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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태 대전서구청장
 장종태 대전서구청장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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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태 대전 서구청장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백로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지난해 선거에서 서구청장에 당선되자마자 집단민원이 생겼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남선공원에 1000여 마리의 백로 떼가 찾아들었다. 대전 시민들에겐 귀한 손님이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애물단지였다. 새털과 배설물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울음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자 주민들은 서식지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장 청장이 나서 주민들과 환경단체, 조류학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백로들의 보금자리인 소나무 숲을 간벌했다. 백로 스스로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유도한 것이다. 주민들에게 어린 백로가 다 자라 날아갈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주민과 환경 단체 간 갈등을 오랜 대화로 풀어냈다는 데 보람을 느껴요.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죠. 하지만 사람과 백로 간 갈등에서 말이 안 통하는 백로가 쫓겨 간 거죠. 백로들하고 대화할 수 있으면 사람들과 다툴 일 없는 월평공원(지난해 '아름다운 숲 전국 10선'에 선정)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은데…."

지난 21일 집무실에서 만난 장 청장은 당선된 후 최근 6개월이 그의 인생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바쁘게 보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45개 분야에서 상을 받았어요. 상 사업비도 10억 원을 받았구요"

"관리비 인하 돕는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립....행복한 아파트 문화 보급"

장 청장은 그중 공동구매촉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일을 내세웠다.

"지역 우수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구매도 하고 판로도 개척해 주는 일이었죠.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처음 받는 상이었어요. 어려운 지역 중소기업을 도운 일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가 임기 중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립이다. 대전 서구에만 10만 3000여 세대가 124개 공동주택단지에서 거주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어렵다고 봐요. 관리비 인하, 층간소음 등 분쟁조정, 주민화합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행복한 아파트 문화를 대전 서구에서부터 보급하자는 취지입니다. 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아파트 단지 내 발생하는 부정부패 문제에서부터 공동체 회복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관리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장종태 대전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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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은 이를 위한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결과를 토대로 관저동과 둔산동에서 각각 시범운영 할 예정이다.

또 다른 하나가 주민 참여형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이다.

"자치단체장이 가진 3권을 들자면 보통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을 꼽아요. 감사위원 제도는 삼권 중 하나인 감사권을 내려놓겠다는 겁니다. 구청장도 필요하면 감사할 수 있어야죠. 기초자치단체에서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참여형 감사위원회 제도입니다. 구정을 주민들이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서구 떼어 유성구 주는 방식의 선거구 증설 절대 반대"

-지난해에는 이 달 말까지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요?
"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있어요. 우선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데 낯선 제도이다 보니 의원들이 아직 검토 중입니다. 구청장이 감사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 쉽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웃음) 충분히 논의하고 설득해서 시행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는 둔산구 분구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내년이면 서구 인구가 50만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둔산의 경우 대전의 상징으로 지역에 맞는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분구가 필요합니다. 정말 분구가 서구에 도움이 되는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검토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 분구는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인데요? 선거구 증설 방안에 대한 의견은요?
"대전이 광주보다 인구가 많은데도 국회의원 수는 2명 적고 울산은 대전보다 30만 명이 적은 데도 국회의원 수가 똑같습니다. 광주시민과 대전시민의 가치가 다릅니까?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구의 일부를 떼어 유성구에 주는 방식으로 유성구에 국회의원 2석(현재 1석)을 만들자는 주장에 절대 반대합니다.

이런 발상으로는 영원히 광주시민을 못 따라갑니다. 발상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발전 속도로 보면 유성은 당연히 선거구가 나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유성 선거구를 늘리고 다음에 서구 선거구를 갑, 을, 병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전략과 전술을 다듬어야 합니다."

서구 균형발전프로젝트위원회 구성은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지난해 조례가 제정돼 이달 중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행정구역조정분과, 미래도시 디자인분과, 창조경제복지분과로 나눠 균형발전 기본계획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민선 6기 화두는 소통, 올해의 화두는 "겸청즉명'

대전 구봉산에서 본 노루벌
 대전 구봉산에서 본 노루벌
ⓒ 대전 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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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변화와 개혁을 주장해온 데 비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지금 공직자들이 잘못된 관행이나 이런 것을 고치고 바꿔가는 과정입니다. 최소한 주민을 바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과거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있거든요. 작고 소소하고 잔잔한 것 같지만 공무원들 마음이 바뀌는 것이기에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구정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민선 6기 구정을 요약하면 '소통'과 '참여'입니다. 금년의 화두는 겸청즉명(兼聽則明)입니다. 누구든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하고 고루 듣겠다는 의미입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밥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능하면 더 낮게 구민 삶속에 더 깊이 들어가서 주민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사람중심 도시'를 구정 비전으로 제시했는데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학위를 취득하고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 학교나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사람이 우선인 행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타 지역민에게 서구의 한 곳을 소개한다면 어느 곳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지요?
"대한민국에서 대전 서구만큼 인프라가 잘 갖춘 도시가 없어요. 한국의 중심인 데다 정부종합청사(3청사), 시청과 검찰청 법원 등 각종 관공서가 몰려 있어요. 월평공원은 천혜의 생태 환경을 자랑합니다.

특별히 한 곳을 더 소개한다면 '노루벌'입니다. 구봉산에서 보면 노루벌이 휘감아 돌아가는 물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갑천의 상류지역인데,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도 서식하고 반딧불이도 세 종류(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나 서식하고 있어요. 민박에다 야영장도 있고, 물놀이도 할 수 있죠.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보고입니다."


태그:#대전 서구청, #장종태 서구청장,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사람 중심, #선거구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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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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