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남포동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남포동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성하훈


"정치인 출신이니 책임에 대해서 잘 알 것이다.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 압박 논란이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면담으로 임시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영화계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완벽한 해결이 아닌 서병수 부산시장이 여론에 밀려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조직위원장으로 자격이 없다"며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영화제 압박은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 확인

부산시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이날 오후 1시 30분 면담을 갖고 서 시장의 영화제 쇄신 요구에 대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시장님의 영화제 쇄신, 비전제시 요구에 충실히 응하려 하고 있고 구체적인 안을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 역시 보도자료로 '최근 현안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입장'의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의 면담이 있었고, '부산시장은 먼저 지난 영화제 때 논란이 된 영화에 대한 소회를 말씀하시고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서병수 시장의 영화제 압박이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용관 위원장은 "(면담에서)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앞으로 부산시와 보다 긴밀하게 대화하고 소통해서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라며 "시장의 여러 지적과 말씀을 존중하지만 온전히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비정상적인 간섭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또한 "20회를 맞는 지금까지 영화제 개최와 운영은 물론 영화제의 산업적 기여도를 높이고 이를 부산시의 영화영상산업육성과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부산시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왔다. 지금에 와서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부산시 감사와 압박이 무리한 것이었음을 짚고 넘어가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이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분란이 생긴데 대해 부산시민과 한국 영화계에 사과의 뜻을 전한 후, "최근 불거진 논란의 여파를 조속히 수습하고 정비해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냉철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 부산국제영화제


외형상은 수습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앙금은 남아 있는 상태다. 부산시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위기를 모면하려는 듯 오락가락한 입장 등을 내놓으며 행정기관으로서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이 위원장에게 사퇴 압박을 분명히 해 놓고도 언론에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시인하더니,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다시금 입장을 바꿔서는 '사퇴 종용이 없었다'고 한발 빼는 모습을 나타냈다.

또한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가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은 아니"라고 했다가 결국 시장이 이를 직접 실토하면서 지금껏 거짓 해명만을 늘어놓았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영화계가 부산시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기모면에만 급급해 수시로 말을 바꾸는 태도에 신뢰감 자체가 상실된 것이다.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는 "부산시가 지도점검 결과 인력채용, 회계방만, 프로그램 상임집행위 보고 미비 등을 가장 큰 문제라고 했는데, 시장은 그동안 경제 산업적 역할이 미비하고 일자리창출을 위해서 쇄신이 필요하다 한 것은  앞뒤 안 맞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영화제 분란 일으킨 부산시장은 조직위원장 자격 없어

겉으로는 봉합된 모양새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27일 영화단체들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를 조직한 것도 이런 불신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독립성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부산시장의 태도가 언제 다시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인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제작사 대표는 "부산시장이 쇄신안을 요구했는데, 총회에서 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재도발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영화제가 개최되는 자치단체장들이 예산을 지원하는 것 때문에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을 맡는데, 지금과 같은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조직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있겠냐"며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서병수 시장과 그 참모진이 그간 영화제 역사와 영화계 정서를 거의 파악하지 못한 채 갑질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엉거주춤 봉합하는 것보단 향후 영화제 자율성을 위해서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보장이 확실히 요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상호 합의가 없다면, 문제가 되는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상영 철회 압박-표적 감사-인적 쇄신 요구'라는 일련의 경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이번에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지자체 갑질에 시달리는 영화제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궤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계의 재발방지 대책과 책임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서 시장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영화계가 계속 대응하겠다는 분위기여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이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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