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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치앙 살가두(Sebastiao Salgado, 1944~)는 브라질 태생으로 상파울루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군사 독재에 반대하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건너 가 소로본느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런던에 있는 국제커피기구에서 일했고, 업무 차 아프리카를 오가는 중 프리랜서 사진가로 전업을 했다. 그때 나이 29세의 청년이었다. 그는 휴머니즘을 전파하는 흑백 다큐멘터리의 대가로 알려졌으며, 한 주제로 5년 이상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빈곤과 폭력의 현장을 알려왔던 작가이기에 2004년부터 8년간 120여 개 국을 돌며 작업한 사진 중 245점을 선별한 'GENESIS(천지창조)사진전'은 그의 사진의 주제가 변한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살가두
▲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 표지 살가두
ⓒ 솔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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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을 관람한 후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를 읽어도 좋고, 관람하기 전 사전 이해 차원에서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동 저자인 이자벨 프랑크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세바스치앙의 사진이 전 세계에 알려진 반면, 우리는 그의 개인사, 그가 사진가로서 사회에 참여하게 된 정치적, 윤리적, 실존적인 뿌리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오류를 바로 잡고 싶었고, 기자로서 나의 펜을 통해 세바스치앙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렇다. 사진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그가 찍은 사진을 읽는 중요한 단서이며, 사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의 사진 작업 방식 등이 퍼즐처럼 완성되면서 하나의 사진은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오게 된다.

위에서 간략하게 그의 이력을 밝혔지만, 그는 대학 시절 다소 급진적인 좌파 운동을 하는 조직에 속해 있었다. 조직에서 프랑스 유학을 권하고, 그곳에서도 지속적인 감시를 받았으며, 망명가로 살아가게 되었던 이력을 통해서 그의 세상을 보는 눈을 짐작할 수 있다.

초창기에 그는 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과 참상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다큐 사진 작가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초창기의 작품들은 비극적이고, 분쟁의 현장에서 담은 사진들이기에 사회적인 이슈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사진들이 많았다. 그리고 결국, 르완다에서 몇 개월간 작업을 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반복하여 경험함으로 자신도 결국 병(포도상구균에 감염)을 얻는다. 이어 의사로부터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는다(세바스치앙 살가두의 TED강의 중에서).

그는 이 책에서 사진에 대해 이런 말들을 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찍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내게 사진은 글쓰기다."
"사진은 내 인생이다."
"사진은 나의 언어다."
"기다리기 싫어하는 사람은 사진가가 될 수 없다."

이런 단언적인 표현 속에는 많은 그의 경험이 녹아있다. 분쟁의 현장에서 사진찍는 작업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리고 그가 사진에 대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 짧은 문장들 속에 스며있다.

이제 그는 비극을 목격하는 일로 아프리카를 찾은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찾았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고, 그런 필요를 사람들이 깨우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GENESIS'작업에 들어간다.

그는 이구아나의 손을 찍은 후, 마치 중세기사의 갑옷입은 손을 연상했다고 한다. 이구아나의 손과 사람의 손이 다르지 않음을 목격한 것이다. 작업의 목적은 더욱 뚜렷해 진 것이다.

이구아나의 비늘이 중세의 쇠 그물 갑옷을 연상시킨 순간, 그 비늘 아래 발가락들이 내 손가락들과 똑 닮아 보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저 이구아나도 내 친척과 마찬가지구나...'제네시스'로 생명체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그 모든 구성요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p.157)

'인간의 손'이라는 제목이 붙은 세하 펠라다 금광(1986년)에서 작업한 사진은 얼핏 보면 지옥의 묵시록을 보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금광에서 찍은 다른 사진들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인간의 삶인가 싶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설명을 읽으면서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그의 사진 작업을 하는 방식은 그들과 같아짐이다. 같아지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그들과 함께 한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작업을 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동식물)을 사진으로 담을 때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신의 '천지창조'보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한다. 그래서 'GENESIS'는 다윈의 진화론의 근거가 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그 곳 작은 섬에서 자이언트거북을 담기 위해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종일 거북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거북처럼 기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한 후에야 자이언트거북이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그는 거북이가 꼬박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하루가 걸렸던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인간에게 어떤 해도 당하지 않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들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거북은 이전에 인간에 의해 포획되어 식량으로 사용되었던 경험들이 내재되어 있기에 다른 종보다 인간을 받아들이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합리적인가.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세계 구석구석에서 경제적인 논리 때문에 도시를 떠난 사람들, 전쟁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힘겨운 시간과 인생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있었지만 그들은 사진을 찍도록 허락했다고 고백한다. 자신들의 절망적인 상황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들과 하나가 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순순히 허락을 했을까?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이 책에서 'GENESIS'작업을 '자연의 부치는 연애편지'라고 말했다. 자연에 부친 연애편지, 그 편지를 그의 사진을 통해서 읽는 재미는 누군가의 연애 편지를 훔쳐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더군다나 장엄한 흑백사진은 그들만의 색깔을 상상하게 하여 또하나의 흥미를 자극하며 사진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든다.

이 책에는 여기에서 소개된 내용 외에도 아내 이야기와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이뤄낸 일들, 다운증후군 아들을 통해서 만나는 또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 등이 실려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세바시티앙 살가두의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을 대하는 삶의 자세를 알 수 있다. 참으로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의 사진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GENESIS'전에는 인간이 없는 사진들도 많다. 그런데, 그 모든 사진들 속에는 인간이 들어있다. 그냥 풍경 사진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사진작가가 쓴 연애편지가 점자처럼 오돌토톨 튀어나올 듯 하다. 사진전에서 놓친 연애편지의 글귀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된다. 사진전을 관람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고 간다면, 더 많은 연애편지의 행간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는 2월 28일까지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태그:#세바스치앙 살가두, #제네시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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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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