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가 국민적 인기를 모으면서 방송 중계도 훨씬 활성화됐다. 다음 시즌부터 10구단 체제가 들어서면서 휴일이나 우천 연기를 제외하면 매일 5경기씩을 치러야 한다. 당연히 방송 중계에 필요한 채널이나 인력의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야구 팬은 방송 중계를 통해 야구를 즐긴다. 높아진 야구의 인기만큼 팬들의 관전 수준도 높아져 이제 팬들은 방송 중계나 해설의 수준을 따져가며 채널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만큼 양질의 중계를 선보이기 위한 방송사나 관계자의 노력이 중요해진 부분이다.

최근 들어 더욱 비중이 높아진 것이 각 스포츠 방송사의 야구 해설진 라인업이다. 캐스터와의 조합을 더해 야구팬 사이에서 과연 최고의 중계진이 어떤 조합인지는 해마다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SBS스포츠의 정우영-이순철 콤비, MBC의 한명재-허구연 콤비 등은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인지도 높은 대표적 야구 중계진이다.

최근 몇 년간은 새로운 선수 출신 해설 위원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되거나, 선수 시절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비교적 젋은 나이에 해설자로 데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도 이종범, 정민철 전 한화 코치를 비롯해 LG에서 은퇴를 선언한 김선우를 비롯, 이만수 전 SK 감독(객원 해설위원) 등이 MBC 스포츠플러스와 계약했다. 송진우 전 한화 코치와, 롯데에서 은퇴한 조성환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맡는다. 모두 야구계에서 거물급 스타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야구인들이 현장의 경험을 살려 해설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단편적인 화제성에만 그치고 정작 살아남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본질적으로 야구라는 연결 고리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직접 하는 야구와 방송 해설은 엄연히 별개의 전문적인 영역이다. 오히려 한정된 채널과 시청률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더 치열하고 냉정하다.

허구연이나 하일성처럼 경력이 30~40년 이상된 베테랑 해설가들도 아직까지 해설 수준과 정확성 놓고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경우가 빈번한 분야가 바로 방송 중계다. 많은 스타 출신 야구인이 방송이라는 매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의의로 자신이 예전에 활약했던 팀 이외에는 잘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와 예측으로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야구인으로서의 경험만 믿고 방송해설을 쉽게 생각하거나, 혹은 방송 자체를 경험을 쌓는 과정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단순히 입담이 좋은 것과 해설은 별개의 문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선수 신분이었던 만큼 일반 팬들이 모르는 덕아웃의 풍경이나 본인의 과거 경험담, 친한 동료들의 에피소드를 파는 것은 초반 잠시 동안은 신선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팬들의 귀를 사로잡는 것은 전달자로서 경기 흐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팬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가 하는 전문성에 달렸다. 그래서 야구 관계자들은 해설도 경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퇴한 지 몇 년안 되는 선수 출신이 아니라, 감독급 혹은 최소한 수석 코치급의 경력은 지녀야 해설을 하더라도 진정으로 야구를 심도있게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다.

섣부른 예측으로 오판을 했다가 예상이 빗나간 뒤 "아, 야구 몰라요"하고 적당히 얼버무리던 시대는 끝났다. 프로가 출범한 지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고, 프로 선수 출신 해설자도 대폭 늘어났다. 그동안 많은 해설자가 배출됐지만 허구연-하일성 정도의 위상을 지닌 전문 해설자로 자리 잡은 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선수 출신 해설 위원들이 방송 해설을 그저 재미나 경험을 위한 도구, 혹은 지도자로 돌아가기 전까지의 과정 정도로 쉽게 생각하지 말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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