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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어릴 적부터 드레스나 인형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다. 초등학교 때 즐겨한 것도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십자수 등이었고 고교시절엔 '대학에 가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성인이 된 그는 여성호르몬제 투약을 시작했고 외모를 바꾸기 위해 성형수술도 했다. "내게 왜 남성 성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 등으로 성전환수술을 할 수는 없었다.

여자이고 싶던 A씨가 가장 걱정한 것은 군 입대문제였다. 2002~2003년 그를 상담한 정신과 전문의는 "A씨는 여성적인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며 "군대 문제 등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고 평가했다. 2005년 3월 A씨를 검사한 또 다른 정신과병원은 "자신의 성에 대한 불편감과 부적절감을 지속적으로 느껴오는 등 성 주체성 장애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 검사 내용 등을 정리해 서울지방병무청에 제출했고, 2005년 6월 27일 병역 면제처분을 받았다.

딱 9년 뒤인 2014년 6월 27일, A씨는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병역 면제처분을 취소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병무청은 그가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트랜스젠더처럼 꾸몄다며 다시 신체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A씨는 병역 면제 취소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9일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병무청 처분이 위법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역면제를 받으려고 1년 넘게 정신과 상담 등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성전환수술을 받진 않았지만 심리검사 내용이나 평소 행동, 대인관계 등을 볼 때 오랫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매우 혼란스러워했고, 단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성형수술을 하고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대법원 판단 역시 비슷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며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트랜스젠더 B씨의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그가 1년 넘게 여성호르몬제 주사를 맞은 일이 단지 병역 면제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했다. 생식기 모양이 성 정체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라는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A씨의 소송을 함께한 한가람 변호사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성 정체성 문제를 병역기피 수단으로 만들어 성소수자 낙인찍기를 하는 병무청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무청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처분을 굉장히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며 "정체성이 핵심인데 성전환수술을 안 받으면 트랜스젠더가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병무청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호르몬요법을 받은 기록 등이 있으면 병역 면제 처분을 내렸는데, 최근에는 생식기 관련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며 "징병검사기준에도 없는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의 경우 고환적출수술을 받아야만 병역 면제 대상이라는 병무청 처분을 두고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며 "인권위가 적절한 권고를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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