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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정을 방문했을 때, 그 집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화장실이란 말이 있다. 눈에 쉽게 띄는 곳보다 숨겨진 곳이 판단의 기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2만7000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38선 이북 산골마을에서 여는 겨울축제에 15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어느 주민의 말에서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평소 한산하기만 하던 마을이 마치 서울 명동거리처럼 북적인다.

산천어축제장에 놓인 화장실은 모두 35개다. 고정식이 9개, 이동식은 무려 26개나 된다. 화장실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매시간 쓸고 닦고를 반복한다. 관광객들로부터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산천어축제장, 평일에도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산천어축제장, 평일에도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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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나 산천어 한 마리 얻어주면 안될까. 손자가 자꾸 울어서..."

축제장을 찾은 한 할머니는 손자의 성화에 못 이겨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화천까지 왔다고 했다. 운이 나빴던지 할머니는 산천어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나 보다. 6살의 손자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내게로 달려와 하소연을 했다.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많이 잡은 사람들에게서 산천어 3마리를 얻었다.

"이거 다 할머니가 잡은 거야?"
"그럼 우리 손자 보러 물고기가 왔다가 (손자) 없다고 하니까 할머니한테 오대."

#"이거 뭐하는 짓들이야. 느그들이 잘못한 거 아니야!"

어느 날 오후 늦은 시각, 조용하던 예약 낚시터 발매소 앞에서 큰소리가 났다. 앙칼진 목소리의 한 아주머님은 당장이라도 낚시표 발매회사 직원의 멱살을 잡을 기세다. 운영 총괄인 내가 가만있어선 안 될 분위기다.

아주머니 손엔 고리에 걸어 사용한 찢어진 낚시표가 들려있다. 아이를 데려오면 환불해 준다는 직원에 말에 고객 운운하며 으름장이다. 관계자를 조용히 뒤로 불렀다.

"얼마 되지도 않지만 환불은 힘들겠죠?"
"아니 그런 문제가 있다면 아침에 왔어야지 지금 이 시각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영수증도 없잖아요."
"정 그렇다면 나서지 마시고, 안에 들어가 계세요."

결국 내 주머니에서 (아이들 입장표 가격인)8천 원을 꺼내 줘야 했다. 눈을 흘기며 불쾌한 듯 문을 박차고 나가는 아주머니 뒷모습. 그런 사람들도 우리에겐 고객이다.  

산천어 회센터 앞에 길다랗게 늘어선 줄. 졸지에 난 호객행위 꾼이 됐다.
 산천어 회센터 앞에 길다랗게 늘어선 줄. 졸지에 난 호객행위 꾼이 됐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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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회 센터 보이죠? 그리로 가시면 빠르게 회를 드실 수 있으실 거예요."

산천어 축제장 낚시터 인근에는 산천어 회를 떠 주는 곳이 있다. 오후 1시쯤 되면 100미터 줄이 만들어 진다. 그들의 손엔 몇 마리의 산천어가 들려져 있다. 10m 정도의 줄 차례까지 오는 데 대략 30여 분 걸린다. 이에 조직위는 낚시터 건너편에 회 센터를 하나 더 만들었으나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 듯했다.

건너편 쪽을 가리키며 이동제안을 하는 나를 줄을 선 사람들이 주목했다. 그런데 웬일일까.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기만 할뿐 움직이질 않는다. 아뿔싸! 그들은 내가 그쪽에 회 센터에서 온 호객행위꾼으로 본 거다. 이후 '스태프' 표찰을 꼭 달고 다닌다.

#"당신이 운영자야? 똑바로 해!"

대체 뭘 똑바로 하라는 건가, 이 사람으로부터 벌써 네 번째 듣는 경고다.

올해부터 낚시터 운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사람 당 세 마리로 규정했다. 지역 사람들 중 전문적으로 산천어를 잡아 판매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세 마리 이상 못 가져간다면서요? 못 잡은 사람 드리세요. 사실 혼자 세 마리 다 먹지도 못해요."

다수의 관광객들은 산천어 나눔통이라 쓰인 함지박에 잡은 산천어를 넣는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수십 번씩 드나들며 생떼를 부리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은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 나눔통에 있는 물고기를 달라는 생떼다.

난 그가 누군지 안다. 전문적으로 산천어를 잡아 모 식당에 불법으로 판매를 한다는 사람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했다.

#"표 한 장만 팔면 안 될까요?"

내가 담당한 프로그램은 예약 낚시터다. 현장발매는 할 수 없는 곳이다. 지난 1월24일 이른 아침, 한 관광객은 나를 붙들고 애원하듯 말했다.

2009년 산천어축제 관광객 수가 100만이 넘어선 이후, 매주 토요일엔 아침 10시쯤이면 낚시터가 매진되곤 했다. 안전을 위해 사전에 얼음낚시 구멍을 뚫어 놓고 그 개수만큼의 인원을 입장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쪽지방에서 새벽 5시에 출발을 해 축제장에 도착한 시각이 10시쯤이다. 그러나 낚시 표는 벌써 매진됐단다. 어쩌면 좋나.

멀리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프로그램이 예약 낚시터다.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고 느긋하게 오면 된다. 어느 한 관광객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가족과 친지 등 20여명을 예약했는데, 정작 깜박하고 아들을 빠뜨렸다고 말했다.

상황을 보니 20여명은 모두 예약 낚시터에 입장을 하고, 아이 혼자 5분여 거리에 떨어진 현장 낚시터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죄송합니다만,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한 개만 현장에서 발매 합시다."

그렇게 또 나는 규정을 어겼다. 어쨌든 모든 사람들이 즐거우니까 축제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오는 2월1일까지 운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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