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앤더슨 실바가 1년 1개월의 공백을 깨고 옥타곤으로 돌아온다.

UFC 전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는 오는 2월 1일(아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183 대회 메인이벤트 미들급 매치에서 '악동' 닉 디아즈와 격돌한다.

지난 2013년 12월 크리스 와이드먼과의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정강이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던 실바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복귀전 일정을 잡았다. 비록 타이틀 전은 아니지만 실바와 디아즈의 경기는 격투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빅매치다.

와이드먼전 2연패와 부상까지, '투신'의 시련

실바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옥타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UFC 역대 최다인 16연승 기록과 미들급 타이틀 10차 방어라는 거짓말 같은 숫자가 실바의 위엄을 대신 말해준다.

'에이스' 리치 프랭클린, '폭탄 레슬러' 댄 헨더슨, '주짓수 마스터' 데미안 마이아, '천재 타격가' 비토 벨포트, '일본의 자존심' 오카미 유신 같은 쟁쟁한 파이터들도 실바를 만나면 얌전한 고양이가 됐다(그나마 '독설가' 차엘 소넨이 1차전에서 실바를 위기에 빠트렸지만, 2차전에서는 실바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실바는 미들급 파이터면서도 한 체급 위의 라이트 헤비급 파이터들과의 대결에서도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라이트헤비급 전 챔피언 포레스트 그리핀은 실바의 가벼운 오른손 카운터에 실신을 당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2013년 7월 와이드먼을 상대로 11차 방어전을 치를 때도 실바의 패배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실바는 2라운드 초반 특유의 노가드 도발로 와이드먼을 유혹(?)하다가 와이드먼의 갑작스런 왼손 펀치에 이은 파운딩을 허용하며 KO로 패하고 말았다.

UFC에서는 곧바로 재대결을 추진했고 와이드먼과 실바는 2013년 12월 마지막 이벤트에서 챔피언과 도전자가 뒤바뀐 상태로 다시 만났다. 1차전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일격을 당한 실바는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2라운드 초반 인사이드 로우킥을 날리는 과정에서 왼쪽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부상에 의한 허무한 TKO패. 7년 넘게 미들급 전선을 호령하던 실바의 시대가 종식됐음을 알리는 패배였다. 5개월 새에 같은 상대에게 두 번 연속으로 패한 30대 후반의 파이터. 모두가 실바의 파이터 인생이 이대로 막을 내릴 것이라 전망했다.

은퇴 대신 복귀 선언, '악동' 디아즈 꺾고 건재 과시할까

하지만 실바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뼈를 붙이기 위한 수술을 받은 실바는 지난해 1월부터 재활에 들어갔다. 그렇게 조금씩 훈련량을 늘려가던 실바는 6월부터 옥타곤 복귀를 위한 정상적인 훈련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번엔 UFC측에서 실바의 복귀전 상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실바가 아무리 위대한 파이터라 해도 곧바로 타이틀전으로 직행하는 것은 다른 파이터들과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그렇다고 불혹을 코앞에 둔 실바가 타이틀 도전권을 따기 위해 밑에서부터 단계별로 올라갈 입장도 아니었다.

그 때 떠오른 상대가 바로 '악동' 닉 디아즈였다. 디아즈는 웰터급에서 주로 활동하는 파이터지만 격투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미들급 매치라고 해도 상대가 '거물' 실바라면 디아즈쪽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디아즈 역시 죠르주 생 피에르와의 타이틀전 이후 무려 22개월 만에 경기를 치르지만 역시 이 경기는 큰 부상에서 돌아오는 실바쪽으로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예전처럼 자신 있게 왼발킥을 구사할 수 있을지, 부상 트라우마로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진 않을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만약 실바가 예전 같은 기량을 과시한다면 경기는 실바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디아즈는 190cm의 긴 리치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꾸준히 충격을 입히는 소위 '좀비 복싱'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인데 이 같은 전략이 197cm의 긴 리치를 가진 실바에게 통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번 대결에서 실바가 디아즈를 상대로 인상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곧바로 타이틀 도전권을 준다고 밝혔지만 디아즈에게는 이렇다 할 '당근'을 제시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존심강한 디아즈의 투지를 끌어올리려는 고도의 심리전일지 모른다.

실바는 와이드먼과의 2차전 이후 그대로 은퇴를 했더라도 UFC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하지만 실바는 불혹의 나이에도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실바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격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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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앤더슨 실바 닉 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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