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사고쳤어!"
"뭔데? 왜??"

어쩌다 보니 벌써 '불혹'이다. 공자께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칭한 불혹의 시기. 누군가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에 그리 말씀하신 것이다'라고 해석하지만, 나에겐 '쉴새 없이 흔들리는 유혹의 나이'인 모양이다. 이번에도, 너무나 쉽게 넘어가 버렸다.

자칭 축구 팬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온 지 20여 년. 하지만 솔직히 '아시안컵'에는 관심을 크게 두고 지내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출국하는 선수단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에 대한 응원보다는, 대한민국의 축구팀을 새로운 철학으로 가르치는 슈틸리케 신임 감독에 대한 응원이 더 컸다.

아니나 다를까, 예선을 통해서는 '승리'에 점수를 줄 수 있을 뿐,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경기를 치러냈다(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가 가장 중요한 진리임은 알고 있다). 하지만 8강전의 정규 경기 시간이 지난 후, 연장전에 들어가자 마자 손흥민 선수의 두 골을 만들어낸 김진수 선수와 차두리 선수의 멋진 어시스트가 말 그대로 터졌다. 아마, 이 장면이 나의 무관심을 '적극적인 관심'으로 바꾼 방아쇠가 됐나 보다. 이런!

결승전 보러 시드니갑니다!

해가지는 김해공항 결승전이 벌어지는 시드니를 향해 떠납니다.아자! 다녀올께요!

▲ 해가지는 김해공항 결승전이 벌어지는 시드니를 향해 떠납니다.아자! 다녀올께요! ⓒ 이창희


일주일 내내 친구들에게 유혹의 말을 던지고,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 무한 반복의 시간이 되풀이됐다. 휴가 시즌도 아니고, 미리 계획된 '사건'도 아니라서, 아무리 여유롭게 잡아도 1박 4일밖에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가능하면 무박 3일을 희망했으나, 31일의 결승전을 마친 후 타고 돌아올 비행기를 찾을 수가 없어, 그나마 하루의 휴가를 희생하기로 결정한 순간은 어찌나 '결연'했는지 모른다(한국 중계 시간이 오후 6시라고 경기가 마치면 오후 8시가 될 것이라 생각하다니, 부끄럽다).

그러나 이렇게 결심을 했음에도 과연 한 경기의 '열기'를 위해, 그렇게나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이 과연 '어른스러운 선택인가?'에 대한 갈등은 쉽게 결정을 내리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을 바꾸면서, 시드니까지의 비행편 가격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음을 그저 눈 앞에서 지켜보던 일주일이었다. 게다가 생애 첫 대양주 방문인데 단 하루밖에 허용되지 않는 조건도 계속 '참아!'하며 인내를 강요했다.

'그래! 지금 안 보면, 평생 아시안컵 우승을 못 볼 수도 있잖아!'

한국 축구팀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점점 팀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4강을 근사한 승리로 장식한 날 저녁,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감독님과 함께 점점 '팀'이 되어가는 우리의 대표팀이 드디어 폭발적인 '승리의 에너지'를 터뜨렸던 그 날 저녁, 여전히 '갈 수 있나, 가지 말까, 어쩌지?'의 갈등을 계속 반복하던 중에도, 소요 비용이 적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으로 행동을 시작했다. 우선 가장 저렴한 숙소를 예약하고, 결승전 티켓을 예약했다. 이렇게 두 가지를 준비하고 나니 이젠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비행기 표가 남아버렸다. 어쩌지?

결국, 모든 갈등은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끝났고, '사고를 쳤다'는 생각 때문인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유혹의 언어'에 넘어온 동행은 구하지 못했지만, 언제나의 축구와 함께하는 '모험'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곳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금요일(지난 30일)의 일몰과 함께 출발한 여행,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상해에서 시드니를 향해 날아갈 두 번째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UAE의 승리로 끝난 3, 4위전의 결과를 전해 듣고 나니 이제 정말 결승전, 단 한 경기만이 남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떨린다.

"유혹에 약한 불혹의 축구팬, 대한민국의 우승을 기원하며, 다녀오겠습니다!"

푸동에서 시드니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과 감자튀김을 시켜놓고, 앞으로 네 시간을 기다릴 공항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근두근!!

▲ 푸동에서 시드니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과 감자튀김을 시켜놓고, 앞으로 네 시간을 기다릴 공항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근두근!!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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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결승 축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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