무장과 여 상무의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녹음된 대화를 종합하면, 여 상무는 '조 부사장이 규정을 제대로 못 지킨 승무원을 질책하며 매뉴얼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승무원들이 그걸 못 찾고 시간을 끌었다. 조 부사장이 준비가 안 된 승무원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고 박 사무장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식으로 말을 맞추려고 했다.

그러나 박 사무장은 "국토부는 회사와 다르게 국가기관인데 거짓으로 그러면 그 다음에 일은…"이라며 난감함을 표시했다. 또 "제가 결정한 일이 아닌데 결정한 거라고 하면…"이라며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 상무가 자꾸 회유하자 박 사무장은 울음을 터트렸다. 박 사무장은 "전 죽을 것 같습니다, 진짜…"라며 오열했다. "누가 죽은 게 아니잖아"라는 여 상무에게 박 사무장은 "저는 거의 죽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저한텐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어디 가서 말 한마디 한 적 없습니다, 어떤 승무원은 끝까지 네가 책임지라고 하고, 이게 뭔 꼴이냔 얘기까지 듣고 있고,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울면서 말했다.

"당신이 책임질 게 뭐 있어?"라며 박 사무장을 다독인 여 상무는 "자기들이 타깃이야? 부사장님이 물러나게 생겼어,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욕이라든지 술이라든지 이런 얘긴 절대 안 나오게 해"라며 "이번 일이 잘 수습되긴 어려울 거야, 잘 수습된다면 내가 잊지 않을게"라고 말했다.

그래도 박 사무장이 정부기관인 국토부 조사에선 허위 진술을 하기 어렵다고 하자, 여 상무는 "무슨 정부기관이야? (조사관으로) 김○○ 감독관 이런 사람 나오는 거야, 대한항공 있다가 간 사람, 거기가 무슨 검찰도 아니고"라며 국토부 조사에서 허위진술을 하라고 부추겼다.

거듭 사과했지만, 제출한 증거는 '승무원 탓'

이날 조 부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승무원 김씨에게 사과했고, 조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거듭 박 사무장과 승무원들에 사과했다. 또 박 사무장 등에게 결코 직간접적 보복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조 부사장의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는 조 부사장의 지시로 항공기가 이동한 경로는 항공로가 아니어서 항공보안법 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승무원들도 매뉴얼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증거도 다수 제출됐다.

조 부사장 측 변호인은 대한항공 객실담당팀장이 쓴 '매뉴얼에 대한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 사건 당시 승무원의 서비스 방법이 매뉴얼에 배치된다는 내용이다.

또 박 사무장이 KBS, SBS 등과 인터뷰한 내용도 제출됐다. 조 부사장이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이 비행기 못 가게 할 거야"라고 했다는 박 사무장의 말이 인터뷰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 측이 이같은 증거로 어떤 주장을 펼칠지는 다음달 2일 열릴 공판 변론과정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증거들이 승무원들의 업무숙지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회항 지시가 조 부사장의 잘못에만 기인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땅콩회항, #대한항공, #마카다미아, #승무원, #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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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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