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신임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 발언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최근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 수비 시프트 작전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비 시프트는 상대 타자의 성향에 따라 수비수들의 위치를 바꿔서 피안타를 줄이고자 하는 수비 작전으로 주로 강타자를 상대하거나 실점 위기에 놓여 있을 때 많이 사용하는 작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4년만 해도 무려 1만 3296회의 시프트 작전이 나왔다. 이로 인하여 2014년 30개 구단의 평균 타율은 0.251로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평균을 기록했고, 경기 당 평균 득점도 4.07점까지 떨어졌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지나친 타고투저 현상이 나왔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에 새롭게 커미셔너에 취임한 맨프레드는 보다 공격적인 야구를 원했고, 시프트 작전 제한 발언을 꺼냈다.

수비 시프트 작전을 적용할 경우 상대 타자가 공을 당겨 칠 것으로 가정하고 수비수를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좌타자를 상대로 시프트 작전을 사용할 경우 1루와 2루 사이에 수비수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되, 외야에 있는 수비수들을 끌어와서 사용하는 작전을 볼 수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 사용할 경우 그 반대인 2루와 3루 사이에 집중 배치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극단적인 시프트 작전이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경우 1루와 2루 사이 무려 4명의 야수를 배치하는 시프트 작전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연장전에서 상대 팀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경우 내야 땅볼의 취약 지점인 2루를 보강하기 위해 중견수를 2루 앞으로 옮겨 수비에 임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프트 작전에 상대 타자들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시프트 작전은 대체로 당겨치기에 능한 타자(풀 히터)들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일부 타자들은 밀어치기를 통하여 허점을 공격, 타구를 다양한 방향으로 만들어 내면서 이를 극복하고 있다(스프레이 히터).

이렇게 시프트 작전을 극복해내는 타자들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여론이 반발하자, 맨프레드는 타자들이 시프트에 대응하는 데 익숙해지면 굳이 변화를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이나 감독들 입장에서도 대부분 시프트 작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좌타자 풀 히터인 애드리안 곤잘레스(다저스)는 대표적인 시프트 작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잘레스는 야구에서 시프트 작전을 금지하는 것은 야구의 독창성을 없애는 일이라며 농구에서 지역방어를 금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의견을 밝혔다.

사실 곤잘레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대다수의 상대 팀들은 유격수를 2루 베이스 가까이 또는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작전을 사용했다. 그리하여 1루수와 2루수 그리고 유격수까지 3명의 야수들이 1루와 2루 사이를 지켰고, 유격수 자리로 3루수가 이동하여 수비를 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이러한 시프트에 대해 불만을 품기는커녕 오히려 그 시프트 작전의 허를 찌르는 타격을 하는 데 집중했다. 3루 쪽으로 밀어치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4번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3루 기습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아예 담장 너머로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곤잘레스는 2014년에 시프트 견제에도 116타점으로 내셔널리그 타점왕에 올랐고, 1루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도 휩쓸었다. 곤잘레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하던 2011년에 213안타로 안타왕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곤잘레스는 투수들에게 지극히 유리한 펫코 파크를 홈으로 쓰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시절에도 풀 타임 5년 동안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과 80점 이상의 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2009년에는 40홈런을 기록하는 등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곤잘레스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7번의 100타점 시즌을 만들어 냈으며 100타점에 실패한 2009년에도 99타점으로 딱 1점이 모자랐을 뿐이었다.

이렇듯 수비 팀에서 시프트 작전을 통해 상대 타자들을 잡고자 하면 상대 타자들은 보다 다양한 타격 연구를 통하여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만큼 경기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과 감독들은 시프트 작전이 오히려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시프트 작전을 통해 경기에 임하는 두 팀은 더 수준 높은 지능적인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재미도 더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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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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