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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서울 중구를 가로지르는 도로의 이름이다. 또 '을(乙)을 지키는 길'이라는 의미의 새정치연합 특별위원회의 이름이기도 하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013년 5월 구성된 뒤로 영세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을'의 옆을 지켰다.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들의 성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당의 '간판'이 된 을지로위원회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말]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와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회원들이 물량 떠넘기기와 영업사원의 폭언에 항의하며 남양 제품을 거리에 내팽개치고 있는 모습.
▲ 남양유업 횡포에 분노한 대리점 업주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자사 대리점 업주들에게 회사 제품을 부당하게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와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회원들이 물량 떠넘기기와 영업사원의 폭언에 항의하며 남양 제품을 거리에 내팽개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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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013년 5월 새정치민주연합에 채용돼 일하고 있는 '을지로'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민주당'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안철수 신당'이라는 곳과 M&A가 있어서 직장 이름이 바뀌었어요. 아! 그것보다 제 이름이 좀 특이하죠? 보통 을지로라고 하면 서울시청에서 동대문운동장까지 가는 길을 생각하실 텐데, 그게 아니고 '을(乙)을 지키는 길(路)'이라고 해서 '을지로'입니다. 조금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죠? 이름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하는 일이 중요하죠. 하하.

저는 이름 그대로 주변의 '을'을 지켜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뭔가 거창해 보이죠? 요즘 '갑질' 문제가 장난 아니잖아요. 최근에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부터 백화점 주차장 사건까지….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는데, 제가 특채로 입사를 하게 된 것도 남양유업이라는 회사의 '갑질' 덕분이었죠. 생각나실 거예요.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막 욕하고 협박하면서 물량 떠넘기기 했던 그 사건. 그래서 막 남양유업 불매운동도 일어났고, 어느 편의점에서는 남양유업 제품 안 판다고 해서 사진이 SNS에 엄청 돌기도 했잖아요.

기억나시죠? 제 고생길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을'들이 있더라고요. 각종 유통업체 가맹점주들 부터 재래시장 상인들, 취객을 상대해야 하는 대리운전기사, 낮은 수수료와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택배원, 매일 마주치는 청소노동자들과 경비원분들, 그리고 부당한 차별에도 아무 말 못하는 외국인노동자들까지. 하루종일 우리는 수많은 '을'들을 마주치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을'들이 힘들어 하고 있겠죠.

제가 일하는 새정치연합이라는 곳에 국회의원 분들이 많은데 야당이라고는 하지만 그분들에게 상당한 힘이 있더라고요. 현장에 가면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하죠. 민간기업이라고 해도 법과 규제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야당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요.

제가 그런 의원들을 끌고 다니면서 '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기서 그동안 저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해왔던 일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눈을 떠서 잠드는 시간까지 만난 '을'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전 5시 편의점] '갑질'의 시작, 물량 밀어내기

적자운영과 건강악화에 시달리던 'CU' 편의점주 김모씨(53세)가 지난 2013년 5월 본사직원이 보는 앞에서 수면유도제 40알을 삼켜 자살한 가운데,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고인의 부인이 참석한 가운데 'BGF리테일'(옛 보광훼밀리마트) 홍석조 회장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 'CU' 자살 점주 유족 홍석조 회장 고발 적자운영과 건강악화에 시달리던 'CU' 편의점주 김모씨(53세)가 지난 2013년 5월 본사직원이 보는 앞에서 수면유도제 40알을 삼켜 자살한 가운데,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고인의 부인이 참석한 가운데 'BGF리테일'(옛 보광훼밀리마트) 홍석조 회장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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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편의점에 손님이 가장 없는 시간이지만, 가장 바쁜 시간이기도 합니다. 많은 물품들이 새벽 시간에 들어오고는 하니까요. 주인아저씨가 새로 들어온 물건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보통 이 시간이면 아르바이트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안 그런 곳도 많아요. 처음 편의점 업체에서 설명을 들었던 것과는 달리 장사가 잘 안됐거든요. 저 아저씨도 퇴직하고 편의점을 차렸는데 매출이 안 나와 인건비라도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본인이 야간에 일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최근에는 가까운 곳에 똑같은 상표의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었어요. 그러니 장사는 더 안 되겠죠? 그런데 회사와 처음 맺은 계약 때문에 일정한 물량을 매일 받아야만 해요. 결국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게 되죠.

그런데 이런 일이 편의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프랜차이즈 빵집과 화장품 판매점, 심지어 골목에 몇 개씩 생겨난 치킨가게까지…. 소위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더군요.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몇 년 전에는 편의점 점주분들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어요.

그런 일을 겪고서야 상황이 조금 나아졌네요. 다행히 오늘은 저 아저씨께 조금 나은 소식을 전하려고 해요. 아직 부족하지만 편의점 본사들과 점주분들이 상생협약을 맺고 불공정거래 계약을 개선하기로 했거든요. 대상은 편의점 CU와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그리고 크라운베이커리,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가맹점입니다. 또 남양유업처럼 물량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로 어려움을 겪는 CJ제일제당, 농심, 국순당, LG유플러스 와 KT 등 대리점주분들께도 도움을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법률(남양유업방지법)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처리가 어렵네요. 최대한 빨리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상생협약을 제대로 지키는지도 잘 감시할게요!

[관련기사]갑의 횡포 때문에... 10년째 반신불수입니다 / "폐기음식은 편의점주 부담... 담배 광고비는 본사가 챙겨" / "장사 잘 되니 본사가 대리점 빼앗더군요"

[오전 8시 물류센터] 택배기사는 아직도 아프다

<무한도전>의 하하가 단 몇 시간 만에 뻗어버린 그곳입니다. 껌껌한 새벽부터 시작된 상하차 작업이 끝나가는 모양인가 봅니다. 이제 소형트럭에 나눠진 수많은 택배상자가 여러분의 집을 향하겠죠?

우리 집 강아지가 짓지 않는 그분, 가족과 연인 보다 더 반갑게 맞이한다는 택배기사분들의 일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저희들처럼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상자하나를 배달하면 그에게 떨어지는 수수료는 몇백 원. 택배회사 로고를 붙이고 달리지만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게 이분들의 현실이죠.

택배기사분들뿐 아니라 화물운송업과 대리운전 종사자들, 레미콘과 덤프트럭 등을 운용하는 건설하도급 업계 분들 모두가 비슷한 처지입니다. 이분들은 모두 특정 기업의 지시를 받고 일하지만 그 회사 고용된 건 아닙니다.

위탁관계지만 고용된 사람처럼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입니다. 저와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분들을 도울 수 있는 법을 개정하려고 해요. 택배기사들의 수수료를 올리고, 대리운전업계를 규제하고, 화물운송에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고,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표준화 하는 등의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그중에 레미콘 트럭 운전기사 분들의 임대차 계약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지난 2013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표준약관 사용을 권장하고 계약서 작성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와 임대료 체납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내용인데요, 레미콘 기사분들의 어려움이 조금은 덜어졌기를 바라봅니다. 다른 법안들도 빨리 처리해볼게요!

[관련기사] : 사장님 사장님 하지 마세요, 우린 사장 아닙니다 / 택배기사 울리는 우체국의 '교묘한 갑질'

[낮 12시 숭실대학교] 또다시 벼랑에 선 청소노동자

여기는 숭실대학교입니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분들이 있죠. 새벽부터 출근해 오전 내내 청소를 마치고 이제야 작은 휴게실로 들어온 청소노동자 분들입니다. 휴게실 바닥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분들이 속한 청소용역 업체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월 112만 원의 월급을 주면서 최근 2년 동안 2000만 원가량의 연차수당을 체불했다고 합니다. 잠시 쉬면서 난로를 쬐거나 동료들끼리 대화만 해도 시말서를 써야 했고, 청소도구도 자비로 구입할 때가 있다고 하네요.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대부분의 문제는 대학들이 청소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용역업체가 중간에 끼다 보니까 이분들이 받는 월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업체가 바뀔 때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되죠.

청소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대학이 업체를 바꿔 손쉽게 해고해 버리는 거죠. 숭실대뿐 아니라 지금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이런 문제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있었던 강남 아파트의 경비노동자 분신 사건 기억하시죠?

이날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고 난 후 숭실대 총장님도 만났는데요.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지켜달라는 말에 학교 측은 "법을 만들어 주면 지키겠다"라고 합니다. 지침은 말 그대로 지침이지 법이 아니기 때문에 지키지 않겠다는 말이네요. 어이가 없네요. 그래요 한 번 끝까지 해봅시다!

[관련기사] : "인간답게 살고싶다" 서울과기대 청소노동자 본관 점거 / 기재부 철벽 방어에 청소노동자 임금 '아홉 토막' / "노조 가입했어요?" 이상한 근로계약서

[오후 3시 홍대 앞] 다시 돌아온 아프리카 무용수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우원식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2월 경기도 포천 무림마을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윌리씨의 방의 바닥을 손으로 짚어 보고 있다.
▲ 을지로 위원들 "이 냉골에서 어떻게..."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우원식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2월 경기도 포천 무림마을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윌리씨의 방의 바닥을 손으로 짚어 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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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짬을 내서 홍대에 왔습니다. 지난해 포천의 아프리카박물관에서 있었던 노예노동 사건 기억하시나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이곳에서 공연을 하던 아프리카 출신의 예술가들은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었죠. 정말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숙소에서 갇혀 지내며, 월 60만원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의원들과 함께 현장을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처참함에 아직도 끔찍합니다. 결국 모든 것이 폭로된 후 홍문종 의원이 사과하고 환경개선을 약속했지만 아프리카 예술인들은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중에 두 명의 예술인이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아프리카 박물관의 노예노동을 알리는데 가장 앞장섰던 무용수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없애고 싶어 다시 돌아왔다고 하네요.

이분들은 이곳 홍대 어느 소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고, 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안학교에서 아프리카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우리가 애써 보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숨겨진 '을'의 아픔이지 않았을까요?

[관련기사] :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았을까... 너무 끔찍" / 홍문종 사무총장, 거짓 해명 논란, 아프리카노동자 '눈물의 기자회견'

[오후 7시 여의도 쌍둥이빌딩 앞] 내가 입은 유니폼은 누구의 것인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4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노조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4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노조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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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 일정은 촛불집회네요. 인터넷 케이블 업체인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어요. 여러분의 집에 인터넷을 개통하고, 수리해주며, 또 이사 갈 때는 철거해주는 서비스센터 소속 노동자분들입니다.

지난 여름에 시작한 농성이 찬바람 부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네요. 이분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말 할 것도 없죠. 업무 특성상 높은 곳에 올라갈 일이 많아 위험한데 4대 보험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처우를 개선해보고자 노조를 만들었더니 돌아온 건 해고였습니다.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씨앤앰과 같은 다른 인터넷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들 역시 각 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일하지만 정작 그 회사의 직원은 아니에요. 본사가 몇 개의 하청업체를 두고 각 지역 센터를 맡겨서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분들은 그 하청업체의 직원이죠. 그러다 보니 앞서 청소노동자들처럼 마음에 안 들면 하청업체를 바꾸거나 폐업 시키는 방식으로 서비스 기사들을 사실상 해고시킬 수 있습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삼성서비스센터 노동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지난해 연말 고공농성을 벌였던 씨앤앰은 어느 정도 문제가 타결됐지만 다른 곳은 여전히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분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청업체들이 나 몰라라 하는데 있어요. 자신들이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이 역시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의 반대에 막혀 있어요. 법안도 중요하지만 해고된 노동자들이 다시 자기 일을 찾고, 노동자로 보호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같이 할게요.

[관련기사] : "비 오는 날 전봇대 오르다 죽어요" /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는 왜 쌍욕을 들었나, LG 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우리는 유목민"

오늘 하루도 길었네요. 하루를 정리하다 보니까 조금 더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정치연합이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데 당 대표 후보들이 저를 너무 띄워주시더라고요. 당의 상징이라는 분도 있고, 당 대표가 되면 승진시켜 주신다는 분도 있고요.

그 말이 지켜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은 일을 했고, 잘 된 것도 있지만 자랑하듯 늘어놓으려니 많이 부끄럽네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생색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도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럼 또 그곳에서 뵐게요. 꾸벅. 


태그:#을지로위원회, #새정치연합, #우원식, #삼성,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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