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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 전경
 식물원 전경
ⓒ Botanical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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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날, 우리는 로드아일랜드 주립 공원 내에 있는 식물원(Botanical Center)을 찾았습니다. 이 식물원은 요즘처럼 야외 활동이 어려운 겨울철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방문하는 곳입니다. 식물원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면적의 실내 정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앉아 쉬기에 좋은 벤치도 곳곳에 놓여 있어, 뛰어 노는 아이들을 시야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부모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입장료도 6세 이하는 무료인데다 성인도 3달러(한화 약 3천 원)밖에 되지 않아, 겨울철 운영시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늦게까지 방문객은 끊이지 않습니다.

식물원이 있는 공원의 정식 명칭은 '로저 윌리엄스 공원'으로, 정문으로 들어서면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 1603~1684)'의 동상이 있습니다. 그는 개신교 신학자로, 종교의 자유를 제안하고 교회와 국가를 분리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사상은 당시 상황과 맞지 않아 매사추세츠에서 추방당하게 되고, 그는 로드아일랜드로 옮겨 오게 됩니다. 이곳에서 그는 미국의 첫 침례교회를 시작합니다.

공원은 그를 기리기 위해 1872년에 조성된 것으로, 1966년에는 미국사적등록부에 등재되어 국립사적지가 되었습니다. 공원의 총 면적은 173만 평방미터로 넓은 편이며 공원 내에 동물원, 식물원,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2007년에 문을 연 식물원은 약 1200 평방미터 규모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가장 넓은 실내 정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어느 월간지는 이 식물원을 '도심 최고의 오아시스'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식물원의 온실은 '지중해실'과 '일반 온실'로 구분되어 있으며, 150종 이상의 식물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식물 대부분은 기존의 온실에서 이동한 것으로 선인장, 알로에, 용설란 등이 대표적입니다. 식물원 주변에는 야외 정원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야외 정원은 겨울 정원, 언덕 정원, 장미 정원 등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으며 주로 다년생, 소나무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식물원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실내 정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식물원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실내 정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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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지중해실'의 실내정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낸 물소리는 추위와 사람 관계에서 꽁꽁 얼어있던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과하지 않게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연못 주위를 걸어봅니다. 빨강, 분홍, 아이보리색의 포인세티아(Poinsettia)들이 기분을 한결 더 밝게 해줍니다.

포인세티아(Poinsettia)
 포인세티아(Poinsettia)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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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 때 장식용으로 많이 쓰는 식물이다 보니 겨울이 매력적인 나라에서 왔을 것 같은데 뜻밖에도 원산지는 멕시코입니다. 그래서인지 추운 곳에서는 크게 자라지 못해 화분재배용으로 기른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키가 작은 식물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식물원에서 본 포인세티아는 '겨울 장미', '자유 페퍼민트', '불후의 분홍' 등 색깔에 따라 각각 재미있는 별칭도 있었습니다.

실내 정원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베고니아(begonia) 정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베고니아의 녹색 잎과 분홍 꽃잎은 봄을 연상케 합니다. 그 옆으로 걸어가면 물고기들이 노는 연못이 있어 이곳 역시 실내 정원의 연장선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했던 건 공간의 3분의 1정도 되는 곳에 놓인 원형의 문이었습니다. 호기심에 문을 들어서니 중앙이 텅 빈 공간이 나옵니다.

그 공간은 결혼식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대 수용인원 200명으로, 결혼식뿐만 아니라 각종 기념일, 베이비 샤워, 졸업 등 모든 행사에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용을 위해서는 제공되는 별도의 양식을 작성해 공원관리청에 문의하면 비용 등의 견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식물원 온실에서 올리는 결혼식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결혼식 장소로도 이용이 가능한 온실
 결혼식 장소로도 이용이 가능한 온실
ⓒ Botanical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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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결혼식을 한 부부들의 이용 후기에서 '독특한', '사랑스러운', '놀라운', '친절한' 등의 수식어가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에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그곳은 결혼을 위한 완벽한 장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을 들라면 결혼식을 위한 별도의 주변 장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식 분위기를 낼 간단한 장식 몇 가지만 추가하면 되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결혼식 사진 역시 장소의 독특함 때문에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고 32도를 웃도는 날씨였지만 온실의 습도가 낮아 좋았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에 온실에서 진행되는 예식이다 보니 하객들에게 더울 수도 있음을 미리 고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위에 약한 손님들은 휴대용 선풍기를 준비해 왔고, 자신들도 손님들을 위해 큰 선풍기를 몇 대 빌려서 곳곳에 놓았다고 합니다. 다른 부부들도 식물원 결혼식이 더운 날씨 외에는 크게 신경 쓸 게 없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공원에서 웨딩촬영 중인 예비부부
 공원에서 웨딩촬영 중인 예비부부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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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벚꽃 나들이 겸 공원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원 곳곳에서 웨딩촬영 중인 예비부부들을 많이 봤습니다. 어쩌면 그 예비부부들도 식물원에서 결혼식을 치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중해실'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영화 <아바타>가 떠올랐던 '식충식물(carnivorous plants)'이었습니다. 그 식물이 필자 외에도 여러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식물 주변에는 '식물 안에 막대기나 손을 넣지 말라'는 경고문이 크게 붙어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식물의 에너지를 빼앗아 빨리 죽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사람 손이 닿는 거리에 심어진 것들은 거의 죽어 있었습니다.

식충식물(carnivorous plants)
 식충식물(carnivorous plants)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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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모양의 이 식충식물은 곤충이나 벌레를 포획하여 소화까지 하는 식물로, 안타티카(Antartica, 남극)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볼 수 있으며 전 세계에 645종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식충식물은 주로 물이끼가 있는 습지처럼 영양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는데, 벌레를 잡아먹는 것은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일종의 영양공급이라고 합니다. 식물이지만 영양분을 섭취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동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옆 동의 온실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실 중앙에서 소규모 강연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강연회라고 해서 거창하게 무대 디자인이 된 것은 아니고 식물들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의자와 테이블을 놓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소박하지만 정보교류를 하기에는 충분한 듯 보였습니다. 그 공간은 강연회 외에도 음악회, 각종 전시회 등을 개최하는데 이용됩니다.

소규모 강연회가 진행중인 식물원 온실.
 소규모 강연회가 진행중인 식물원 온실.
ⓒ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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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온실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커피나무였습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해 커피농장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이 막연한 소망이었는데 그곳에서 보게 된 것입니다. 비록 농장 규모는 아니었지만 육안으로 처음 본 것이니 의미가 컸습니다. 커피 열매를 보니 커피 한잔이 생각나 '미드나이트 뮤직'이라는 앙증맞은 꽃을 마지막으로 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중해실'에 비해 볼거리가 많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이라 그런 것이겠지요. 아무래도 봄이 되면 한 번 더 찾아와야겠습니다.


태그:#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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