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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김영주(합창단 총무), 소프라노 이선미(합창단 미모담당 부총무),  알토 나연경, 소프라노 이유주, 소프라노 백원정, 테너 도윤종 씨를 부천시민회관 길건너 카페에서 만났다.
▲ 부천시립합창단 '정주는 도시락' 식구들 베이스 김영주(합창단 총무), 소프라노 이선미(합창단 미모담당 부총무), 알토 나연경, 소프라노 이유주, 소프라노 백원정, 테너 도윤종 씨를 부천시민회관 길건너 카페에서 만났다.
ⓒ '마을 콕' 임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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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 꾸준히 '정주락'이라는 이름으로 입금을 했어요. 그 친구는 '정주락'이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기도 할 거예요."

부천시립합창단 9명의 단원이 7년 전 '정주는 도시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연말 합창단 정기평정을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회식 자리에 모인 단원들이 '우리 좋은 일을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단원 중 누군가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1명당 하루에 1000원씩 모아서 합창단 연습실이 있는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사는 아이에게 급식비를 지원하자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단원들은 모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7년간 따뜻한 나눔이 이어졌다.

처음엔 8명이 한 달에 2만 원씩 16만 원을 모아 2명의 아이에게 급식비를 지원했다. 그러다가 3명까지 급식비를 지원하게 된다. 아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급식비 걱정 없이 학교를 다녔고,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간 아이에게도 꾸준히 급식비를 지원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정주락' 회원들에게 1000원을 걷으러 다니는 거였어요. 매일 그러고 다니니까 '일수 찍으러 다니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돈주머니에 1000원짜리가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각자 가져온 여러 가지 반찬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죠."

단원들은 모임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면서 속을 터놓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말 그대로 한 집에 사는 식구처럼 가까워졌다. 설거지 담당을 정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 속에 가위 바위 보를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도시락 먹는 저희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선배님들이 어느 날부터 급식비에 보태라고 주머니를 털어 손에 쥐어주시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김치며 고기를 가지고 오셔서 같이 먹자고 자리를 깔고 앉기도 하시구요. 그럴 땐 가슴이 뭉클했죠."

'정주락' 식구들은 오늘도 습관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돈주머니를 채웠다. 그들은 "큰 돈은 아니지만, 꾸준히 마음을 모아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민 세금으로 노래하는 우리, 보답해야죠"

예쁘게 잘 찍어달라고 하셔서 다른 각도로 한 컷 더 촬영했습니다.
▲ 부천시립합창단 '정주는 도시락' 식구들 예쁘게 잘 찍어달라고 하셔서 다른 각도로 한 컷 더 촬영했습니다.
ⓒ '마을 콕' 임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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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립합창단은 부천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의 사랑과 응원을 바탕으로 노래하는 단원들은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받은 만큼 멋진 연주로 보답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희가 부르는 노래로 잠시나마 행복하셨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 보람을 느껴요. 부천시민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노래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112, 119만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 부천시립합창단도 늘 여러분 가까이에 있겠습니다."

단원들은 신도시 주민들에 비해 원도심 주민들을 위한 연주를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사, 전통시장, 학교, 군부대, 아파트, 병원 등 사람이 설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노래할 수 있다고 했다.

"돌잔치나 환갑, 칠순잔치만 아니면 됩니다. (웃음) 부천시 문화예술과로 전화하셔도 되고, 부천시립합창단 사무국으로 연락하셔도 됩니다. 시민에게 다가가는 시립합창단의 모습 보여드릴게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태그:#부천시립합창단, #부천시립예술단, #임민아, #마을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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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랩 이유 대표 협동조합 커뮤니티플랫폼 이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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