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라드는 곧 다가올 봄이 지나면 리버풀 곁을 떠나야 한다. 리버풀은 그를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런던, 리그컵 결승전 장소)에 세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만 뜨거웠다. 연장전까지 끈질기게 매달렸지만 리버풀 동료들이 원하는 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 FC가 우리 시각으로 28일 오전 4시 45분 잉글랜드 런던에 있는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리그컵(캐피탈 원 컵) 준결승 2차전 리버풀 FC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첼시는 연장전에 터진 이바노비치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문지기들의 슈퍼 세이브 맞대결

일주일 전에 리버풀의 안방 안필드에서 열린 1차전에서 1-1로 비긴 두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2차전 불길을 당겼다. 양쪽 골문을 나란히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이 온몸을 날려 그라운드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전반전은 방문 팀 리버풀의 공격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매우 공격적인 미드필더로 배치되어 멋진 찔러주기를 여러 차례 성공시키며 동료들을 빛낸 것이다.

먼저 26분에 제라드의 왼쪽 찔러주기를 받은 알베르토 모레노가 첼시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슛을 터뜨렸다. 거리가 가까운 곳이어서 매우 위협적이었지만 각도를 잘 잡은 첼시 문지기 티보 쿠르투아가 침착하게 손을 뻗어 막아냈다.

그로부터 3분 뒤, 제라드의 찔러주기를 받은 필리페 쿠티뉴가 빠른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정면에서 왼발 강슛으로 골을 노렸다. 이것도 쿠르투아가 쓰러지며 왼발로 쳐냈다. 첼시 FC의 전설적인 문지기 페트르 체흐가 왜 벤치를 지키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장면들이었다.

후반전에는 반대쪽 골문 앞이 뜨거워졌다. 런던 홈팬들을 모셔 놓고 계속 밀릴 수 없는 첼시의 자존심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59분, 에당 아자르의 놀라운 드리블 솜씨가 빛났다. 자신을 막기 위해 달려드는 세 명의 리버풀 선수들을 차례로 따돌린 아자르의 왼발 중거리 슛이 아슬아슬하게 리버풀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났다.

이렇게 후반전 대반격을 알린 첼시는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를 중심으로 리버풀 골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61분, 디에고 코스타의 오른발 중거리 슛이 리버풀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슬쩍 바뀌어 굴러들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리버풀 문지기 시몬 미뇰레가 오른쪽으로 쓰러지면서도 왼발로 잘 막아냈다. 4분 뒤에도 미뇰레는 디에고 코스타의 유연한 드리블 동작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다리로 공을 걷어내는 슈퍼 세이브 능력을 자랑했다.

연장전 끝장 대결, 이바노비치 헤더 결승골

리버풀의 브렌단 로저스 감독은 경기 시작 70분이 되었을 때,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코비치를 빼고 골잡이 마리오 발로텔리를 들여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는 득점 없이 정규 시간 90분이 끝났고 연장전이 시작됐다. 발로텔리는 연장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 골잡이 스털링이 부드럽게 밀어준 공을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다. 공격수들이 좋아하는 슛 각도였지만 그의 오른발 끝에 맞은 공은 어이없이 높게 날아가 버렸다.

연장전 4분 만에 세트 피스 선취골이 나왔다. 루카스의 반칙으로 얻은 미드필드 오른쪽 프리킥이 첼시에게 주어졌다. 윌리안이 오른발로 감아올린 이 공은 첼시 수비수 이바노비치의 이마에 정확하게 연결되어 그물을 크게 흔들었다. 런던 홈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서도 이바노비치를 끝까지 따라잡지 못한 발로텔리의 느슨한 수비 가담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리버풀 팬들로서는 몹시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그래도 리버풀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99분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첼시 골문 앞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스털링이 왼쪽 끝줄 앞에서 절묘하게 띄워준 공은 발로텔리를 지나서 헨더슨의 머리에 전달되었다. 누가 봐도 동점골 타이밍이었지만 헨더슨의 머리를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첼시 골문 오른쪽 모서리를 아찔하게 벗어나버렸다.

마지막 15분 기회만 남은 리버풀의 브렌단 로저스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리키 램버트에게 썼다. 미드필더 모레노를 빼고 골잡이 램버트를 들여보냈기에 그야말로 모든 것을 공격에 쏟아부어야한다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첼시 수비수들의 저항이 강했다. '발로텔리-램버트-스털링'의 쓰리 톱이 슛 기회를 잡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첼시의 역습 기회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무리뉴 감독은 디디에 드로그바를 종료 1분을 남기고 들여보낼 정도로 능숙하게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로써 첼시 FC는 하루 뒤에 열리는 토트넘 홋스퍼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2차전 맞대결(1차전 토트넘 1-0 승리) 승리 팀과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첼시 FC(52점, 16승 4무 2패)는 정규리그(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를 끝낸 현재 순위표에서 2위 맨체스터 시티 FC(47점)와 승점 5점 차를 유지하며 1위를 내달리고 있다. 2월 1일 오전 2시 30분(한국 시각), 첼시의 안방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두 팀은 운명적 맞대결을 펼친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이기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 향방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명승부가 예고된다.

프리미어리그 8위에 머물고 있는 리버풀 FC(35점, 10승 5무 7패)도 잉글리시 FA컵, 유로파리그 일정이 겹친 상태에서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머지사이드 더비 매치(vs. 에버턴 FC)가 몹시 신경 쓰이는 입장이다. 역시 축구의 본고장은 겨울이 무색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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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잉글리시 리그 컵 준결승 2차전 결과(28일 오전 4시 45분, 스탐포드 브리지-런던)

★ 첼시 FC 1-0 리버풀 FC [득점 : 이바노비치(94분,도움-윌리안)]
- 1, 2차전 합산 점수 2-1로 첼시 FC 결승 진출

◎ 첼시 선수들
FW : 디에고 코스타
AMF : 에당 아자르, 윌리안(119분↔디디에 드로그바), 오스카
DMF : 네마냐 마티치, 세스크 파브레가스(50분↔하미레스)
DF : 필리페 루이스(78분↔아스필리쿠에타), 존 테리, 쿠르트 조우마, 이바노비치
GK : 티보 쿠르투아

◎ 리버풀 선수들
FW : 라힘 스털링
AMF : 알베르토 모레노(106분↔리키 램버트), 필리페 쿠티뉴, 스티븐 제라드, 조단 헨더슨
DMF : 루카스 레이바, 라자르 마르코비치(70분↔마리오 발로텔리)
DF : 엠레 찬, 마마두 사코(57분↔글렌 존슨), 마틴 슈크르텔
GK : 시몬 미뇰레
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FC 리버풀 FC 이바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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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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