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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칠수·전영미의 9595쇼' 진행을 맡고 있는 배칠수·전영미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교통방송 생방송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민감한 정치 이슈들을 다룰 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사자들이 들으면 화날 수도 있겠지만 풍자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며 "사회적 압박감이 응축 돼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보다는 (방송을 통해) 슬슬 풀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TBS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칠수·전영미의 9595쇼' 진행을 맡고 있는 배칠수·전영미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교통방송 생방송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민감한 정치 이슈들을 다룰 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사자들이 들으면 화날 수도 있겠지만 풍자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며 "사회적 압박감이 응축 돼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보다는 (방송을 통해) 슬슬 풀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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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놈의 세금 폭탄을 이렇게 빵빵 쏴대는 건지, 환급받는 건 고사하고 작년보다 몇 십 만원 더 내게 생겼어유. '증세 없는 복지'라더니 복지는 없고 증세만 허벌나네요~"(1월 20일자 방송)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묻는 질문에) 어… 그…, 저 그러니까 좋게, 먼저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뭔가 좋은 쪽으로, 긍정적으로 좋게 가야할 것 같습니다."(1월 22일자 방송)

"MB님은 책 내신다고 하던데… 그게 소설인 거죠? 판타지 소설? 창작품. 있지도 않은 걸 꾸며가지고 내는."(1월 29일자 방송)

웃음을 기반으로 한 콩트 속에 날카로운 '시사 돌직구'가 숨어있다. 진행자들은 MB(이명박), GH(박근혜) 등 전·현직 대통령 성대모사를 통해 답답한 현실정치에 시원한 '한 방'을 날린다. 요즘 지상파 라디오에서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있을까?

속 시원한 진행 덕에 '도로 위 썰전'이라 불리는 방송, TBS 교통방송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칠수·전영미의 9595쇼(평일 낮12시~2시, 아래 9595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9595쇼의 최대 강점은 시사 풍자로 꼽힌다. 성대모사의 달인인 배칠수·전영미가 '백반토론'과 '나는 짐이다' 등 코너에서 수위가 아슬아슬한(?) 시사 콩트를 선보이기 때문.

청취자들은 "진행자들 콤비플레이가 최고다, 성대모사와 정치풍자, 유쾌한 음악이 어울려 채널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트위터ID @arch****)"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다. 2014년엔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연예오락라디오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촌철살인 멘트로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TBS라디오 '9595쇼'의 진행자, 배칠수(본명 이형민)·전영미씨를 지난 29일 서울 중구 예장동 교통방송 생방송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들은 이날도 당일 오전 화제가 된 '이명박 자서전'을 주제로 한바탕 입담을 펼쳐놓은 터였다. 방송을 막 끝낸 진행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을 '판타지 소설'로 지칭하는 패기는 어디서 오는지 물었다. 배씨는 "풍자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라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저희를 압박하지 않아요.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사람은 있는지 몰라도 저희에게 절대 압박이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희 방송을, 당사자들이 들으면 화가 날 수 있겠지만 풍자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대중들이 느끼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거죠. 사회적 압박감이 응축되어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 보다는 (방송을 통해) 슬슬 풀어주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똑같은 개그인데 '조심하라' 안부 건네는 지인들"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의 아버지'로, 박 대통령은 '직장인 소득세 인상의 아이콘'으로 희화화된다. 방송 일부이긴 하지만, 정치인들을 따라하고 시사 이슈를 다루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전씨는 "솔직히 부담은 된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콩트니 괜찮다"고 말했다. 배씨도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고 본다, 그렇게 느끼게 하는 사회가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특히 1999년 데뷔한 배씨는 2000년 초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패러디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었다. 2002년에는 대선후보 TV토론을 바탕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빅3 후보 '미제 소파'로 TV 재격돌?). 그때부터 치면 약 15년, 김대중(15대)·노무현(16대)·이명박(17대)·박근혜(18대) 등 최근 정권을 두루 겪어온 셈이다. 배씨는 정권별로 정치 풍자에 대한 반응들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때와 지금은 주변 반응들이 달라요. 지금은 지인들이 자꾸 '조심하는 게 어떨까, 풍자를 더 정확히 하면 어떨까' 하고 말해요. 사실 특정한 10년, 그 시기가 제가 한창 활발히 활동한 때였는데 정말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시기는 사실 지났잖아요. 지금은 '내가 풍자를 넘어서서 이죽거리는 것은 아닌가, 신랄한 풍자와 이죽거림의 경계는 무엇인가' 하는 것들을 스스로 고민하고 점검합니다."

전씨 또한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10개월간 라디오를 떠났다가 얼마 전 복귀했다. 그렇다보니 발언 수위의 '적정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안에서 청취자 반응만 보다보면 '이것만 피드백'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빠지게 된다, 칭찬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는 설명이었다. 진행자들은 방송 중에도 늘 '이렇게 해야 한다'며 서로에게 중심을 잡아준다고 했다.

전씨는 진행자로서 '소통'을 중요시 여겼다. "국민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시하는 것도 그래서다. '13월의 세금 폭탄' 방송을 녹음하면서는, 동생과 형제 등 연말정산 탓에 머리 아파하는 주변 지인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현실을) 계속 감춰두고 듣기 좋은 뉴스만 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는 전씨. 그는 나아가 시사풍자 라디오 진행자로서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답답한 점이 솔직히 있죠.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 물음표에 대해 마침표나 느낌표가 찍히는 대답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그게 꼭 제가 원하거나,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어도…(괜찮거든). 근데 4대강이든 뭐든, 국민 다수가 아무리 궁금해 해도 결국 시원한 대답은 와닿은 적이 없어요. 아니면 계속 더 기다려줘야 되나?(웃음)"

두 진행자들의 '촌철살인' 멘트는 직접 쓰는 것일까? "작가들이 원고를 쓰고 저희는 읽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주어진 원고만 읽는 눈치는 아니었다. 배씨는 진행자로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정론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 사실에 입각해서 말해야 하며, 사람들이 느끼는 점에 같이 공감하는 이야기 재주꾼"이 되고자 늘 다짐한다고. 

"풍자한다고 정부가 압박? 그런 거 없어요"

배칠수: "(이명박 전 대통령 목소리로) 제가 가진 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국민여러분께 무엇보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감사의 표시로 자서전, 회고록을 내게 됐다, 이 말입니다."
전영미: "(웃음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리며) 저기 그, 회고록 내세요?"
배칠수: "참 즐거워들 하시네? 응, 회고록 내."
전영미: "(…5초간 침묵…) 왜유? (또 다시 웃음소리)"
배칠수: "아유, 이모도 보면 개그가 좋아. 크하하."

'MB 자서전', '박근혜 지지율 하락' 등 따끈한 정치 이슈를 언급하면서도 중용을 지키려는 노력은 제작진에서도 이어졌다. 총연출을 맡은 주용진 PD는 방송에 앞서 원고를 함께 수정하는 등 수위 조절에 힘쓴다. 그 덕택인지 지금껏 방송하면서 내용으로 인해 따로 불이익을 받거나 한 적도 없다. 배씨는 "다양한 청취자들의 의견은 의견대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왜 그렇게 얘기 하냐'는 사람과 '속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와요. 그건 그거대로 받아들여야죠. 그런데 오히려 지나치게, 저희에게 종종 '현 정부가 압박하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멋있더라고요. 혹시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PD가 몸으로 대신 막아주겠죠(웃음)"

호흡이 척척 맞는 제작진과 진행자들 간의 끈끈한 '의리' 위에서, 풍자와 해학이 담긴 맛깔나는 한 편의 방송이 탄생함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애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한 마디가 있는지 묻자, "저희는 최선을 다해 웃기고 있으니 그냥 편안히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자를 풍자로 봐달라는, 시사풍자 라디오 진행자들의 '웃지 못할' 부탁이었다.

전영미 : "저는 예전부터 라디오하면서 생각했던 게 그거예요. '같이 함께'. 같이 나누면서 같이 나이 들어가는 방송인과 청취자였으면 좋겠습니다. 말해 놓고 보니 또 '소통'이네요(웃음)."
배칠수 : "최선을 다해서 웃기고 있으니까 웃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적은 점심시간대에 여러분을 웃기는 거거든요. 그래서 한 호흡도 틀리지 않으려고 연습하고, 뉘앙스 잘못 전달 안 되게 애쓰고 있으니까 여러분은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지 마셨으면 좋겠고요."


태그:#9595쇼, #이명박 자서전, #MB자서전, #전영미, #배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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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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