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리베로 김해란의 부상 공백을 극복하고 9연승 행진을 달렸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제니스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25-21,25-21,22-25,38-36)로 제압했다.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 25일 올스타전에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도로공사 김해란 리베로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백업 리베로 오지영이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김해란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도로공사의 붙박이 리베로 김해란, 올스타전서 황당부상

배구 경기에서 수비 전문 선수 리베로는 공격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배구 경기의 꽃이라는 스파이크를 할 수 없는 유일한 포지션이다('토스 전문 선수' 세터는 전위에 있을 때 상황에 따라 스파이크를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것이 팬들의 심리. 이에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스타전에서는 장신 공격수가 리베로로 나와 수비를 하고 수비만 하던 리베로가 공격을 시도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김해란의 부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축제의 장' 올스타전에서 나왔다. V스타의 주전 리베로로 선정된 김해란은 올스타전 2세트 8-11 상황에서 스파이크를 시도하다가 착지를 하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김해란은 대수롭지 않은 듯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어서 코트를 나왔다. 당시만 해도 김해란이 큰 부상을 당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정밀검사 결과 김해란은 왼쪽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 진단을 받았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한 큰 부상이었다.

김해란은 지난 2002년 도로공사에 입단해 14년째 한 팀에서만 활약하고 있는 도로공사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V리그 수비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고 작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한국의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의 1위 질주에도 김해란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단순히 44.4%의 리시브 성공률과 세트당 5.4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김해란이 후위에 버티고 있어 줌으로써 이효희 세터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이 느끼는 안정감이야말로 김해란의 진정한 존재 가치를 말해준다.

김해란의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한 오지영의 깜짝활약

도로공사에는 총 2명의 리베로가 등록돼 있다. 주전 리베로 김해란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나머지 한 명의 리베로 오지영으로 남은 시즌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오지영은 지난 2006년 프로 데뷔 후 9시즌 째 도로공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리베로 포지션에 있으면서도 정작 리베로로서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제나 오지영의 앞에는 '넘을 수 없는 벽' 김해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지영이 주전 리베로로 출전한 대회는 김해란이 대표팀에 차출됐던 작년 컵대회가 유일했다.

리베로로서 기회가 거의 없는 현실을 파악한 오지영은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바로 '서브 스페셜리스트'였다. 지난 2010년 올스타전에서 시속 95km의 서브를 구사하며 '서브퀸'에 오르기도 했던 오지영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도로공사의 '원포인트 서버'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김해란의 부상으로 오지영은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29일 GS칼텍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부터 주전 리베로로 투입됐다. 리베로로 나선 지 오래돼 제대로 된 활약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모두 기우였다.

오지영은 자신의 이번 시즌 첫 주전 리베로 출전 경기에서 환상적인 활약으로 김해란의 공백을 지웠다. 30번의 서브리시브 중 20개를 정확히 받아 올리며 60%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고 네 번의 세트 동안 무려 22개의 디그(세트당 5.5개)를 걷어 올렸다.

물론 이날 도로공사 승리의 일등공신은 60.6%의 점유율과 47.6%의 성공률로 53득점을 퍼부은 외국인 선수 니콜 퍼셋이었다. 하지만 오지영이 수비에서 흔들렸다면 도로공사가 GS칼텍스의 끈질긴 공세를 버텨낼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파죽의 9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아직 도로공사가 갈 길은 멀다. 하지만 후반기를 앞두고 가장 큰 고민이었던 김해란의 부상 공백을 오지영으로 메웠다는 점만으로도 도로공사와 서남원 감독은 큰 걱정 하나를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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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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