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예대상' 김준호, 만감이 교차 개그맨 김준호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 KBS 연예대상 > 포토월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개그맨 김준호. ⓒ 이정민


의리의 상징이던 그가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소속사 대표의 공금 횡령 이후 홀로 남아 후배들을 챙기며 고군분투했다던 개그맨 김준호의 진심은 무엇일까.

코코 엔터테인먼트 소속 후배들의 미지급 급여와 직원들 퇴직금 등을 김준호가 일부 챙겨줬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까진 분위기가 좋았다. 문제는 회사 폐업 결정 발표 직후에 터졌다. "노력했으나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는 말에 일부 주주들이 "코코 엔터테인먼트의 폐업 합의 발표를 포함한 그동안 코코 엔터테인먼트 입장으로 발표된 기사들은 모두 허위"라고 맞서고 있다.

김준호 역시 한 언론을 통해 "회생을 위해 노력했지만 우발 부채가 50억 원에 이르고, 폐업 결정권은 없지만 그동안 콘텐츠 사업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껴 일을 마무리지으려 한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허나 일부 주주와 코코 엔터테인먼트 설립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김준호씨가 회생 가능성을 외면했고, 주주들의 양보로 15%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폐업해도 금전 손해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의리의 김준호? "폐업해도 금전적 손해 없어")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김준호가 직접 나섰다. 28일 <오마이스타>를 비롯해 복수의 매체에 전화를 걸어 그간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오마이스타>는 김준호에게 29일 직접 만날 것을 제안했다. 애초에 코코 엔터테인먼트 초창기 주주 1인을 포함한 3자 만남을 기획했으나, 이 주주는 <오마이스타>에 "좀 더 객관적인 내용을 준비해 기자를 만나고 싶다"고 전하며 추후를 기약했다.

"주주 모두를 만나지 못한 건, 내 실수"

29일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코코 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두 명의 직원이 2층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김준호는 자신의 방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문에는 'CCO실'이라는 표식이 정확히 붙어있었다. "코미디 콘텐츠 오피서, 혹은 콘텐츠 책임자의 뜻"이라며 김준호는 자신의 직함을 설명했다.

등기부 상 등재 임원은 아니지만 김준호는 "임직원이 맞다"고 인정했다. "김우종 대표가 도망간 이상,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먹튀 의혹'과 회생에 대한 그의 진정성 여부를 조목조목 물어봤다.

다음은 김준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회생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어떻게 노력해왔나.
"지난해 8월부터라고 본다. 소속 연기자들 계약이 대부분 만료될 시점인데 출연료도 제때 안 들어오기 시작해 회계 장부를 보자고 하니 김우종 대표가 안 보여줬다. 나중에 그가 외부 회계 감사 내용을 보여줬는데 11월에 그걸 실사 해보니 조작한 거더라. 실사 과정에서 회사 자금이 이상하게 흐른다는 것도 알았다. 횡령 사실도 알았고. 11월 26일에 대표와 만나 그 내용에 대해 물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 다음날 도주한 거다.

8월 당시에 후배 연기자들이 불안해하는 걸 다독이면서 재계약 하자고 내가 권했다. 마지막으로 믿은 거지. 10월, 11월에도 행사비, 급여 등이 정산이 안 돼 내 적금을 깼고, 2대 주주가 좀 보태서 일부를 지급해줬다.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더 있으라고 말못하겠더라. 후배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소속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였다. 그리고 12월 10일 부로 대부분 계약 해지가 됐다.

나는 그때까지도 회사를 다시 살려보자고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우발 부채들이 막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후배들 실업급여는 챙겨줘야 하기에 등기 이사(유모씨, 강모씨)에게 어찌 결정할 건지 물었다. 이사회라는 게 사실 두 분만 결정하면 되는 줄 알았다. 주주 모두를 만나지 못한 건 내 실수다."

"급여 때문에 적금도 깼다...후배들 양아치로 모는 건 못 참아"

 29일 오후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코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풍경. 1층은 사무 집기와 각종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고, 2층엔 직원 두 명이 일을 보고 있었다.

29일 오후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코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풍경. 1층은 사무 집기와 각종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고, 2층엔 직원 두 명이 일을 보고 있었다. ⓒ 이선필


- 주식 15%는 사실상 초기 투자 주주들의 양보로 받은 게 맞나? 일부 주주들은 그렇기에 코코 엔터가 망해도 김준호에겐 금전적 손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김우종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경영 쪽은 그 사람이 책임지고, 난 콘텐츠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대표 본인이 30%를 갖고, 나 또한 콘텐츠 책임자니까 주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라. 당연히 내 몫이라고 생각한 거지. (초기 투자금에 대해) 김 대표가 넣을 돈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직접 넣었는지 헛갈린다. 통장을 확인해봐야 한다. 금전적으로 손해를 안 봤다고 하는데 적금을 깨며 직원들 급여 처리를 내가 다 했다. 또 주주의 일부는 내게 얼마를 보상해달라는 말도 한다. 물론 내 책임이 없다고 하는 분도 있고, 나중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분도 있다." 

- 일부 주주들은 경영 악화 배경에 김준호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한다. 함께 소속했던 김대희씨가 제이디브로스를 최근 차렸고, 그 연관성으로 김준호의 노력을 신뢰 못하는 거 같다.
"경영 악화를 설명하기 위해 실사 자료를 다 공개할 수 있다. 김우종 대표가 콘텐츠에 집중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다. 공연용 극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해놓고, 외식 사업(코코F&B)을 했다. 또 공금을 너무 안 좋게 썼다. 따지고 보면 난 바지 사장이 된 거잖나. 회사가 다른 사업을 하는데 제지 권한도 없었고, 흐름이 이상해져서 제지하려 했을 땐 이미 김 대표는 도망갔고.

김대희 형에겐 내가 미안한 거밖에 없다. 내가 도와달라고 해서 이 회사에 온 건데, 지난해 10월부터 (형도) 급여를 안 받고 있었다. 직원들 살리자고 했을 때도 형이 동참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대희 형과 내가 위치가 좀 애매하다. 둘 다 임원(김대희 역시 비등재 이사였다)인데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는 구조다. 폐업 이야기가 나온 뒤 1월부터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들자 얘기가 된 거 같다. 물론 난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코코가 회생한다고 해도 연기자들이 돌아올지도 미지수잖나.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자기들이 회사를 차리면서 아무 이름이나 지으면 되는데 나보고 언젠가 돌아오라며 'JD'(준호-대희)라고 붙인 거다. 이걸 보고 짜인 각본이라고 하는데, 웃긴 게 난 지난해 8월부터 버텼고, 코코가 잘못되면 내 책임으로 돌아올 것도 알고 있었다. 내게 상처 줘도 상관없는데, 나 말고 나를 위해 의리를 지킨 후배들까지 양아치로 몰아가는 건 참을 수 없다."

"주주들 모두 만날 예정, 주주총회 통해 결정할 것"

 KBS 2TV <인간의 조건>에 출연한 개그맨 김준호

ⓒ KBS


- 결국 일부 주주들을 외면한 채 폐업을 결정한 게 문제지 않나.
"그렇다. 등기 이사님이 몇몇 주주에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냥 지나친 게 실수였다. 이사님도 말을 못했다더라. 지난해 9월까지 파악했던 주주가 13명이었는데 오늘(29일) 다시 명단을 정리해보니 16명이 됐다. 그 중엔 김우종 대표에게 사기 당한 분도 있고, 새롭게 주식을 샀다며 추가된 분도 있다. 일단 내 책임이 있다면 1차 명단인 13명에 대한 것이다. 추가된 분들도 만나 사실을 설명할 의사가 있다. 현재 7명의 주주는 원만하게 상황을 이해해주고 있다. 나머지 분들은 반대를 하고 있고. 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등기 이사님과 논의를 통해 주주총회를 열어서 회생이든 폐업이든 결정할 것이다."

- 주주들과 어떻게든 만나겠다는 것인가?
"김준호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데 돈을 원하시는 분도 있잖나. 언론에 제보를 해서 협박한다는 느낌도 있다. 회사 설립 초기에 선량하게 투자한 분들이 있고, 중반 투자자도 있고, 김우종 대표가 사기 친 주식도 있다. 어디까지 내가 책임 져야 하는지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 코코 엔터의 회생은 절대 불가하다고 보는가. 그간 쌓아온 업적이 있는 만큼 의기투합한다면 회생이 가능할 거란 시각도 있다. 그게 더 명분이 선다는 주장도 있고.
"등기 이사님과 실사를 해본 결과 어렵다. 그간 후배들을 독려해왔고, 내 돈도 썼고, 다른 사람에게도 금전적 도움을 부탁했었다. 회생을 요구하는 주주 한 분도 12월 달에 오셔서 직접 실사를 할 테니 2주의 시간을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그 분이 제3자를 통해 다른 투자자를 만나자고 했는데 그건 싫다.

나 역시 코코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 회사가 코미디 콘텐츠 회사로 갈 수 없다는 걸 직시했다. 다른 사업을 회사에 갖다 붙이려고 하더라. 김우종 씨처럼 또 사기를 칠지 어떻게 아나. 회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금 날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회생은 어렵다고 본다. 임직원들도 힘들어해서 내가 얘기하고 있는 건데 마치 폐업을 종용하는 것처럼 비춰지더라. 그래도 어떡하나. 하는 데까지 해야지."

- 앞으로 계획은?
"월, 화, 수 오전에 코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있을 거다. 소액 주주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내가 얘기하겠다. 그게 내 할 일이고 책임이다. 돈을 원할 수도 있고,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날 만나서 내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지 말을 해 달라. 내가 개그맨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노력해야지. 진실을 알리려 하는 건데 진실이 이길 거라고 본다. 몇 개월이든 1년이든 알리려고 하겠다."

김준호 김대희 코코 엔터테인먼트 이국주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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