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한국의 결승 상대는 '사커루' 호주로 결정됐다. 호주는 지난 27일 오후(한국 시각) 호주 뉴캐슬에서 열린 UAE와의 2015 아시안컵 4강전에서 UAE에 2-0으로 완승했다. 27년 만의 결승행에 성공한 한국은 오는 31일 시드니에서 호주를 상대로 대망의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2006년부터 AFC에 편입된 호주는 2011년 카타르 대회(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호주와의 결승전을 승리하면 1960년 이후 무려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이루게 된다.

UAE와 맞붙은 호주, 힘 빼지 않았다

호주 골망 가르는 이정협의 골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 전반 이정협이 찬 공이 호주 골문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한국이 1-0으로 승리해 조1위로 8강에 진출했다.

▲ 호주 골망 가르는 이정협의 골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 전반 이정협이 찬 공이 호주 골문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한국이 1-0으로 승리해 조1위로 8강에 진출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호주의 결승행을 확신한 바 있다. 관건은 단지 UAE가 호주를 얼마나 괴롭혀줄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UAE는 호주의 적수가 전혀 되지 못했다. 호주는 전반 14분 만에 수비수 세인스버리와 데이비슨이 2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장악했고, 이렇다 할 위기없이 무난한 승리를 따냈다.

UAE는 플레이메이커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중원에서 몇 차례 예리한 패스를 뿌리며 역습을 노렸지만, 공격수들의 볼키핑과 위치 선정 능력이 떨어지면서 강한 체격 조건을 앞세운 호주의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후반 들어 압둘라흐만 마저 봉쇄되자 UAE의 반격은 빛을 잃었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던 UAE는, 체력적으로 무딘 모습을 보이며 호주에 점유율과 제공권 싸움에서 모두 밀렸고, 일본전과 같은 움직임을 전혀 재현하지 못했다.

두 번째 골이 터질 때만 해도 이날 호주의 다득점 양상으로 진행될 분위기였으나, 의외로 호주는 이후 공세의 고삐를 늦추고 완급 조절에 나섰다. 확실한 찬스가 아니면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고, 승리를 확신하자 주축 선수들을 교체하며 체력 안배와 경고 관리에 나섰다. 다분히 한국과의 결승전을 의식한 경기 운영이었다.

호주는 A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이후, 중국과 UAE를 상대로 실점없이 두 골 차로 여유 있게 제압했다. 4강팀 중 유일하게 연장 승부를 한 번도 치르지 않았고, 큰 위기 상황이 없었기에 그만큼 체력적인 소모도 적었다. 더구나 개최국으로서 어딜 가든 계속되는 홈팬들의 뜨거운 성원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최상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홈팀을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 것은, 그만큼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호주 화력 무섭지만, 태극호 방패도 견고해졌다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손흥민이 연장 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손흥민이 연장 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호주와 역대 전적에서는 7승 10무 8패로 거의 박빙이지만, 근소하게 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같은 A조에 배정되어 조별 리그 최종 전에서 이정협의 결승골로 한국이 1-0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 호주의 유일한 무득점 경기였다.

총 12골을 기록하며 아시안컵 참가국 중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호주는 한국전 외에는 모두 경기당 2골 이상을 넣으며 약팀을 확실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 득점을 기록한 호주 선수만 10명이나 될 만큼 득점 루트도 다양하다.

반면 한국은 5경기-480분 연속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과거 호주가 세웠던 대회 최다 연속(475분) 기록을 경신한 이번 대회 유일의 무실점 팀이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조별 리그 대결 당시는 호주가 주축 선수들 일부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나섰기에 100% 전력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하지만 팀 케이힐 등 베스트 멤버들이 모두 투입된 후반 이후에도 호주는 한국의 골문을 끝까지 뜷지 못했다. 호주의 플레이 스타일과 경기 운영 방식은 어차피 동일하다. 호주의 상승세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경기를 거듭하며 더욱 매서운 화력을 보이고 있는 호주 만큼, 한국도 조별 리그 때보다 한층 진화했다. 조별 리그 내내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라인업을 자주 바꾸며 조직력이 불안했던 것과 달리, 호주전 승리를 기점으로 슈틸리케 호의 전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이번 대회 최고의 선방을 보여주고 있는 골키퍼 김진현을 중심으로 곽태휘-김영권의 중앙수비, 김진수-차두리의 좌우 풀백으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의 조직력이 한층 단단해졌다. 중원에는 기성용-박주호가 대회 내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공격진에는 손흥민이 우즈벡과의 8강전 멀티골을 통하여 확실하게 살아났다. 호주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정협은 이라크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이번 대회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남태희와 이근호는 활발한 스위칭과 수비 가담 등을 통해 부상으로 하차한 이청용-구자철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여러 번의 고비 속에서도 무실점 행진을 지키고 있는 수비력, 우즈벡과의 연장전 승부 등을 거치며 선수들의 위기 관리 능력과 자신감이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도 충만하다. 상대적으로 호주는 안방에서 별다른 고비 없이 결승까지 올라온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조별 리그 때처럼 한국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상황이 될 경우, 호주가 조급함에 자멸하는 상황도 기대할 수 있다.

케이힐 봉쇄와 제공권 싸움이 최대 화두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호주의 최대 강점은 역시 힘과 높이다. 사실상 유럽팀이나 다름 없는 호주는 우월한 신체 조건를 바탕으로 측면을 활용한 빠른 역습과 크로스에 이은 선 굵은 고공 축구가 장기다. 하지만 엥게 포스테코글루 현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는 기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일에 변화를 가미해 패싱 게임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호주는 이번 대회 들어 모든 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과 패스 성공 횟수에서 앞서고 있다. 약팀만이 아니라 전력상 비슷하다고 평가 받는 한국도 호주를 상대로는 점유율에서 밀렸다. 밀레 예디낙과 마시모 루옹고가 포진한 중원은 힘과 기술을 두루 갖췄다. 케이힐과 로비 크루세 등 전방 공격수들도 패스와 연계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이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호주의 에이스는 누가 뭐라 해도 결국 케이힐이다. 이번 대회 3골을 넣고 있는 케이힐은 공격수로는 비교적 단신임에도 타점 높은 헤딩과 몸싸움, 위치 선정이 모두 일품이다. 직접 골을 넣지 않더라도 호주의 공격 전개에서 케이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지난 UAE와의 준결승전에서도 호주가 기록한 2골에 모두 케이힐이 관여했다. 케이힐이 수비를 여러 명 달고 다니면서 파생된 공간을 2선에도 순간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플레이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상대 수비수들이 섣불리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우리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 줄 필요가 있다.

지난 조별 리그 대결에서 호주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한국 선수들이 제공권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케이힐이 투입된 후반에도 한국은 공중볼 경합 싸움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다혈질인 케이힐은 경기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곽태휘처럼 호주 선수들과도 적극적인 몸싸움을 두려워 하지 않는 투지가 필요하다. 구자철의 부상 아웃까지 초래했던 호주의 거친 플레이는 경계해야하지만, 이를 심리적으로 역이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한국에 유리한 흐름으로 경기를 전개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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