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간판 투수였지만 부상으로 기회를 잃었던 채드 빌링슬리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빌링슬리는 30일(한국 시각)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년 15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빌링슬리는 다저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 수련을 거치고, 2006년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빌링슬리가 데뷔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있는 선발 투수 중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불펜으로 가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재응(현 KIA 타이거즈)이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 서재응은 탬파베이 데빌레이스(현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됐다가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이렇게 다저스에서 자리를 잡은 빌링슬리는 2013년까지 219경기 중 190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1승 61패 평균 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2008년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승격된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다저스의 원투 펀치를 이룰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투수였다.

그러나 2012년 후반기부터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빌링슬리는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며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여기서 빌링슬리는 수술이 아닌 재활을 선택했으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한 2013년에도 2경기에 등판했다.

그러나 빌링슬리는 결국 팔꿈치에 탈이 났으며 봄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시즌을 접게 되었다. 2014년에는 메이저리그에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재활 등판 도중 부상이 재발하며 오른팔 굴근건까지 추가로 다치고 말았다.

빌링슬리는 데뷔 시즌이 풀 시즌이 아니었던 2006년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기량을 보였던 투수였다. 그러나 2년 동안의 부상 공백은 이 기록의 의미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 이후 데뷔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선발투수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가 빌링슬리와 커쇼가 실로 오랜만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프랜차이즈 출신의 빌링슬리에게 1400만 달러 구단 옵션 대신 바이아웃 300만 달러를 지급했다.

FA를 신청하고 시장에 나왔지만 빌링슬리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2년 동안 고작 2경기, 그것도 지난해에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선수에게 선뜻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없었다. 그나마 필리스가 빌링슬리에게 오퍼를 제시한 이유는 현재 리빌딩이 진행 중인 구단이기 때문이다.

필리스는 타자들에게 친화적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면서 이를 토대로 강력한 화력을 지향하던 팀이었다. MVP 출신의 홈런왕 라이언 하워드가 있었고, 역시 MVP 출신의 유격수 지미 롤린스가 있었다. 그러던 중 프랜차이즈에서 콜 해멀스가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면서 필리스는 2008년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2007년부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기 시작한 이후 필리스는 그들의 왕조를 유지하고자 막대한 투자를 쏟았다. 200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상 수상자였던 클리프 리를 영입한 필리스는 2009년 월드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1차전을 승리하고도 2승 4패로 밀리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그쳤다.

그러자 필리스는 2003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상 수상자인 로이 할라데이(은퇴)를 FA로, 2년 연속 20승을 기록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였던 로이 오스왈트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판타스틱 4'라 불리는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 판타스틱 4는 제대로 풀 가동된 적이 거의 없었다. 오스왈트는 필리스 이적 후 부진에 빠지더니 언젠가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고, 할라데이는 2010년에는 생애 첫 퍼펙트 게임에 포스트 시즌 노 히터 게임으로 만장일치 사이영 상을 수상했지만 이후 고질적인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하고 말았다.

필리스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2008년 월드 챔피언과 2009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게다가 이후 지속적인 성적 하락으로 인하여 결국 리빌딩을 결정한 상태이다. 간판 유격수 지미 롤린스는 다저스로 트레이드되었고, 여차하면 에이스인 해멀스까지도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모습이다.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인 조나단 파펠본도 트레이드 계획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빌링슬리는 필리스에 가게 되면 기존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필리스는 해멀스, 클리프 리, 애런 하랑, 제롬 윌리엄스 그리고 데이비드 뷰캐넌 등의 선발투수들이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있는데, 40인 보호선수 로스터가 보장된 빌링슬리가 스프링 캠프 때 건강한 몸 상태로 나타날 경우 최소 경쟁 기회는 주어질 전망이다.

일단 빌링슬리는 다저스에서 받은 바이아웃 300만 달러보다도 훨씬 적은 150만 달러 연봉에 1년 계약했다. FA 시장에서 체결되는 계약들만 따지면 거의 최저연봉 수준의 기회만 주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빌링슬리는 야구를 향한 열정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5 시즌이 끝나고 난 뒤 올해의 재기 선수상 후보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언급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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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필라델피아필리스 채드빌링슬리재기도전 FA이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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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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