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누는 이동근 캐스터 이상열 해설위원(아래 가운데), SBS 스포츠 홍재경 아나운서(아래 오른쪽)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

▲ 이야기 나누는 이동근 캐스터 이상열 해설위원(아래 가운데), SBS 스포츠 홍재경 아나운서(아래 오른쪽)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 ⓒ 유준상


[기사 수정 : 2015년 1월 28일 오후 4시 35분]

SBS 스포츠의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는 그 누구보다도 바쁜 하루를 지내고 있다. 야구 시즌이 끝났어도 배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현장은 계속 나가야 한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 행복하기에 버틸 수 있다. 비교적 짧은 경력이지만 어느덧 사내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캐스터 중 한 명이다.

남들보다 빨리 현장에 나간 '노력형' 캐스터

인터넷중계를 통해 퓨처스리그 중계 경험을 쌓은 뒤 2011년 SBS 스포츠에 입사한 그는 2012년 프로야구 중계에 투입됐다. 입사 2년 차에 현장 투입은 드물지만, SBS 스포츠(당시 SBS ESPN)는 당장 캐스터가 필요했다.

그는 2012년부터 프로야구 중계에 투입됐다. 보통 한 방송사에 스포츠 캐스터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많아봐야 7~8명 정도이고 이 중 대부분은 현장 투입을 바로 나갈 수 없다. 훈련도 받아야 하고 프로그램 녹음이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한 경기씩 맡아 더빙 작업을 하면서 현장보단 방송국 내 업무를 맡는다. 경력이 쌓이더라도 다른 캐스터의 이적이나 기타 문제가 없는 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isportsTV의 유수호 캐스터는 재작년 1월 스포츠 언론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스포츠 캐스터의 자질을 말하며 이동근 캐스터를 언급했다. "굉장히 빨리 현장에 나간 케이스"라고 소개하면서 그를 "노력을 참 많이 했던 캐스터"라고 회상했다. 조금은 험난한 벽에 도전한 후배가 잘 되길 바라는 바람이 가득했다.

2012년 현장 첫 해, 양준혁·김정준·안경현 해설위원 등 수많은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이동근 캐스터는 2013 시즌까지 가장 많은 경기의 중계를 소화해야 했다. 거의 매 주마다 목소리를 내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시청률도 부쩍 탄력을 받는 추세였다.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중계를 접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지 실시간으로 열리는 경기들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듣는 귀도, 보는 눈도 많아졌고 팬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실수 한 번 잘못 했다간 비난을 받기 일쑤이다.

이동근 캐스터도 대중의 냉정한 시선을 피해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팬들이 답답했던 건 '샤우팅'이었다. 야구 종목의 특성상 홈런이나 역전 상황이 나왔을 때 중계진이 이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캐스터들에 비해 이동근 캐스터의 외침은 뭔가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홈런의 짜릿함을 모두 전달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좌측 담장"을 수없이 외친 권성욱 KBS N 캐스터(현 편성팀장), '소몰이 창법의 끝판왕' 임용수 캐스터, 오랜 경력으로 다듬어진 전문성과 목소리로 사랑받는 한명재 캐스터 등을 생각해보면 모두 홈런 상황에서의 인상적인 샤우팅이 떠오른다. 헌데 '이동근 캐스터' 하면 샤우팅이 떠오르지 않는 건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고 많은 경험을 쌓아간 이동근 캐스터는 자기만의 중계를 위해 열심히 연구를 해 나아갔다.

팬들의 눈높이에 맞춘 차분한 해설... 그만의 '품격'

이듬해인 2013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사실상 메인 캐스터 자리에 근접했다. 정우영 캐스터가 이적한 지난 시즌에는 부담을 좀 덜어내고 '차분함'과 '팬들의 눈높이'에 다가가는 중계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해설위원과의 오고 가는 이야기에서의 왠지 모를 따뜻함은 이동근 캐스터만의 무기가 되었다.

경력이 조금씩 쌓이면서 야구가 아닌 타 종목에도 발을 내딛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서울 스튜디오에서 봅슬레이 중계를 진행했다. 9월에 개최된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사격 종목 중계를 맡아 현장에 나갔다. 그것도 지상파 SBS에서 생중계로 전파를 탔던지라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프로농구를 2012 시즌까지 풀타임으로 중계했다. 2013-2014 시즌부터는 SBS 스포츠가 시작한 프로배구 중계에 당당히 메인 캐스터로 안착했다. 격주로 돌아가며 KBS N가 생중계를 맡지만 생중계가 되지 않는 날에는 녹화중계 일정이 있다. 사실상 매일 배구와 함께 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배구 여자부와 남자부의 모든 경기를 보면서 금방 다가오는 프로야구 생각도 해야 한다. 여러모로 복잡하고 많은 과제가 쌓여있다. 올해로 입사 5년 차, 프로야구 네 번째 시즌과 프로배구 두 번째 시즌 사이에 서 있는 그는 '솔로'라 외로워도 주변을 챙기는 이로도 소문이 났다. 해설위원은 물론이고 동료 캐스터, 후배 아나운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후배 아나운서들을 향한 조언은 경기장 안팎에서 계속 이어진다. 프로배구 중계 현장리포팅을 나가는 진달래 아나운서나 홍재경 아나운서와 경기 전후로 대화를 나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중계가 아닐 땐 그녀들의 옆에서 경기 상황도 짚어주고 큰 힘이 되어준다.

홍재경 아나운서는 롤모델로 이동근 캐스터를 꼽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항상 힘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동근 캐스터에 대해 "용기도 주시고 때로는 충고도 주신다"며, "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스포츠계 1년차로 허우적거리는 내게 힘을 주신 선배"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지금 위치도 위치이겠지만 이동근 캐스터는 지난 23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도전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불확실하고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 OSEN, 2015년 1월 23일, "[인터뷰] 이동근 캐스터가 바라는 '좋은 사람, 좋은 방송'" 중에서

이동근 캐스터는 올 시즌도 여전히 야구장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남은 배구 시즌도 불철주야 발 빠르게 다녀야 하는 그에게 '멈춤'이란 없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그가 보여주는 '중계의 품격'이 스포츠팬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SBS SPORTS 이동근 캐스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