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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순방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지난 22일 거창군청을 방문한 뒤,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이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부되자 홍 지사의 차량을 가로 막는 상황이 잠시 벌어졌다.
 시군순방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지난 22일 거창군청을 방문한 뒤,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이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부되자 홍 지사의 차량을 가로 막는 상황이 잠시 벌어졌다.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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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했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시·군을 순방하면서 학부모·교육시민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주민들이 홍 지사의 방문에 맞춰 "내 준표 내놔"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거나 "면담 좀 하자"며 차량을 가로막는 등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월 4일까지 18개 시·군청을 순방하고 있다. 홍 지사는 시․군 순방 때 무상급식과 관련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육시민단체들은 홍 지사에 대해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남지역 무상급식 예산은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18개 시·군청이 일정 비율로 분담해 왔다. 경남도는 지난해 일선학교에 대해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경남도교육청은 '월권행위'라며 거부했다. 이에 홍 지사는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올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시·군청도 편성하지 않았다.

지금은 경남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만 편성되어 있어, 오는 3~4월경 학교마다 무상급식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는 경남도교육청에 '불용예산'이 많고, 그것을 무상급식 예산에 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은 경남도의 '불용예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함양 학부모모임, "무상급식은 정치적 흥정물 아니다"

홍준표 지사가 함양군을 방문하는 30일에 맞춰,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한 함양지역 학부모모임 및 시민사회단체'는 '학교 급식 예산지원 중단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낸 자료를 통해 "학교 무상급식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무상급식은 도지사의 정치적 흥정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감사를 받지 않는다는 억지 구실을 대더니 감사가 억지 주장임이 드러나자 '무상 급식은 좌파의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억지 색깔론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들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학교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점심시간은 아이들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고, 차별 없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급식소는 부유한 아이 가난한 아이 구분 없이 함께 정을 나누며 미래의 꿈을 주고받는 곳이다. 누구는 밥값을 내고 누구는 밥값을 못 내는 판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상급식은 벌써 국가적 대세가 되었던 것이다."

또 이들은 "홍준표 지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만 공짜로 밥을 먹게 하여 아이들을 가난의 부끄러움에 빠지게 하고 눈치를 보게 한다"며 "눈칫밥을 먹는 아이가 당당하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기가 쉽다고 보는가, 급식비로 있는 집 아이와 없는 집 아이를 차별하는 지극히 비교육적인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홍준표의 욕망에 발맞추어 급식지원비를 예비비로 돌린 함양군수도 군민의 요구를 바로 들어야 한다, 도지사의 욕망에 부화뇌동하여 군민의 요구를 외면하다가는 함께 파멸하고 말 것"이라며 "경남도와 함양군은 학교급식을 정상화하고, 도민에게 고통을 주고,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게 하는 차별 급식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홍 지사, 하동-거창 방문 때도 학부모에게 항의 받아

홍준표 경남지사가 거창군청을 방문한 지난 22일 거창지역 학부모와 교육단체 관계자들은 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거창군청을 방문한 지난 22일 거창지역 학부모와 교육단체 관계자들은 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 거창학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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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가 지난 22일 거창, 27일 하동을 방문했을 때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하동학부모연대와 하동군농민회,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하동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회원 등 100여 명은 하동군청 앞에서 "무상급식 중단 규탄, 차별 없는 무상급식 즉각 시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동지역 단체들은 "무상급식은 정치적 지형에 따라 변화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 철학인데도 홍 지사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며 "원칙 없는 도지사는 경남도민에게 사과하고 중단 없는 무상급식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거리에서 갖가지 구호가 적힌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또 이들은 홍 지사가 도착했을 때 준비했던 도시락과 꽃다발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홍 지사가 거창을 방문했을 때도 학부모와 주민들은 항의에 나섰다. 당시 학부모들은 거창군청 현관에 모여서 홍 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군청 현관에서 갖기로 했던 기념촬영이 무산되고, 구내식당에서 하기로 했던 오찬도 무산됐다.

당시 학부모와 주민들은 홍 지사와 면담을 요구했고, 홍 지사가 차량을 타고 이동하자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거창군은 지난 26일, 학부모와 주민 18명을 공무집행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거창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한 학부모는 "홍 지사가 면담을 하지 않아 일어났고, 그것도 잠시 일어났던 일인데 고발까지 한 것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해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SNS 등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홍 지사는 "경남도의회가 예산을 확정하면서 무상급식은 경남도교육청 불용예산으로 하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집행기관은 의회에서 예산심의를 확정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마음대로 못하겠다고 하면 교육감직을 내놔야 한다, 탄핵사유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에 박 교육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지사께서 요즘 시·군 순방을 하시며 급식비는 교육청 불용액으로 하라고 한다, 남의 살림까지도 걱정을 해주니 고맙기는 하지만 본질은 이렇다"라며 "다른 시와 도는 다 지원하는데, 경남만 급식비 지원을 끊어서 시작된 문제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쪽 불용액은 시군을 합해 우리보다 스무 배나 더 많다"고 밝혔다.


태그:#무상급식,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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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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