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한 대형서점 진열되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한 대형서점 진열되어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밤새 읽고 또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기최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회고록이 공개되자 언론들은 앞 다퉈 책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남북관계부터 자원외교, 4대강까지. 한 기사에서 모두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회고록은 '논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회고록의 백미는 '4대강 사업'을 언급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목적으로 내세운 내용과 실제 실행된 사업의 내용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고록 속 4대강 사업의 모습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이글에선 4대강을 언급한 부분 중 가장 납득이 안 되는 몇 군데만 집어 말하고자 한다.

[의문①] 4대강 모래로 사업비를 마련하려 했다니...

"고도성장의 끝자락에서 한국의 성장 동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 상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물류비용이었다. 교통 정체로 매년 15조 원에 달하는 물류비용이 발생했으며,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운임이 부산에서 미국 LA까지 가는 뱃삯보다도 더 비쌌다. 한국의 물류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요즘엔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0원도 안 되는 택배비를 받으며 배송을 해주는 업체들도 많다. 물류비용 때문에 이 업체들의 사업이 위축됐을까? 현대 사회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운송과 이틀이면 되는 운송 중 어떤 것을 이용할 것인가.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부가가치가 더 클 것인가.

과연 4대강 사업이 완성되면, 건설하는 데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능가하는 이익이 발생할까. 답은 '아니다'다. 이미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만든 대형보와 둔치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사업비가 논란이 되자, 공식 소요 비용에 국민의 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게 하지 않겠다면서 강바닥을 파서 얻은 모래로 수익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모래를 판매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4대강의 모래가 쓰레기였단 황당한 설명을 하고 있다.

"강바닥에서 온갖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강바닥에서 나온 쓰레기 총량은 286만 톤에 이르렀다. 덤프트럭 19만 대 분량으로 남산 몇 개만큼의 규모였다. <중략> 쌓인 쓰레기 위에 모래가 덮이고, 그 위에 다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4대강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 위를 흘렀던 것이다. (중략) 사실 나는 준설 과정에서 나온 모래와 자갈을 팔아 공사비에 쓰려 계획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기대 이하의 양으로 나온 모래와 자갈은 해당 지자체에 위임하여 지자체 수입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4대강 사업에서 나온 준설토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저석리 마을 입구에 쌓아 놓으면서 바람에 날리는 모래바람 때문에 피부병을 앓고 피난을 다녔다고 한다. 사진은 준설토 적치장 소음과 먼지로 피부병까지 앓았다는 할머니
 4대강 사업에서 나온 준설토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저석리 마을 입구에 쌓아 놓으면서 바람에 날리는 모래바람 때문에 피부병을 앓고 피난을 다녔다고 한다. 사진은 준설토 적치장 소음과 먼지로 피부병까지 앓았다는 할머니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원래 모래와 자갈은 하천 아무 곳에서나 채취하는 것이 아니다. 하천의 지형과 물의 흐름에 따라 굵기와 질이 다른 퇴적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당한 곳의 골재만 채취한다. 따라서 뭔가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단순하게 준설한 양을 모두 골재로 팔겠다는 발상을 할 수 없다. 또한 골재의 공급은 수요에 맞추어져야 한다. 따라서 4대강에 쌓여있던 골재를 한꺼번에 모두 퍼 올렸을 때 수요를 찾지 못한다면, 골재가 쌓여있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건설경기가 죽어있는 때에 수요처를 찾을 수 없어 팔지 못해 기대이상의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쌓여있는 준설토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계획성 없이 일을 진행하다보니, 힘들어지는 건 국민들이다. 충남 부여군 저석리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쌓아놓은 쓰레기의 악취 등으로 피난 보따리를 꾸려야 했다. 또 부여군 금암2리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는 그 쓰레기 때문에 썩어 버렸다(관련 기사 : 4대강 모래 쌓았더니...지하수가 썩었다).

[의문②] 한국수자원공사 8조 원 투자, 그 이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자는 정부가 내주지만 원금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완료 후 주변 개발에 따른 수익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충당하기로 했다."

이 문장만 보면,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이 순순히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 따르면 당초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4대강 사업은 치수 사업이며, 수입이 없기 때문에 추진이 곤란하다'고 한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결국 수공은 사업에 참여했고 8조 원을 부담하게 됐다.

여유 자금이 없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은행에서 8조 원을 대출하기로 하고, 그 이자는 세금으로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2013년 말 현재 수공의 부채는 14조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4대강 사업 전과 비교했을 때 7배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그 빚은 오롯이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

[의문③] 수해 피해 근본 해결 위해 4대강 사업을?

2012년 충남 부여군 백제보 상·하류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환경부 추산 5만 4000마리, 충남도민관합동조사단 30만 마리 정도다. 하지만 13일간 현장을 지켰던 기자가 봤던 수거량은 60만 마리 이상이다. 사진은 10월 22일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좌안에 죽은 물고기를 환경부 직원들이 수거하고 있다.
 2012년 충남 부여군 백제보 상·하류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환경부 추산 5만 4000마리, 충남도민관합동조사단 30만 마리 정도다. 하지만 13일간 현장을 지켰던 기자가 봤던 수거량은 60만 마리 이상이다. 사진은 10월 22일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좌안에 죽은 물고기를 환경부 직원들이 수거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무엇보다도,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수해와 가뭄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4대강 사업을 했다는 이명박의 주장엔 황당함을 넘어 울화통이 터진다.

"1999년 여름, 태풍 '올가'로 인해 경기와 강원 지역에 국지성 집중 호우가 내려 67명의 인명 피해와 1조 49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중략) 2002년 여름에는 집중호우와 태풍 '라마순', '루사' 등으로 27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약 6조 1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음 해에는 태풍 '매미'가 상륙해 13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약 4조 2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중략) 2006년 여름에는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6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1조 9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렇게 여러 예를 들며 수해 예방을 위해선 국책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 전 대통령은 "나는 4대강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유기하는 행위라 생각했다"라고 자신이 국가 최고결정권자임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예로 든 피해 발생 지역은 4대강 사업이 시행된 지역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미 국가 하천 정비 사업을 잘 해놔 수해가 발생하지 않는 4대강 사업 구역에 22조 원을 투입해 '예방 사업'을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예로 든 지역에서 일어날 피해가 예방된다는 것인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과의 대화 당시 4대강 사업이 수해를 막는 치수사업이라며 수해는 일어난 곳에서 또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그런 상습피해 지역은 내팽개치고 정비가 거의 완료된 지역에서 수해를 막는다며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이유는 대체 뭔가.

이에 대해 정민걸 공주대학교 교수는 "홍수·가뭄은 경기·강원도 산간이나 해안가 섬 등의 4대강 본류와 무관한 장소와 지천이 넘쳐서 발생하는 사고인데 비교적 안전한 본류에 보를 쌓아 홍수에 취약지구로 만들어 놓고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내가 강원도나 경기 북부, 경남 산간의 상습피해 지역에 사는 주민이었다면 독립선언을 하고 세금 납부를 거부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문④] "이전에도 갈수기에 녹조 창궐"... 납득 어렵다

4대강 사업으로 흐르던 금강에 백제보·공주보·세종보가 생겼다. 보의 영향으로 유속은 느려지고 수질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가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호주의 국영방송까지 취재를 오면서 국격은 무너지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흐르던 금강에 백제보·공주보·세종보가 생겼다. 보의 영향으로 유속은 느려지고 수질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가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호주의 국영방송까지 취재를 오면서 국격은 무너지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수질과 관련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고는 더욱 위험천만하다. 이 전 대통령은 "과거 가뭄이 오지 않아도 갈수기에는 4대강이 녹조로 뒤덮였던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다"라며 "실제로 1995년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 전년도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4대강 곳곳은 극심한 녹조로 뒤덮였다"라고 주장한다.

녹조는 수온이 25℃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는 정체수역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 전 통령이 말한 '갈수기'는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이다. 다만 갈수기에 형성되는 상류지역의 작은 하천이나 본류의 둔치의 웅덩이에서는 햇빛이 그대로 수온을 높여 녹조가 번성할 수 있다. 때문에 갈수기에도 4대강 곳곳이 극심한 녹조로 뒤덮였다는 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전 대통령이 언급한, '4대강 사업 이전에 매년 녹조가 발생했다'고 한 곳은 흐르는 물을 막아 형성된 대청호나 하굿둑으로 막혀 생긴 금강호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들이다. 녹조는 4대강 사업을 시행한, 물이 잘 흐르던 4대강 본류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던 현상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설명을 한 국가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회고록에 썼다는 건, 암울한 일이다. 

[의문⑤] 물이 흐르는 곳에선 살 수 없는 큰빗이끼벌레

"2014년 8월 22일, 태형동물의 세계적 대가인 미국 티모시 우드(Timothy Wood) 박사는 큰빗이끼벌레가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수질오염이나 생태계 교란 영향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중략) 서울경제신문은 논설을 통해 '큰빗이끼벌레 괴담의 허무한 결말이 '인간 광우병' 소동의 전개 과정과 너무나 닮아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급기야 이 전 대통령은 저수지에서만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에 번성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일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 또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생태계 파괴 사업을 경험한 적 없는 해외 전문가의 의견에 주목한 것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우드 박사는 큰빗이끼벌레 번성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이 태형벌레는 수질이 좋은 곳에 서식하고 수질을 정화하여 맑게 한다'고 주장한 국내 전문가들과 같은 의견을 피력하던 사람이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시선은 각기 다르지만, 중요한 건 큰빗이끼벌레는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민걸 교수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물의 흐름이 부착을 막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먹이를 여과해서 먹는 큰빗이끼벌레가 물살이 있는 곳에서는 먹이를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질보다는 물이 흐르는지, 한 흐르는지가 큰빗이끼벌레 번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금강을 비롯한 4대강 본류의 물 흐름을 방해한 이후 큰빗이끼벌레가 대량으로 번성한 것이다. 이 점은 환경부의 조사보고서도 확인해 주었다.

흐르던 강물이 4대강 사업으로 멈추고 늪으로 변하면서 큰빗끼벌레가 발생하자 충남도민관합동조사단은 큰빗이끼벌레 사멸 시 수중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암모니아 질소 발생과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0일 공주보 상류 1km지점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흐르던 강물이 4대강 사업으로 멈추고 늪으로 변하면서 큰빗끼벌레가 발생하자 충남도민관합동조사단은 큰빗이끼벌레 사멸 시 수중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암모니아 질소 발생과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0일 공주보 상류 1km지점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고인 물은 썩는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4대강 사업이다. 그 결과 2012년, 금강에서 수십 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로 죽는 최악의 환경재앙이 발생했고, 지금도 물고기 등 수서동물이 연중 꾸준히 목숨을 잃고 있다. 4대강이 죽음의 강이 된 것이다. 물고기 떼죽음은 언론들이 앞 다퉈 다뤘을 정도로 이슈가 되었던 사안인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선 그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은 방향과 목적, 사업 이후의 효과 등을 뚜렷하게 설정하고 실수 없이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그렇지 못했다. 사업이 끝난 현재까지 4대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고 4대강은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물고기 집단 폐사 등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건, 앞으로 4대강 사업이 벌여놓은 것들을 수습하는 데 국민들의 세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아름다웠던 4대강을 다시 찾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난 우리 사회가 아름다웠던 4대강을 폐허로 만든 이들을, 그런 행위를 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태그:#4대강 사업, #MB회고록
댓글4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