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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평촌 관악타운 아파트
 안양 평촌 관악타운 아파트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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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된 낡은 승강기 교체 문제로 경기 안양 관악타운 주민들과 입주자 대표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전면교체'를 주장하지만 일부 입주자대표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부분교체' 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입주자대표회의(아래 입대의)는 주민들로 구성된 승강기 TF(Task force)팀이 제안한 승강기 전면교체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날 입주자 대표 전체 14명 중 12명이 참석해서 비밀투표를 진행, 7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한 달 뒤인 1월 26일, 주민들 요구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임시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입주자대표 7명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대의는 총 입주자 대표 과반수가 참석해야 열 수 있고, 승강기 전면교체 안건은 총 입주자대표 과반수인 8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승강기 전면교체 건이 부결되자 주민들은 집회 등을 벌이며 입대의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만들었고, 이에 앞서 7일에는 '승강기 전면교체'에 반대의사를 밝힌 입주자대표 3명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아파트 자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최경훈 승강기 TF팀장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최경훈 승강기 TF팀장
ⓒ 최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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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과 18일에는 1인 시위를, 24일과 25일에는 주민 50여 명이 모여 아파트 입구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뿐만아니라 주민 250여 명은 '승강기 전면교체'와 이에 반대하는 입주자대표 해임에 찬성 서명을 했다. 서명운동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관악타운은 총 1800세대로 교체해야 할 승강기는 48대다.

많은 주민들이 승강기 전면교체를 주장하는 이유는 타기 불안할 정도로 고장이 잦고, 장기적으로 볼 때 전면교체가 부분교체보다 비용절감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경훈 승강기 TF팀장은 27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부분교체(시스템 교체)는 아무래도 안전하지 않고, 수리비 지출이 계속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불합리하다"며 "(초기비용이 더 들더라도)전면교체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아직 공석인 비대위 위원장 역할도 맡고 있다.

최 팀장은 또한 "(승강기가)갑자기 서기도 하고 문이 안 열려 갇히는 경우도 있어, 주민들 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하루 빨리 승강기를 교체해야 하고 우리 돈 내서 우리가 하겠다는데, 대표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 반대 입주자 대표 해임 건의... 입주자 대표 "싸워보겠다"

집회광경. 24·25일 주민 50여명이 '전면교체'를 주장하며 아파트 입구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집회광경. 24·25일 주민 50여명이 '전면교체'를 주장하며 아파트 입구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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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강기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최 팀장과 함께 직접 탑승해 보았다. 바닥에 낡아서 패인 자국이 여럿 있었고 운행 중에는 그르렁거리는 금속성 소음이 들렸다. 멈출 때는 덜컹거리면서 흔들려 불안했다. 

승강기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문이 안 열려 갇힌 적 있었는데 무서웠다"고 말했다. 한 주부는 "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불안해 죽겠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가 탄 승강기는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도 밤새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고장을 일으켜 최근 수리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고장이 잦고 많은 주민들이 '전면교체'를 원하는데도 일부 입주자 대표들은 여전히 '부분교체(시스템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입주자 대표 A씨는 27일 오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모아놓은 돈이 27억 밖에 안 된다"며 "시스템교체(부분교체)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부분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해임 건의안에 대해 "(전면교체 반대했다는 것은)해임사유가 안 된다, 싸워보겠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아파트단지에 걸려있는 플래카드
 아파트단지에 걸려있는 플래카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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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민들이 원하니 '전면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주자대표도 있고, 주민들과 갈등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자진사퇴의사를 밝힌 입주자 대표도 2명이나 된다.

입주자 대표 B씨는 "주민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당연하다"며 "주민들이 원하니 전면교체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사퇴의사를 밝힌 입주자대표 C씨는 "진흙 속에서 나오고 싶었다"라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관악타운 승강기 48대 전면교체 예상비용은 약 20억 원이고, 부분교체(시스템교체) 예상비용은 약 15억 원이다. 전문가는 23년이 지난 노후한 승강기라면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전면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승강기 안전정책관련 분야에서 14년간 일했다는 승강기안전기술원 H과장은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부분교체를 하면 소음 등이 없어지지 않아 민원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23년 됐으면 전면교체가 안정적이며, 이런 경우 대체로 전면교체를 한다"고 말했다.


태그:#아파트 승강기, #관악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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